우리가 헤로디아였다면?
우리 모두 세례 요한이 어떻게 죽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헤롯왕의 처 헤로디아가 한 연회에서 남편에게 죽여달라고 했는데 그런 요구를 하게 된 배경은 요한이 헤롯과의 부정한 결혼에 대해 정죄한 것에 앙심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한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헤롯왕이 그전에 네가 내게 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주겠고 심지어 내 나라의 절반까지 주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 말은 헤로디아의 딸에게 한 약속이었지만 무엇을 구할지 몰랐던 딸이 엄마에게 의논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헤롯 왕이 헤로디아에게 무엇을 요구하더라도 다 들어 주겠다고 보장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나라의 절반까지도 주겠다는 것은 절반 이상은 요구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라의 절반 이상을 달라는 것은 나라 전체를 내 놓으라는 뜻이 되며 왕의 자리를 달라는 것과 동일한 뜻이 됩니다. 지금 헤롯은 왕의 권세 말고는 모든 것을 다해주겠다고 말한 셈입니다. 그런데도 세례 요한의 목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아무리 왕비라 재물에 아쉬운 것이 없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분노, 저주, 증오를 해결하는 것이 명예, 권세, 재물을 차지하는 것보다 더 좋았다는 뜻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재물의 많고 적음이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오직 스스로 자존심을 먹고 사는 존재입니다. 자신이 남에게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가장 괴로와 하는 존재입니다. 그 말은 또 재물을 모으며 권세를 차지하고 명예를 누리려는 이유도 결국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것들로 자신이라는 존재를 남들 위에 올려 세우려는 것입니다.
세상의 것들로 형통하지 못할 때에 과연 내가 무엇 때문에 괴로워 하는지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정작 물질, 권세, 명예 자체가 목적인지 또 그것으로 이루려는 궁극적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단지 남들보다 더 나아 보이려는 욕심 때문인지를 말입니다.
우리가 헤로디아와 같은 처지였다면 과연 어떤 요구를 했을 것 같습니까?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마23:13)
7/22/2005 새벽 QT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