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탐관오리(탐욕이 많고 행실이 깨끗하지 못한 관리)나 매관매직(돈이나 재물을 받고 벼슬을 팔거나 사는 것)이라는 역사적 오점을 배우면서 ‘나는 절대 저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을 것입니다. 탐관오리는 나쁩니다. 매관매직도도 나쁩니다. 몹쓸 짓입니다.
그런데 당사자 입장이 되면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사흘 굶어 도둑질 안 할 사람 없다.’는 속언은 차치하고라도, 누구든 이득에 초연하기는 힘듭니다. 잠시 잠간만 눈 감으면 상당한 이익이 생기는데 이거 뿌리치기 쉽지 않은 유혹입니다.
성도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신앙심으로 유혹은 거절할 수 있지만, 거절 이후에 뒤따르는 미련까지 떨치기는 여간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앙적 성향이 비슷한 A와 자주 대화합니다. 제법 깊숙한 개인적인 부분까지 나누는 사이입니다.
언젠가 회사생활의 애환을 하소연하였습니다. 뛰어난 특기는 없지만 맡은 일은 충실히 수행하려고 애쓰는, 평범한 회사원이라 스스로 자평하고 있었습니다.
승진 탈락의 아픔은 필연적인 과정이겠지요. 실제 현실로 직면하자 눈앞이 캄캄해지더랍니다. ‘이 난국을 어찌 헤쳐 나갈꼬?’ 생각하느라 날밤 지새우곤 했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음번 기회에 발탁될 자신이 없더랍니다.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위기감을 느낀 A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겨를이 없었다 합니다. 무엇이든 붙잡아야 했답니다.
평범한 보통 사람이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속칭 오연(五緣=血緣, 地緣, 學緣, 勤務緣, 金緣)이라는 것을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전형적인 범재인 A에게도 이 오연의 위력이 절실했을 것입니다.
부끄럽게 목적을 달성할 수는 있었지만, 이후 신앙적 및 인격적 측면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껴야 했답니다. 자존심도 상했고요. 해서 다음 직급으로의 진출을 스스로 포기하고 승진의 압박이 비교적 덜한 분야로 옮겨 앉았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몇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듯했으나, 법적 제도적 문제로 비껴가 버렸다 합니다.
그러던 어느 시점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거의 단독 후보나 진배없는 호기였다 합니다. 주위에서는 무조건 승진된다고 생각했답니다.
A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모 교회 장로이면서 결정권자인 그룹 회장이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팅을 보내오더라. 회사생활 수 십 년이고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나?”라며 허탈해 하더군요.
이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아무리 승진에 한이 맺혔다한들 또다시 부정한 방법을 쓸 수는 없다. 신앙 진정성의 문제이고 자존심의 문제이다. 하나님께서 안 주시면 포기하자.”
그런데 그 이후에 문제가 생기더랍니다. 포기했던 기회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지 않더랍니다. 자꾸만 후회되더랍니다. 2가지 면에서 특히 그렇더랍니다.
하나는 경제적 손실이었답니다. 한 직급에 불과하지만 1천만 원을 훨씬 상회하는 연봉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아깝더라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주변의 따가운 눈총이었답니다. 다 잡은 고기, 입에 들어온 떡을 놓친 바보라고 손가락질하더랍니다. 말없는 비웃음, 견디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비록 손해 보고 비웃음 샀지만, 신앙과 양심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진정한 은혜이다. 값으로 따질 수 없는 큰 유익이다.”라는 말로 위로하였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지체의 경험을 통해 회사생활의 어두운 일면을 보게 되어 씁쓸했습니다. 정도를 걷기 위해서는 무조건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합니다만, 지금까지 지내온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고 감사하며 살기로 다짐해 봅니다.
그러나 일단 건강관리를 최우선의 과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루 여섯 끼 정도의 식사와 간식을 주기적으로 섭취하면서 헬스와 걷기 등의 운동을 겸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아주 좋아졌으므로 앞으로는 자주 등교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