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종교적 양심에 찔려 피임약을 팔기를 거절하고 다른 약국을 소개해 준 한 미국 약사가 있었다. 그러다 2002년 인도 캘커타를 방문하고 온 뒤로 그의 생각은 더 완고해졌다. 여전히 다른 약국에 소개해 주는 것은 자신이 기존 체제 안에서 문제의 일부분이 된 것이지 정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는 다른 약국을 소개해 주는 것과 처방전을 다른 약국에 넘겨주는 것마저 거절해버렸다. 당연히 그는 관련 당국의 조사를 받았고 2004년 4월 6시간의 추가 윤리 교육과 벌금 2만 불을 부과 받았다. 위스콘신주 Menomonie의 K-mart 약사였던 Neil Nelson의 이야기다. 명기된 규정을 위반한 적이 없는데도 “최소한의 적절한 태도(minimally competent manner)"로 고객을 상대하지 않았다는 명목이었다. 당연히 그의 항변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미네소타주로 옮겨서 2주 만에 또 동일한 경우로 해고 당해 항의해 봤지만 이번에는 업무방해 및 난폭한 행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체포까지 됐다. 위스콘신 약사협회의 벌금 2만 불에 대한 항소는 기각되고 오히려 그 벌금을 지불할 돈마저 없어 년 12%의 이자를 물고 있다.
그로선 결코 의약업계에서 십자군이 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단지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도와주되 반드시 타당한 치료 목적의 약만 주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비슷한 경우를 여러 번 겪게 되었고 벌금도 물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미국 내에선 약사로 다시 취직될 것 같지 않아 Uganda의 Kampala에 있는 병원에서 일하기 위해 조국을 등지기로 했다.
그가 별달리 이상한 종교를 믿는 자가 아니다. 아주 헌신된 천주교인으로 피임약 사용을 부인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자기가 진리라고 믿는 바를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이 희생되고 손해를 보더라도 그 진리를 따르는 자다. [이상은 마침 Christianity Today 8월호/2006 "Plan B를 따르지 않는 약사들(Pharmacists with no Plan B)"이라는 특집 기사에 나온 이야기를 소개한 것이다.]
“Plan-B”이나 “Preven” 같이 성관계 후 72시간 안에 먹는 피임약은 분명 낙태의 일종이다. 그래서 the Christian Medical and Dental Association의 executive director David Stevens는 “그런 긴급사후피임약과 일반적 가족계획용 피임약의 처방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부분에 가장 완고한 입장을 견지하는 측은 카토릭이다.
반면에 The Religious Coalition for Reproductive Choice(출산자유를 위한 종교적 연합-역자번역)에 속한 많은 교단들은 신자라도 그런 사후피임약을 복용할 수 있고 약사들도 그 처방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하등 없다고 말하고 있다.(참고로 이 연합에는 Episcopalians, PCUSA, Conservative and Reformed Judaism, United Methodists, Unitarians 등이 소속되어 있음.)
또 약사가 자신의 종교적 양심에 의해 처방을 거절해도 된다는 규정을 가진 주는 Arkansas, South Dakota, Mississippi, Georgia 4개 주며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주는 Illinois다. 이런 문제들이 자꾸 불거져 나오자 다른 주들도 조만간 양단간에 법적 규정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연방정부 규정은 약사가 개인 양심에 따라 거절은 할 수 있으되 반드시 다른 약국을 소개해 주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인디아나주 Kmart의 약사였던 Brauer의 생각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종교는 불명이지만 피임약 처방을 거절하여 1996년에 해고된 것을 보면 그녀도 천주교인 인 것 같음-역자주) 처방을 거절하고 다른 약국에 소개해 주는 것은 결국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확실히 그렇게 하는(사람을 죽이는) 사람에게 당신을 보낼 수는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하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상기도 동일 기사에서 발췌한 것임)
최근 개신교 인구는 줄어가고 있는 반면에 천주교 교인들은 늘어가고 있다. 그 원인을 교회성장학적 측면에서 아무리 찾아봐야 별 의미가 없다. 이처럼 자기들이 믿는 진리를 모든 희생을 감수하며 몸으로 실천해 보이는 종교(이슬람교도 포함)에는 사람이 몰리게 되어 있다.
그렇게 따지면 개신교도 자기들 믿는 바를 위해 열심히 몸으로 실천하고 있지 않는가? 잘 믿으면 하나님이 현실적 복을 주신다는 것을 철석같이 믿고 열심히 기도하고 말씀보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도 사람이 오히려 줄어드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 실천의 강도(强度)가 약해서인가? 아니면 세상 사람들에게도 개신교가 붙들고 있는 진리가 진리처럼 안 보이고 그래서 그것을 위해 목숨까지 걸 필요가 없다고 눈치 챘기 때문인가?
8/1/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