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불수인 L 형제님은 매우 비대합니다. 전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안아서 차에 태워야 합니다. 이분을 담당하시는 분은 40대 후반의 J 집사님입니다. 비록 힘이 좋은 집사님이지만, 아주 용을 씁니다. 하지만 옆에서 보는 이들은 힘든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J 집사님의 개인사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제가 두어번 그 형제님을 담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근력이 딸리는 저는 그분을 번쩍 들 수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두 팔로 안고 뭉그적거리며 승하차 시켰습니다.
그러다 일이 생겼습니다. 힘에 부친 저는 그분의 발이 차체 밑에 끼인 줄도 모르고 몸을 돌려 휠체어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내려다보니, 아뿔사! 그 형제님의 다리가 꼬여있는 것이었습니다. 감각이 없는 형제님도 아픔을 못 느끼니 아무 말 없었고요.
순간적인 보호기도 후 끼인 다리를 빼 내었는데 감사하게도 아무 이상은 없었습니다.
이분은 살이 찌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밥만 먹고 움직이지 않으니 저절로 살이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은 고스라니 J 집사님 등 간병인들에게 돌아갑니다.
신앙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합니다. 내 신앙이 건강하지 못하면 이웃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형제님께 다이어트가 필요하듯, 저에게도 신앙의 절제가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 형제님은 평소 언행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성격이 급하고 험한 소리도 잘 한다고 합니다. 1년 이상 힘들게(이분을 단 한번만 승하차시켜보면 얼마나 힘든지 즉시 알게 됩니다) 섬겼지만 아무 변화도 없고 고맙다는 표시도 일체 없다 합니다.
아무리 신앙 안에서의 봉사라 하지만 자꾸만 지쳐가는 마음을 추스르며 거의 포기하려는 즈음, 이 형제님의 마음의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돕는 J 집사님께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날, 저는 담당 환우들이 원거리 타지 병원으로 옮긴 바람에 봉사를 쉬는 날이었습니다. 마침 교회에 도착한 J 집사님 차를 보고, 휠체어 작업을 도왔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형제님께서 “매주 봉사하는 집사님들이 너무 고맙다.”며 깊은 속마음을 조금 내비치는 것이었습니다.
옆에서 제가 농담을 건냈습니다.
“형제님, 병 다 나으면 J 집사님께 삼겹살 한 번 사 드리세요.”
“그럼요. 당연히 사드려야지요.”
먹는 것에는 눈치 빠른(?) 제가 다시 한 마디 했습니다.
“그때 젓가락 하나 더 놓으시고 저도 좀 끼워주세요.”
형제님이 선뜻 답했습니다. “예! 꼭 그러겠습니다.”
저는 그날 옆에서 조금 돕다가 고기 한처름(한조각이라는 뜻의 고향사투리입니다) 얻어먹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 뒀습니다. 횡재한 것이지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큰 횡재(구원) 한 성도들끼리 작은 횡재(고기 한처름) 나누는 것도 좋은 일일 것입니다. ^^
물론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섬김을 통해 변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이들도 아주 조금씩 변화된다는 진실입니다! 은혜이며 감사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