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JTBC에서 만든 “유나의 거리”라는월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다세대 주택에 함께 사는 “바닥”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잘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유나는 실력과 인품과 의리로 그 세계에선 인정받고 존경받는 소매치기입니다. 그리고 경찰공무원 지망생 창만은 어쩌다 유나와 엮이게 되면서 그를 사랑하게 되어 어떻게든 유나를 소매치기 세계에서 발을 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나는 집주인과 다른 세입자들에게 자신이 소매치기란 사실을 숨기며 살았었는데, 이번에 집주인 한만복의 처제인 검사출신 변호사 홍계숙의 방문으로 그만 그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계숙은 저런 사람 당장 쫓아내라고 언니 홍여사에게 말하고 홍여사도 그러겠노라 작정합니다. 유나는 미선과 한 방을 쓰고 있습니다. 미선은 술집을 경영하면서 돈많은 유부남들의 애인 노릇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날 저녁 미선과 유나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유나: 아니, 언니 왜 벌써 들어와?
미선: 인간들이 너무 한심하게 놀아서 먼저 올라와 버렸어.
유나: 왜?
미선: 돈도 지지리 없는 것들이 있는 척하면서 진상 부리는데…아, 진짜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
유나: 권사장인가 뭔가 하는 사람은 도 많다 그랬잖아?
미선: 알고 보니까 순 뻥이야! 부도나기 일보직전이라면서 글쎄 나한테 천만원만 빌려달래!
유나: 세상에, 벼룩이 간을 내먹겠네!
미선: 그리고 나한테 글쎄, 필리핀으로 같이 도망가자면서 울어! 내일 모레가 환갑인 사람이… 야, 이게 말이되냐?
유나: 부인도 없어?
미선: 아, 왜 없어?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계시지!
유나: 와! 사람들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게 살까?
미선: 이거는 말이 안돼! 진짜 찌질한 인간들이 너무 많아!
유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이상해. 도둑질만 안 하면 자기들이 다 착하고 좋은 사람들인줄로만 알아.
미선: 그러게 말이야, 세상이 다 그래. 유부남 좋아하면 다 나쁜 년인줄 알아.
유나: 아니, 삼사백억 세금 포탈하는 사람보다 우리가 더 나쁜 사람인줄 안다니까!
미선: 진짜 이해가 안돼!
유나: 세상 웃겨!
이번엔 창만과 집주인 한만복과의 대화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한만복은 전직 조폭 두목인데 오래전에 그 생활을 청산하고 지금은 콜라텍(서민용 댄스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만복은 자신의 집에 우연찮게 세들어 살게 된 창만이 일도 잘하고 책임감도 있고 또 됨됨이도 맘에 들어 창만에게 자신의 콜라텍 지배인 자리를 주었습니다. 둘의 대화는,만복의 처제인 홍계숙의 지나친 처사에 관한 것입니다.
창만: 아니, 변호사란 분이 한 개인에 대해 심한 편견을 갖는 것은 안 좋거든요!
만복: 안 좋지! 결혼하기 전에 내가 처제한테 얼마나 당했는지 아니? 사람에 대한 편견? 그거, 문신 새긴 것보다 훨씬 더 지독해! 절대 안 바뀌어! 처제는 지금도 날 조폭 두목으로 알고 있다니까. 내가 빵에서 함께 겪어 봐서 아는데, 소매치기 애들 의리있고 괜찮은 애들 많아. 걔들끼리 선후배 챙겨주고 징역수발해 주고 하는 것 보면, 눈물 나. 유나도 딴 건 몰라도 의리는 있을 걸?
창만: 예, 미선씨한테 하는 걸로 보면 의리 있는 편입니다.
만복: 요즘 확실히 소매치기 안 하지?
창만: 예, 안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복: 안 하면 된 거야. 앞으로가 중요한 거지. 아픈 과거는 따질 필요가 없는 거야. 그리고 지갑도 유나가 찾아준 거 아니야, 그러면 고마운 줄 알아야 돼!
만복의 마지막 대사는, 며칠 전에 만복의 딸이 데이트를 나갔다가 데이트 상대가 5억짜리 차용증이 든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었는데, 유나가 수수문하여 그 지갑을 찾아서 고스란히 돌려 준 일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복과 만복의 아내 홍여사의 대화를 들어 보겠습니다. 둘의 대화는 소매치기계의 대부였던 유나의 작고한 아버지에서 시작합니다. 예전에 자기가 유나 아버지와 같은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었기에 그에 대해 알고 있노라고 만복이 홍여사에게 말을 꺼냈습니다.
만복: 유나 아버지는 재소자들 중에서도 인품 좋기로 유명한 분이였어.
홍여사: 그래도 흉악범이잖아요.
만복: 에이, 흉악범은 아니지! 살인, 강도, 강간, 이런 게 죄질이 나쁘고 흉악한 거지. 소매치기는 흉악한 쪽은 아니야. 내가 소매치기 애들 편드는 게 아니라, 죄질로 따지면 나같은 조폭이 훨씬 나빠. 적어도 걔네들은 남의 걸 몰래 훔치잖아? 그런데 우리는 당당하게 남의 업소에 가서 세금 내라고 해서 안 내면 패잖아.
홍여사: 그래서 지금 유나 편드는 거예요?
만복: 편드는 게 아니라,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라는 거야. 걔들 우리한테 해끼친 것도 없잖아. 그러니 그냥 내버려 두자고.
어떻습니까? 위 대화들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이 사람들은 적어도 자신들이 하는 짓이 나쁜짓이요 떳떳치 못한 일이란 것은 압니다. 그래서 더 큰 더 나쁜 짓은 하지 않으려고 나름 애쓰고 삽니다. 유나는 일전에 강도를 하려는 친구를 말리다 못해 그들이 강도에 쓰려던 차의 바퀴를 모두 못쓰게 만들어 버린 일이 있습니다. 미선은 아래층에 혼자 사는 도끼 영감이 측은해 이따금 먹을 것을 사 들고 찾아 가기도 하고 천대꾸러기인, 만복의 처남 계팔이 아파서 끙끙대자 병원에 데리고 가는 등, 인정이 많습니다. 만복은 여전히 양아치 버릇이 남아 있긴 하지만, 나름 인정도 베풀고 정당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의인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악인으로 여기지도 않습니다. 만복이 창만에게 얘기했듯이, 아픈 과거 따지지 말고 앞으로 잘 하면 된다고 여기며 삽니다. 그런데 소위 "잘 난 사람"들은 그들의 현재를 보지 않고 과거를 붙들고 그 사람을 재단하려 합니다. 그 잘난 사람들은, 사람들의 "깝지" 털어 겨우 살아가는 소매치기가 삼사백억 세금 포탈하는 사람들보다 더 나쁘다 여기며, 가진 거라곤 미모뿐인 여자가 어떻게든 돈을 모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하여 유부남의 애인 노릇을 해 주는 것은 욕하면서, 가족 몰래, 심지어는 가족이 알고 있음에도 정작 그 여자를 노리개로 데리고 노는 남자들에겐 관대하며, 더러는 부러워하기까지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유나가 꽤 인정받는 소매치기이기에 만복의 딸의 데이트 상대가 잃어버린 지갑을 찾을 수 있었고, 만복이 조폭이었기에 미선을 등쳐먹으려던 어린 제비 민규를 창만이 혼내주고도 무사할 수 있었으며, 도끼 영감이 왕년에 공갈협박꾼을 다루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었기에 위기에 처한 칠복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용서받은 죄인입니다. 우리 모두 한때 불의의 종이었고 우리 몸을 불의의 병기로 사용했던 자입니다. 사탄은 아직도 우리의 과거로 우리에게 시비를 겁니다. 우리가 새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려고 갖은 수를 다 씁니다. 또는 수시로 그 사실을 망각시키려 합니다. 우리에게 일어난 중생의 사건을 하찮은 것으로 아무 효험없는 것처럼 여기게끔 하려고 우리를 속이려 듭니다. 그 옛적에 아담과 이브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의심케 만들었듯이 말입니다. 거기에 넘어가면 우리는 내가 이제는 새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의심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또한 의심하게 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그 사람의 과거로 그 사람을 보려 합니다. "문신 새긴 것보다 훨씬 더 지독한" 편견(실은 고정관념)입니다.
우리만큼은 그러지 맙시다. 창만이처럼 희망을 잃지 말고 그들을 연민과 긍휼과 사랑의 따스한 시각으로 보고 그들이 바로 일어설 수 있도록 힘껏 진심으로 도와 줍시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 줍시다. 창만이는 결코 유나가 옳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유나에게 너가 하는 짓은 나쁜 짓이니 그만 두라고, 내가 기필코 그만 두게 하겠노라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유나를 욕하지는 않습니다. 선듯 소매치기를 그만두겠노라 말하지 않는 유나를 이해하려 합니다. 유나를 품으려 합니다. 유나 몰래 유나를 돕는 방법을 찾아 동분서주합니다. 아마 그 노력은 유나가 소매치기를 그만 두는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리 하셨습니다. 우리가 죄에서 돌아서도록 우리 죄를 지적하시고 그 죄에서 돌이키기를 호소하셨고, 무한한 인내로 기다려 주셨으며, 그래도 돌아설 생각조차 않는 우리를 위해 당신의 아들로 하여금 십자가에서 우리 죄를 대신 갚게 하셨습니다. 그 피 값으로 우리는 마침내 새사람이 되었고 영생을 얻었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선 더 이상 우리 죄를 묻지도 기억하지도 않으십니다. 우리는 이제 뒤의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서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좆아 가는 것에만 힘쓰면 됩니다. 그러한 자로서, 우리 주위의 믿지 않는 자들과 아직 믿음이 연약한 자들을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아닌, 하나님의 긍휼의 눈으로 사랑의 눈으로 소망을 가지고 봅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품에 안으셨듯이, 우리 또한 그들을 우리 품에 안아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품으로 가십시다.
유나의 거리 다음 이야기가 사뭇 기다려집니다.
2014. 0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