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동행(同行)의 은혜

조회 수 1867 추천 수 126 2008.09.06 07:35:05

♣ 창5:21-24(…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

사람은 일단 태어나면 ‘반드시’ 죽습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심지어 하나님의 본체이신 주님마저도 일단 죽으셨다가 다시 사셨습니다(이 표현을 양해바랍니다). 아무튼 죽음은 하나님의 정하신 원칙입니다(히9:27).

그러나 ‘예외 없는 원칙’은 없습니다. 인생 만사 어디에나 적용되는, 구태여 부연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일반 현상입니다.

심지어 성경에도 ‘예외’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님도 피해가지 못하신(이 표현도 양해바랍니다) ‘죽음’을 피해간 인간이 있습니다. 잘 아시는 에녹과 엘리야(왕하2:11)입니다.

죽음을 맛보지 않은 두 분께 무슨 특이한 점이라도 있을까 싶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엘리야는 죽음을 면제해도 괜찮겠다 여겨질 정도의 공로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는 모든 선지자의 대표입니다(눅9:30). 역사서에 업적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신약에까지 그 공로가 되새겨지는 등, 정말로 하나님 사랑 받아 마땅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에녹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오늘 본문을 아무리 뜯어봐도, ‘이것 때문에 죽음을 면제 받았구나.’라고 수긍할만한 공로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동행”이라는 단어가 2번 사용된 것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습니다.

히브리어를 전혀 모를 때는 “동행”이라는 단어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막연한 추측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겨우 사전 찾아 볼 정도의 실력이지만 힘겹게 확인해 봐도, 막연한 기대와 달리, 별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동행”이라는 히브리어 ‘할라크’는 특별한 영적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가다. 오다. 걷다.’의 뜻이고, 다소 확장되어 ‘행하다(출14:29). 준행하다(렘44:10). 순복하다(렘8:2).’를 의미합니다. 그리하여 헬라어로는 ‘쉼포류오마이’(함께 걸어가는)로, 영어로는 walked with로, 번역되었습니다. ‘함께 걷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혹 학자들은 보다 논리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가 싶어 주석을 찾아 봤더니, 2가지 견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미6:8절과 연계시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인격적 교제를 나누는 것’이라는 설명과, 다른 하나는 히11:5절과 연계시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였다.’는 설명이었습니다(70인역 기준).

하지만 이런 학자들의 설명만으로는 에녹의 죽음 면제의 당위성을 납득하고 나아가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너무 막연했습니다. 에녹이 ‘죽음을 맛보지 않고 천국에 간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근래 들어 ‘신앙의 위기’라 할 정도로 현실교회의 문제점들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교회 난맥상의 원인은 ‘돌출’이라고 스스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목사가 중요시되고 헌금과 신유와 방언 등이 강조되는 등, 기독교의 거의 모든 가치는 ‘남보다 도드라진 것 즉 튀어나온 것’을 좋게 여기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치하고 편협한 긍정신학과 번영신학과 출세신학 등이 득세하는 현상은 곧 ‘튀어나옴의 선호’에 대한 부인할 수 없는 반증이라 할 것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초대교회의 상황을 아무리 샅샅이 살필지라도 ‘튀어나옴’의 가치는 찾아지지 않습니다. 오직 ‘일상’(日常)만 확인될 뿐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라는 의미인 ‘일상’이란 ‘일어나고, 밥 먹고, 일하고, 쉬고, 잠자는 것’의 연속입니다. 물론 중간 중간 이웃과 대화(교제)하면서 말입니다.

‘일상’의 부인할 수 없는 특징은 ‘특이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특이한 것이 있으면 ‘일상’이 아닙니다. ‘일상’의 범주를 벗어난 것은 ‘비상(非常)이요 사고(事故)로서 특이사항’이 되고 맙니다.


에녹이 죽음을 통하지 않고 천국 간 이유를, “동행”이라는 말과 ‘일상’이라는 말의 연계에서 찾으면 어떨까요? ‘에녹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삶을 통해 하나님과 교제하였다.’고 설명하면 안 될까요?

오랫동안 고민해 온 난제의 답변이라 하기는 곤란하겠지만, 달리 무릎 칠만한 현답 제시가 여의치 못하다면, 아래와 같이 정리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죽음을 면한 천국행’ 횡재의 주인공 에녹은 성경에 기록될만한 특이한 공로(행적)를 쌓지 못했다. 단지 하루하루 ‘일상적인 삶’을 살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 삶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교제의 발자취였다.」  

그럴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에녹에게 기록할만한 특이한 공로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진실을 담담히 밝히고 있음을 감 잡아야 할 것입니다.

왜 아무 공로도 없는 에녹의 이름을 성경에 기록해 두었을까요?

모르기는 해도, 어쩌면 이는 ‘특이한 것 없는 삶을 살아 아무 공로가 없는 자들’을 위한 하나님의 배려일 수 있습니다! ‘자랑거리가 없어 심히 부끄러운 소자들일지라도 에녹을 보고 용기 잃지 말라.’는 하나님의 위로일 수 있습니다!

에녹처럼 자랑거리 없는 소자들로 이루어진 교회였으면 좋겠습니다! ♣

주님과함께

2008.09.07 22:27:03
*.7.13.27

저에게 참 위로가 되는 말씀입니다^^*
도전도 되고요~
벌써 구월이 저만치 달아납니다
맑은바람 맘껏 들이 마시고 갑나다
샬롬~

김순희

2011.01.25 22:46:06
*.165.73.38

연대장님의 귀한 글이 여기에 꽁꽁 숨어 있었네요^^

하나님이 각자에게 디자인 해 주신대로 주님 품 속에서 감사하며 그 은혜 가운데 동행함이 최고로군요.
아멘!!

이선우

2011.01.26 09:27:23
*.199.239.12

필~~~승!!!!
저도 댓글 확인후 긴급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김순희님께서 역시 빠르네요.)
일상과 비상.....
비상과 일상.....
묵상의 큰 제목을 안고 나갑니다. 기쁨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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