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이 낀 목사
역마살이 끼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직업을 갖거나 이리저리 옮기며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뜻입니다. 미리 정해진 기계적 숙명이나 요행수에 따른 운수를 믿지 않는 개신교 목사가 해선 안 될 말입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결과적 모습으로는 제가 그런 것 같습니다.
알다시피 테네시 멤피스에서 캘리포니아 엘에이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천마일(3200 킬로)가량 되는 거리를 제 차를 직접 운전해서 이박삼일 만에 왔습니다. 새 카펫을 깔고 페인트도 새로 칠하고 따로 배달해준 짐이 많지 않아도 제 자리에 정리 배치하는 일을 단 일주일 안에 다 해치웠습니다. 우리가 생각해도 이삿짐센터를 차려도 될 정도였습니다.
그럴 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저희가 결혼하여 40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사를 무려 20번도 넘게 했기 때문입니다. 집사람과 제가 횟수를 헤아리는 것도 포기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이가 들어서 한두 번 까먹기도 했고, 더 중요하게는 세기가 부끄러워졌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 이사가 되길 바란다며 서로 쳐다보며 어이없게 웃었습니다.
평균으로 따지면 이년에 한 번 이사한 꼴입니다. 초기 불신자 시절에는 직장을 따라서 또 사업 실패로 인한 궁핍했던 현실적 사정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에 이민 온 후로는 적절한 거주지를 찾느라 그랬습니다. 최근, 아니 이번 마지막(?) 이사까지도 순전히 이런저런 개인적 사정으로 제가 나름대로 결정한 것입니다. 목사로서 오래 기도한 후에 하나님의 뜻과 계획임을 확신하고 순종하기 위해 사역지역을 옮긴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고달크기만 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낯선 분위기에서 또 다른 삶을 시작하는 신선함과 도전이 따랐습니다. 무엇보다도 가는 곳마다 새로운 사건과 사람들을 만나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인생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들이 성경의 진리를 전하는데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불신자들이 봤을 때는 저는 분명 역마살이 낀 목사입니다. 반면에 하나님의 관점에선 저같이 너무나 부족한 종을 그분께서 계획하신 고난으로 연단 훈련시킨 것입니다. 특별히 이 땅의 인생이 영원한 본향인 천국을 소망하게 하는 나그네와 같은 삶임을 철저히 깨달아 실천하도록 해주신 은혜였습니다. 실제로 이사 갈 때마다 평소에 쓰지 않던 물건들을 버리거나 구제기관에 기부하다보니 자연히 꼭 필요한 것 외에는 구매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 미국에 이민 온 이후로는, 거기다 부모님이 다 이 땅에 안 계시기에 돌아갈 본토 친척 아비집도 없어졌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할 일은 더 나은 본향만 사모하고 그리스도를 위하여서라면 세상의 어떤 어려움과 비방도 믿음으로 감내하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십자가 복음의 진리만 온전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지금 이사 온 곳은 은퇴자들이 모여 사는 단지이나 저는 지금부터 할 일이 더 많습니다. 성경 말씀을 풀어서 전할 내용들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습니다. 목사에게 정년(停年)은 있어도 은퇴(隱退)는 결코 없습니다. 주님이 천국으로 불러올리는 그날이 바로 은퇴이며 저에게는 정말로 마지막 이사가 될 것입니다.
그저께 아직 인터넷 설치가 안 되어서 이곳 단지 내의 도서관에 잠시 들렀습니다. 아주 연로한 한국 할머니 한분이 성경을 열심히 읽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신실한 믿음이기도 했지만, 저 할머니는 성경을 읽다가 천국 가는 것이 소원이신가 보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저도 그래서, 이전부터도 그랬지만, 이 홈 페이지 사역을 하다가 천국으로 마지막 이사 가는 것이 필생의 소원이라고 새삼 다짐했습니다.
2/11/2019
2박 3일 동안 운전하시며 이사하셨군요.
목사님과 사모님의 체력이 증명되는 것 같습니다요~~^^
홈페이지 사역을 더더욱 기대하며
늘 건강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