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65:5(사람에게 이르기를 너는 네 자리에 섰고 내게 가까이 하지 말라 나는 너보다 거룩함이니라 하나니 이런 자들은 내 코의 연기요 종일 타는 불이로다)
TV에서 방영되는 사극(史劇)을 보면 “쉬~ 물렀거라! 대원이 대감 나가신다!”라는 대사가 자주 나옵니다. 그러면 민초들은 서둘러 길을 비키며 머리 조아립니다. 잘난 자가 못난 자를 몰아붙임으로써 우월감과 열등감을 극렬히 대비(對比)시키는 기법입니다.
오늘 본문도 사극과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곳입니다. 아주 간단히 생각해 봅니다.
오늘 본문 전반부 번역(한글개역)은 매우 어색합니다.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여러 역본 중에서 신국제역(NIV)이 그나마 실감나는 번역인 것 같습니다.
“who say, 'Keep away; don't come near me, for I am too sacred for you!'”
이 말은 “멀찍이 물러서라. 내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 나는 네까짓 것과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너무나 거룩한 존재이기 때문이다.”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방인을 향해 하는 말입니다만, 조금 외연을 확대하여 해석한다면, 이스라엘의 종교지도자들(제사장으로 대표되는)이 일반 백성들을 보고 하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스라엘이 되었든 제사장들이 되었든, 그들은 분명 구별된(자격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한 일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을 보면, 그들의 행위가 그대로 기술되어 있습니다(3-4절). 이방 종교를 본받아 가증한 행위를 하면서 자신들이 훨씬 거룩하다는 착각에 빠진 영적 오만자의 모습입니다. 이방인의 행위를 하면서도 하나님께 속한 자라 착각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타가 공인할 수밖에 없었던 유자격 종교인들이었습니다.
어느 시대나 이런 꿈속을 헤매는 자들은 항상 있었습니다. 구약시대에는 제사장들이, 주님 당시에는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중세시대에는 신부들이,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요즘은 이런 착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은 없을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목사는 하나님의 종일 뿐 사람의 종이 아니다.’라거나 ‘감히 평신도가 목사에게 말대꾸한다.’며 불쾌히 여기거나 ‘목사만이 하나님께 인정받는 거룩한 특등 존재’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분들이 말입니다.
만약 겨자씨만큼이라도 이런 생각 지녔다면 즉각 오늘 본문 하반부 “이런 자들은 내 코의 연기요 종일 타는 불이로다.”는 선포를 곱씹어야 합니다.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주석 등을 참조해 가며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에는 ‘너무 거룩한 존재여서 감히 말대꾸해서는 안 되는 직분’은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돌아보아 격려하는(히10:24) 소자들의 모임이 곧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자칭 거룩한 존재’의 망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참 신앙의 일면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