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영적인 안식처일 뿐 아니라 교제의 중심이기도 하다. 특별히 자체 성전을 소유한 한인 교회에선 주일 예배를 마친 후 교회에서 직접 조리한 한식 식사를 나누며 교제하는 재미가 만만찮고 심지어 전도의 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이 주(state)별로 교회의 식사 교제에도 각기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인 교회는 아마 거의 없을 것 같다.
미네소타주에선 미국 교회들이 주로 하는 Potluck 교제(성도들이 집에서 음식을 각자 만들어 와서 나눠 먹는 방식, 한인 교회들도 가정별로 하나씩 만들어 와서 뷔페식으로 교제를 많이 함)의 경우 부엌에서 조리된 것이 아니라면 식품 안전 검사에서 면제해 준다. 그 말은 슈퍼에서 스낵, 케익, 우유, 소다 같은 것을 사서 나눠 먹는 것은 괜찮지만 가정이나 교회에서 조리한 것으로 교제할 때는 반드시 안전 검사 규정에 적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위스콘신주는 일년에 12번 이상(한 달에 한번 꼴) 공중 식사를 하면 반드시 식당 면허를 취득해야 하며, 인디아나주에선 2001년 비영리법인도 대중에게 식사를 제공하면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자를 고용하도록 한 것에서 더 나아가 올해는 아예 Potluck 자체를 금지시켰다. 반면에 일리노이주에선 비슷한 법규로 많은 교회들의 항의에 직면하자 Rod Blagojevich 주지사가 “Potluck은 정부의 간섭이 필요 없는 오랜 전통”이라고 말하면서 모든 Potluck을 식품안전 검사에서 제외시켰지만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다.
미국이 이처럼 교회 식사 교제에 까다롭게 구는 이유는 예배 보는 동안 음식물을 상온(常溫)에서 오랜 시간 보관하고, 개인이 음식을 부적절하게 조리하고 저장할 수 있으며, 한번에 많은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한 전문가의 말대로 종교 탄압적인 측면이 아니라 교회 헌금 때 불결한 돈을 만진 사람들이 음식을 조리 또는 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도 성찬식에서 떡을 뗄 때에 일일이 정부의 검사를 받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텍사스주의 한 교회는 교회에서 조리는 잘 안 하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매년 25불씩 지불해 공중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면허를 취득해 둔다고 한다.
비록 2000년 통계에 의하면 미전국에서 7천6백만명이 음식 관련으로 질병을 앓았지만 거의 전부가 개인 가정에서 발생했고, 또 1990-95년 교회에서 음식물 관련 사고가 난 것은 년간 477.5 건뿐이었다고 하지만, 워낙 음식물의 위생에 관해 예민한 미국이라 교회라고 해서 예외로 봐주지는 않는다.(이상 자료는 Christianity Today 2005년 4월 호의 교계소식에서 발췌한 것임, 각주 별로 규정이 다를 것이므로 식사 교제를 많이 하는 교회는 각주의 Health Service Dept.의 Food & Drug 부서에 문의해 볼 것)
이 규정대로 따지면 한국 교회는 아마 거의 전부 다 불법일 것이다. 주중의 교제를 빼고 매주일 교제만 해도 일년에 52번이며 한 번에 수십- 수백 명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거기다 한국 음식은 거의 다 주방에서 직접 조리해야 하는 것이다. 주마다 규정이 다르겠지만 도저히 한국 교회가 현 상태로선 일리노이주로 옮기지 않는 한 합법이 될 재간이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이민 교회의 가장 큰 취약점이 교인들이 이민 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편법과 탈법 행위 특별히 탈세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 할 것이다. 물론 이민 일세들이 익숙치 못한 제도, 문화, 언어, 관습, 법령의 부담을 안고 있고 또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게 고생하는 사정을 목회자들이 빤히 보아 알기 때문이긴 하다.
그러나 혹시라도 목회자도 그런 편법과 불법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또 교회마저 그러니 꿀 먹은 벙어리처럼 눈 감아주기로 서로 무언의 약속을 한 것은 아닐까? 당장 이 식사교제 문제 하나만 해도 안 걸리는 교회가 없지 않겠는가?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에서 미국교회를 빌려 쓰거나 자체 건물을 갖지 않고 상가 건물에 입주해 있는 교회치고 제대로 Zoning(도시계획), 건축, 교통, 소방 등의 관련 법규에 걸리지 않을 교회가 과연 얼마나 될까?
LA 마라톤의 코스가 그런 소형 개척 교회들을 포함해 수백 개의 한인 교회들이 밀집해 있는 Korea Town을 지나가며 마침 일요일에 종일토록 거행된다. 당연히 그날은 전면 교통 통제가 되어 교회 출석율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한인 교회들이 주축이 되어 다른 요일로 변경해달라고 로비활동을 벌리고 있다. 물론 그런 행사는 다른 요일에 하는 것이 성경적으로 당연히 맞지만 혹시라도 LA 시당국이 역으로 한인 교회들의 탈법성을 문제삼고 나오면 어떻게 되겠는가? 교회가 세상에 잘못의 시정을 요구할 때는 교회가 먼저 깨끗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브라함이 본토 친척 아비집을 떠나 가나안 땅에 처음에는 우거자(영주할 권리는 있지만 땅을 소유하지는 못함)로 들어 왔다. 그리고 우거(이민) 초창기에는 일부러 거짓말도 하는 등(편법, 불법) 실수를 많이 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언약으로 받은 이삭을 통해 젖과 꿀이 흐르는 그 땅에 믿음의 후손들을 영원한 기업으로 단단히 뿌리를 내리게 했다. 이제는 한인 이민도 백년이 넘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하나님의 은혜로 받은 나이가 넘었다. 초창기의 실수와 잘못을 자꾸 되풀이 할 나이가 아니다. 정말 믿음의 후손들을 이 땅에 영원한 기업으로 뿌리를 내리게 해야 한다.
과연 한인 목회자와 이민 교회가 언제까지나 법과 제도를 잘 모른다는 핑계로 편법과 탈법을 예사로 할 것인가? 그래서 교인들에게도 눈 가리고 아웅할 뿐 아니라 공범자(?)라는 동료 의식 때문에 불법과 부정을 꾸짖을 선지자로서의 사명을 감당조차 못할 것인가? 이제는 한인 교회가 교인들을 불쌍한 우거자로 대하는 것은 그치고 정말 준법정신에 투철하고 건전한 시민의식이 살아 있는 천국 시민권자로 가르치고 권면해야 할 때가 되었지 않는가?
"인간에 세운 모든 제도를 주를 위하여 순복하되 혹은 위에 있는 왕이나 혹은 악행하는 자를 징벌하고 선행하는 자를 포장하기 위하여 그의 보낸 방백에게 하라"(벧전2:13,14)
4/1/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