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를 친 후 베이스에 분명히 공보다 먼저 안착한 야구선수에게 심판이 아웃을 선언했다. 순수 아마추어 선수가 공식 시합에 첫 안타를 때려 너무 흥분한 나머지 1루 대신 3루로 내달렸기 때문이었다. 지난 9/1 팀 창단 27년 만에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199 연패 끝에 1승을 올린 서울대 야구 팀에 10년 전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동아리 수준의 유일한 아마추어 팀이라 상대 팀은 콜드게임으로 이기지 못하면 오히려 부담을 가졌다. 반면에 이번 시합을 완투승으로 이끈 P투수는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 만큼 지는 것에 이력이 나 있었던 것이다. 선수 모두 그저 야구가 좋아서 공부와 병행하며 취미 삼아 했다. 현역 고등학교 체육교사이자 서울대 동문인 코치도 무보수로 봉사했다. 한 번 승리 한 것으로 상패를 받거나 랭킹이 바뀌고 팬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자기들도 승리 할 수 있었다는 것 또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각고의 여정이 더 귀할 뿐이었다.
눈이 팽팽 돌아 갈만큼 모든 부문에 급격한 변화가 예사가 되어 버린 이 시대에 너무 한가하고 곰팡내 나는 승리일 수 있다. 그러나 서울대와 상대하는 다른 팀 선수와 감독들은 붙었다 하면 지는 그들의 경기 모습을 오히려 부러워 했다고 한다. 지치거나 짜증스런 기색 없이 승부를 초연해 야구 자체를 즐기는 데 반해 자기들이 되려 힘들게 시합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형통과 성공만이 최고의 가치로 꼽히는 세상에선 꼴찌는 항상 천덕꾸러기일 수 밖에 없다. 하나님의 나라에선 반대로 꼴찌가 오히려 대우 받는다. 이스라엘은 가장 약한 민족이라 제사장 나라로 뽑혔고 가난하고 애통한 심령이라야 천국을 차지할 수 있다. 하나님이 꼴찌만 좋아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꼴찌가 되지 않으면 하나님 은혜를 제대로 충만하게 받지 못한다. 그러나 꼴찌도 꼴찌 나름이다. 세상 사람들이 오히려 부러워하는 꼴찌라야지 세상 꼴찌가 부끄러워 꼴찌를 면하게 해달라고 하나님을 찾는 꼴찌는 오히려 외면당할 뿐이다. 신자란 세상에서 지는 것에 이력이 나야하는 반면 형통하는 것에는 오히려 이상한 기분이 들어야 한다. 지금 세상과 하나님 안에서 당신의 위치는 각각 어디에 있는가? 두 곳에서 다 일등 하려고 하는가? 그럴 수는 절대 없다.
“여호와께서 너희를 기뻐하시고 너희를 택하심은 너희가 다른 민족보다 수효가 많은 연고가 아니라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적으니라”(신7:7)
9/5/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