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보다 성경공부가 좋으면 이상한 걸까요?
[질문]
성경 말씀을 배우는 게 좋아 교회에 나왔고 그 이후로도 스스로 신앙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 인터넷 글들을 찾아보며 성경 말씀에 대해 알아가고 공부하는 걸 좋아합니다. 특히나 변증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성경공부에 노력을 쏟는 것에 비해 기도에 쏟는 것이 다소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말씀이 주는 은혜 가운데 인생의 변화 또한 체험하고 말씀 하나만으로 진짜 너무나 행복합니다. 근데 이상하게 기도는 제가 힘들 때나 감사할 때를 제외하곤 딱히 하나님께 제가 간구하고자 하는 바를 기도드린 적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기도는 시간보다 깊이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 마음 가운데 말씀은 정말 사모하지만 기도는 그렇지 못한데 영혼에 병이 들어버린 걸까요?
[답변]
지성적인 남성 신자들이 대체로 질문자님과 비슷한 곤혹스러움을 갖고 계실 것입니다. 보편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기도를 적게 합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믿음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남성은 이성적인 존재, 여성은 감성적인 존재로 하나님이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남성은 말씀 공부를 여성은 기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마련이라는 뜻입니다.
질문자님께선 교회출석 동기가 성경 말씀을 배우고 싶어서였다고 했고, 변증을 좋아하며, 말씀이 주는 은혜와 변화로 정말로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말씀의 은사를 받은 것 같습니다. 고린도전서 12:8에서 말하는 “지혜의 말씀”과 “지식의 말씀” 말입니다.
그럼 기도를 적게 한다고 자책할 것이 아니라 받은 은사를 더욱 귀하게 여기고 가꿔나가며 그 은사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앞으로 주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도하실지 모르지만 진정으로 순종 헌신하시면 반드시 그 은사를 성령께서 활용하여 예수 십자가 복음의 일꾼으로 쓰시리라 믿습니다. 현대의 젊은이들은 글을 쓰기도 읽기도 싫어하며 오직 이미지에 열광하는데 반해 어려운 성경이 재미있다니 하나님 주신 은사임이 분명합니다.
기도에 대해선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는 기도를 그리 많이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것이 사실은 더 바람직한 신앙 태도입니다. 물론 기도는 내가 할 수 없으니 하나님이 대신 해달라고 또 범사에 당신의 선하신 인도를 구하는 뜻이기에 성경 말씀 그대로 쉬지 말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쉬지 말고 기도할 수 있습니까? 하루 종일 자기가 바라는 것을 아뢸 수 있으려면 천하만국을 다 차지하려는 욕심쟁이여야 합니다. 거기다 기도자의 뜻대로 하나님이 다 응답해주시면 내가 하나님이고 기도 자체가 능력이 됩니다. 그런 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기도는 오히려 하나님과 대화하면서 그분의 뜻을 분별하여 내 뜻을 그분 뜻에 맞춰나가는 작업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성경 말씀에 정확히 나와 있습니다. 성경 말씀을 분별하는 것 자체가 기도라고 –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되니까 -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을 잘 분별하여서 자기 생각을 고쳐나가고 또 그분의 뜻에 맞추어 삶에서 실현하는 것만큼 온전한 신앙생활은 없습니다. 따라서 기도보다 성경 말씀을 보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은 하나도 이상한 것도 아니기에 염려하실 것은 없습니다. 반대로 한국 신자들이 그렇게 고쳐나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그럼에도 본인이 염려해서 질문할 정도라면 거의 기도에는 시간을 할당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도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도에 대해 설명하자면 책이 여러 권이 나와야 합니다. 그럴 여유는 없고 현재의 질문자의 상황에 맞추어서 꼭 권면해 드리고 싶은 것 세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다른 이들을 위한 기도는 꾸준히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자기에게 닥친 문제나 고난을 없애달라고 혹은 앞으로의 소망과 계획을 이뤄달라는 기도만 하면 큰 문제가 없는 사람은 기도가 몸에 붙을 여지가 없습니다. 교회 공동체로 모이는 까닭은 다른 이의 고난에 동참하라는 뜻입니다. 자기 기도는 하지 않더라도 주위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기 시작하면 차츰 기도할 제목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둘째는 정식으로 기도의 형식을 갖추는 것만이 기도가 아닙니다. 아무 때나 생각나는 대로 마음속으로 잠시 몇 초간 기도해도 기도입니다. 다른 이의 아픔을 생각하며 뭔가 도와줄 일이 없는지 궁리하는 것도 기도입니다. 그래야만 쉬지 말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분의 생각에 맞춰나가는 작업이 기도이기에 기도에 게으르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히지 마시고 내 생각까지 기쁘게 받으시는, 나아가 그런 생각을 심어주시기 까지 하시는 그분의 사랑과 권능을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하던 마음에 두시고 그분의 인도에 자연스레 온전히 내어 맡기기 바랍니다.
셋째는 모든 일을 신본주의적인 가치관에 따라 분석, 판단, 선택, 결정, 준비, 훈련, 시행하는 것 모두가 사실은 기도입니다.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 뜻을 분별하는 것 자체가 기도라고 이미 말씀드렸듯이 말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의사 결정을 하고 시행해야 할 경우에 따로 성경을 읽지 않더라도 이미 깨달은 말씀의 진리나 내면에 형성된 새로운 가치관에 따라 행하는 것도 기도입니다. 단순히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간구한 후에 가만히 응답을 기다리는 것만이 기도가 아닙니다. 하나님 중심으로 판단하여 실천하는 것, 실천하면서 혹시라도 하나님 뜻에 어긋나는 면이 있는지 살펴서 고쳐나가는 것 모두가 아주 신령한 기도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말씀의 은사를 분명히 받았으니 더욱 귀하게 여기고 집중적으로 가꿔나가십시오. 그 위에 1) 남들의 어려움을 위해서 기도하는 습관을 들이시고, 2) 하나님의 사랑과 권능을 항상 자기 생각 속에 두고 그분의 인도에 자연스레 따르며, 3) 범사를 하나님의 절대적 가치에 따라 분별 판단 실행하십시오.
2/17/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