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78세로 타계한 한 여자 의사의 죽음이 눈길을 끈다. 불치병 환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해 평생을 바쳤고 호스피스 운동을 창시한 정신과 전문의 엘리자베스 퀘블러 박사가 그다. 수세기 동안 의학계에서 금기시됐던 죽음에 관한 연구를 본격화해 죽음에 관한 저서만 200권이 넘게 저술한 그녀도 누구나 반드시 가야 할 길로 떠났다. 노년에 심장병의 고통 가운데도 “죽음은 휴가를 떠 나는 것과 같다”고 여유를 부리던 모습 그대로 “나는 은하수로 춤추러 간다”는 유언을 남긴 채…
그녀는 백혈병 같은 불치병 환자들이 거치는 정신적 과정을 다섯 단계로 구분했다. 그런 병이 걸렸다는 사실조차 ‘부정’하다가,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도저히 자기 힘으로는 어쩔 수 없어 죽음과 ‘타협’하게 되고, ‘우울’증세가 밀려 오다가 마지막으로 겸허하게 그 죽음을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죽음에 관해 인간이 취할 바른 태도는 온전히 ‘수용’하는 것뿐이라는 뜻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죽음만은 예외다.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16세 소녀가 “데이트할 꿈조차 꿀 수 없다는 것,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알기나 하느냐”고 절규 했다. 반면에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고 노벨 평화상을 받은 함마슐드는 “죽음을 찾지 말라. 죽음이 당신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완성으로 만드는 길은 찾으라” 고 했다. 죽음을 잊거나 부정해선 죽음을 완성할 수 없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은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죽을 준비를 잘하는 자만이 죽음을 완성할 수 있다.
죽을 준비란 오직 한 가지 뿐이다. 한 번 뿐인 짧은 인생을 정말 열심히 잘 사는 것이다. 인생의 분명한 목표가 있고 그 일을 죽음보다 사랑하여야 한다. 200권의 저서를 남길 만큼 자기 일에 평생을 건자만이 은하수로 춤 추러 갈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자기가 세운 목표만 이룬다고 잘 죽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부와 명예와 권력을 성취하는 것과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죽음을 완성시키겠는가? 인간은 잘 죽기 위해서보다 제대로 잘 살기 위해 하나님을 반드시 믿고 소유해야만 한다. 죽음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 자만이 이 땅에서도 제대로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은하수에서 춤추며 하나님을 맞으러 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너는 청년의 때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가 가깝기 전에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전12:1)
8/29/2004
우리는 과연 준비를 잘 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