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는 말로 5학년(?)이 된데다 또 4년 전에 있었던 큰 수술의 후유증도 있어서 그런지 점점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지고 아무리 궁리해도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는 다. 누군가 캠프장에서 지켜야 할 사항을 ‘캠프장 10계명’이란 제목으로 재미있게 표현한 것을 카피해 보관해둔 적이 있다. 하기 수련회 안내서에 그대로 옮겨 적으려고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내용이 무엇이었던가 기억해 내려 해도 단지 재미있었다는 것말고는 첫째 계명의 단 한자도 깜깜했다.
마음속으로 간단하게 하나님 어떡하면 좋지요라고 기도를 드렸다. 잠시 후 남의 것을 빌려 쓸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고 또 이왕이면 실제 모세의 10계명을 활용해 그 순서와 형식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문듯 들었다. 생각나는 대로 종이에 옮겨 적었더니 내가 봐도 만족할만한 훌륭한 ‘캠프장 10계명’이 되었다.
제일은 너는 캠프 대장 외에는 다른 대장을 네게 있게 말찌니라.
제이는 너를 위하여 따로 음식과 침대와 화장실을 고집하지 말찌니라.
제삼은 너는 너의 캠프대장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
제사는 집회와 식사 시간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제오는 모든 동료 성도들을 부모 대하듯이 공경하라.
제육은 남의 식사를 함부로 빼앗아 먹어 굶어 죽게 말찌니라.
제칠은 남의 이부자리에 무단으로 침범하지 말찌니라.
제팔은 칫솔과 물컵 같은 남의 물건과 자기 물건을 혼동하지 말찌니라.
제구는 남의 잘못을 캠프대장에게 이르지 말고 본인이나 열심히 할찌니라.
제십은 남이 은혜 받는 것을 보고 탐내지 말찌니라.
지혜가 부족하면 하나님께 구하면 후하게 주신다고 하신 말씀 대로 속으로 잠시 드린 기도가 바로 응답이 되었다. 그런데 언뜻 생각해보니 이전에는 내 지혜와 총명을 과신하여 지혜를 구하는 일은 하지 않고 이미 확정한 내 지혜대로 이뤄달라는 기도만 드렸던 것 같았다. 지금은 이처럼 기억이 가물가물한 일이 빈번히 생기니까 지혜부터 달라고 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나이 들어 총기가 없어진 것이 오히려 은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왜 지혜를 구하는 기도를 하는데 하나님은 꾸짖지 않는다는 표현을 했을까? 목사인 저도 제 아이들이나 처가 잘 모르고 지혜 없이 굴면 자주 꾸짖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과 다르다. 우리가 아무리 바보천치처럼 굴어도 절대 싫어하거나 귀찮아 하지 않으신다. 혹시 자꾸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져 가는가? 이미 세운 계획을 이뤄 달라고 기도하기 전에 먼저 지혜를 달라고 해보라. 이전 보다 훨씬 총기 있어질 뿐 아니라 주님의 은혜도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약1:5).”
7/29/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