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2월 8일, 중앙일보 엘에이 현지판 2면에 "미국 생활에 '초짜' 돕는 덴 '선수'"라는 제목의 꽤 큰 박스 기사가 실렸다. 읽어 보니 미국온 지 채 5개월이 안된 스물 세 살 유학생 유창우 씨의 선행에 관한 기사였다. 그는 인천대 전기전자과를 다니다가 UC 버클리 대학에 편입을 목표로 유학와 현재 산타 모니카 칼리지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기사가 전하는 유씨의 선행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의 집을 방문해 그들의 고장난 가전제품을 (주로 TV와 라디오) 무료로 고쳐주는 일이다. 가전제품 수리기술은 초등학교 5학년때 고장난 스탠드를 고치면서부터 익히기 시작했다 한다. 유창우씨는 노인들을 위해 봉사할 것이 없나 생각하다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마음 먹고는 두 달 전에 한 웹사이트에 노인분들의 전자제품을 무료로 고쳐드린다는 광고를 내었는데, 여기 저기서 연락이 와 방과후에는 출장수리 다니느라 바쁘단다.
이 기사는 아쉽게도 유씨가 왜 노인 봉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한국에서도 그런 봉사를 했는지,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지,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생활의 불편은 없는지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나는 그의 선행의 배후에 예수의 사랑이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가 그 사실을 밝혀 주기를 기대한다. (그가 밝혔지만 그를 인터뷰한 기자나 편집장이 그 사실을 기사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그가 기독교인이 아니란다면--난 그 앞에서 많이 부끄러울 것이다.
나는 그를 만나 보려 한다. 만나서 그의 선행을 격려하고 그에게서 배움과 도전을 얻고자 한다. 분명 내게도 한 가지 잘 하는 것이, 남들을 위해 쓸 수 있는 은사가 있을 것이다. 은사가 없어서 못섬기는 것이 아니라, 섬김의 마음이, 예수님의 그 마음이 부족해서, 이 나이 되도록 내 것에만 정신이 팔려 못섬겼음을 부끄러움 무릅쓰고 고백한다.
12.8.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