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도 유분수
지난 월요일 캐나다에서 오신 한 장로님 부부와 하루를 보냈습니다. 북한선교를 들어가는 길에 LA에 잠시 들른 것입니다. 북한이나 국경지역에 장기 체재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일 년에 몇 번씩 현실적인 도움을 주러 방문하는 것입니다. 우물을 파는 돈을 전하거나 보육원에 필요한 물품들을 자비로 사서 가져다주는 식입니다.
물론 그러는 중에도 직간접으로 복음을 전합니다. 동시에 성경적 사랑을 실천하여 어떤 형태로든 전해지는 복음에 그들 마음 문을 열게 하려는 것입니다. 한국에 복음이 처음 들어올 때 서양선교사들이 학교와 병원을 짓고 구제활동을 활발히 벌린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가끔은 공안원들의 개인적 부탁도 들어주는데 이번에도 분유 두 통을 전해줄 양이었습니다.
유치원에 갖다 줄 아이들 장난감을 함께 사러 갔는데 고르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진이 다 빠질 정도였습니다. 이유인즉, 영어 알파벳이나 미국문물의 사진 혹은 그림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포장을 다 뜯어 전달해야 한답니다. 미국 장난감 가게에서 북한 기준에 합당한 물건을 고르려니 조금 과장해 표현하자면 하늘에 별 따기 같았습니다.
간혹 청바지를 입고는 입국거절 당하는 경우조차 있다고 하니 북한이 대명천지 21세기의 별천지임은 분명합니다. 선물을 주는 쪽에서 받는 쪽 비위까지 맞추어야 하니 이런 억지가 없습니다. 자칫 실수해서 미국 냄새 나는 물건을 갖고 가면 온갖 험한 말까지 들어야 합니다. 옷이 단벌이라 빨래를 자주 못해서 검정 옷만 입고 다닐 정도로 가난에 찌든 주제에 예의나 상식과는 아예 담을 쌓은 반응을 보이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일 따름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보다 더한 진짜 더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졌지 않습니까? 죄와 사단과 사망의 권세에 눌려 신음하는 인간들에게 천하보다 귀한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주시려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도리어 십자가에 못 박았지 않습니까? 북한 사람들은 그나마 평양의 높은 사람들의 등살에 어쩔 수 없어서 그러고 또 뒤로는 개인적 부탁도 하지 않습니까?
반면에 이천 년 전 이스라엘에선 로마 총독마저 아무 죄가 없으니 주님을 풀어주자고 여러 번 부탁했는데도 죽였습니다. 그것도 흉악한 살인죄인 바라바는 살려주어도 자기들에게 선한 일만 베푼 예수님은 도무지 성에 차지 않으니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고 아우성쳤습니다. 그 이유도 오병이어 기적 이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계속해서 “쌀밥에 고기 국물을 먹여주지 않는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말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동일한 약속을 60년이나 공수표로 만들고 있는 자들을 여전히 그냥두지 않습니까?
지금 동족이라고 북한을 두둔하려는 뜻이 아님을 아실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과 권능을 알지 못하는 인간은 시대, 장소, 인종, 문화, 정치 등과 상관없이 항상 적반하장으로 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북한에 복음이 시급히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를 알아야만 비로소 그동안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엉터리 같은 인생을 살았는지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보혈의 은혜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인간이 참 인간답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안에서의 안식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은혜도 저주로 갚는 것이 인간인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신자마저 새벽마다 기도하는 유일한 목적이 여전히 오병이어의 기적을 바란다면 어떻게 됩니까? 십자가의 영단번의 은혜에 적반하장으로 덤벼드는 꼴이 아닐까요? 북한사람의 몰염치는 이해라도 되지만, 신자의 몰상식은 하나님 보시기에 과연 어떠할까요?
9/23/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