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insightful writing of Physics professor

조회 수 1411 추천 수 98 2005.07.17 17:01:25
[과학으로 세상보기] 그림자 인생




물체에 빛이 비치면 항상 그림자가 생긴다. 누구나 어릴 때 두 손으로 하던 그림자놀이, 늘 자기를 졸졸 따라다니던 그림자 등의 경험이 있다. 그런데 그림자는 스스로 존재하지 않으니 실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뭔가 눈에 나타나 보이므로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러기에 그림자는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의 중간 상태다. 그림자를 다 모아도 빛이나 흑암이 되지 않으므로 그림자는 빛과 흑암 사이의 중간 상태인 것이다.




인간이 사는 세상도 빛과 흑암이 늘 교차하며 겹쳐 있는 그림자 세상이다. 땅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피조물은 다 그림자인 것이다. 그러기에 이 땅의 삶은 천국도 아니요, 지옥도 아닌 그림자 삶일 뿐이다. 인생에서 아무리 좋은 것들만 다 합쳐 놔도 천국이 될 수 없고 나쁜 것들을 다 모아 놓아도 지옥이 될 수 없다. 단지 천국과 지옥의 그림자가 늘 교차하는 스크린일 뿐이다.




그림자는 인간이 땅에서 사는 동안, 즉 흙을 입는 동안만 생긴다. 빛을 받을 수 있는 육신(肉身)이 없어지면 그림자도 없어진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림자를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그림자들을 쫓게 된다. 뭔가 진짜인 줄 알고 다른 그림자들을 조합하여 좀 더 크고 멋진 그림자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아 보이는 그림자들을 다 모아도 실체를 만들 수는 없다. 여전히 시간과 공간 안에서 변하는 또 다른 그림자일 뿐이다. 인생은 결국 육신과 함께 그림자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러기에 흙으로 그림자만을 상대하고 수고한 인생에는 마지막에 무(無)만 남게 된다. 즉 하늘과 땅이 창조되기 전의 상태인 공허와 흑암을 결국 누구나 느끼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땅의 본질은 바로 무라는 스크린에 빛이 비쳐서 나타난 영원한 하늘의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그림자다. 그래서 인생의 모든 문제는 결국 그림자의 문제다. 그림자의 크기가 작거나, 모양이 일그러졌거나, 윤곽이 희미한 것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그림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오직 그림자의 근원인 빛을 상대하는 것이다. 흑암이나 그림자로서는 처리되지 않는다. 예컨대 빛과의 거리나 밝기에 따라 그림자의 크기와 선명도는 달라진다. 그리고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그 모양도 달라진다. 따라서 모든 그림자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인생의 끝은 허무가 아니다. 무는 인생의 종착역이 아니라 출발점일 뿐이다. 아무것도 없이 이 땅에 왔기에 그것에서 시작하면 된다. 날마다 빈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빛으로 채워 가는 것이 인생의 참된 지혜다. 솔로몬이 깨달은 지혜도 바로 이것이다. 모든 그림자를 다 거느려 봤던 그였지만 모든 것이 다 변하므로 하늘 아래서는 새것이 없음을 고백했던 것이다.




그림자 인생은 빛을 상대하므로 온전하게 된다. 빛을 상대한 인생은 흙과 그림자가 없어져도 결코 공허나 흑암이 되지 않는다. 빛은 그림자를 있게도 하지만 동시에 에너지를 공급하기에 흙이 있는 동안 빛으로부터 받은 따스함, 즉 사랑이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그림자로 사는 것이 아니라 빛으로, 사랑으로 살도록 창조되었다. 물론 '나'의 그림자를 위한 자기중심적 사랑이 아니라 '너'를 향해 '나'의 그림자를 벗어난 사랑만이 계속 남게 된다. 그러기에 먼저 빛을 상대하므로 내게 있는 그림자를 없는 것같이 여길 수 있는, 그래서 날마다 무에서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구하자. 하늘의 영원한 빛(사랑)으로 우리 주위의 일그러진 그림자를 채워 주고 반대되는 그림자도 품어 줄 수 있는 무공해 인생이 되자. 흙이 없어지기 전에, 그림자에 속아 인생의 쓰레기가 더 이상 쌓이기 전에 미리미리 하늘의 빛으로 그림자 인생을 처리해 가자.




제원호 서울대 교수.물리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진짜 이유” 중국어번역본이 준비되었습니다. master 2023-09-20 1134
공지 신입 회원 환영 인사 [1] master 2020-10-06 1532
공지 (공지) 비영리법인을 설립했습니다. master 2020-05-15 2691
공지 E-book File 의 목록 [3] master 2019-08-23 1937
공지 크레딧카드로 정기소액후원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file master 2019-07-04 5907
공지 소액정기후원회원을 모집합니다. [18] master 2019-02-19 1979
공지 글을 올리려면 로그인 해주십시요/복사 전재하실 때의 원칙 [16] 운영자 2004-09-29 6040
282 [묵상나눔과 제언] 예배당 건축헌금의 문제 [2] 정순태 2006-06-06 1517
281 공평하신하나님 1부 뒷이야기 [2] 김문수 2006-06-05 1101
280 공평하신 하나님 1부 김문수 2006-06-03 1166
279 목사님. 히4:3 에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준 2006-06-01 1697
278 [re] 목사님. 히4:3 에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2] 운영자 2006-06-02 1481
277 [묵상나눔] 종교성의 허와 실 [3] 정순태 2006-05-27 1550
276 주의 이름으로 문안합니다. [1] 박승규 2006-05-20 1232
275 목사님 삼위일체에 대해서 알고싶습니다.. 이대웅 2006-05-18 1306
274 목사님께 산마루 2006-05-12 1677
273 [re] 목사님께 운영자 2006-05-12 1480
272 [바보같은 질문 #3]헌금을 무명으로 하면 성경적이지 않은것인지요? 김형주 2006-05-12 1383
271 [바보같은 질문 #2]하나님은 왜 인간의 범죄를 방조하셨나요? 김형주 2006-05-07 1127
270 [바보같은 질문 #1]이스라엘 민족과 나 자신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김형주 2006-04-30 1133
269 안녕하세요, 목사님 [2] 김형주 2006-04-30 1117
268 한국을 향한 이스람의 공격 전도 이준 2006-04-26 1255
267 삶의 단한가지 소원 [1] 허경조 2006-04-24 1130
266 위대한 모세인가 > 위대한 하나님이신가 ? 이준 2006-04-14 1389
265 운영자 목사님.. 리디아 2006-04-14 1854
264 [re] 운영자 목사님.. 운영자 2006-04-15 1560
263 [묵상나눔] 모세의 위대성(1) 및 (2) [1] 정순태 2006-04-07 1952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