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땀을 쥐게 했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의외로 쉽게 결말이 난 다음날 한국에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상상해 봤다. 선거 때마다 지역별로 지지 정당이 바뀔 수 있다면, 정강을 검토하여 지지 후보를 선택한다면, 진보와 보수가 서로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싸우다 승패가 가려지면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다면, 패자와 승자가 서로 힘을 합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할 수 있다면, 선거 비용의 모금과 사용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마음에 안 드는 후보가 당선 되어도 다음 투표로만 심판한다면…등등
그러나 무엇보다 부러웠던 것은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도덕적 가치(Moral Value)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된 큰 이유는 동성간 결혼을 반대하는 개신교도들이 투표에 대거 참여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라크전쟁, 테러, 경제불황, 사회 보장, 의료보험, 교육 등 산적한 난제를 제쳤다는 것은 아직은 미국 사회가 건전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반면에 ‘거짓말쟁이’나 ‘비겁한 놈’이 가장 심한 욕이 되는 미국도 거짓말이 능사가 되었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지도자들에게 그 동안 식상했다는 의미도 되는 것 같다.
정치인들은 어차피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거짓말을 입에 달고 다니게 마련이다. 그러나 미국은 거짓된 지도자를 지켜보고 있다가 언제라도 바꿀 수 있다는 의사 표시는 분명하게 했다. 한국은 지연, 학연, 족보, 관상이 선택 기준이고 심지어 밥 한끼 얻어 먹은 것만으로 감옥 갔다 온 범법자도 또 찍어준다. 투표는 유권자가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한 의사전달을 하는 수 단이다. 정치인이 종이고 국민이 주인이라는 표시다.
정치판은 어느 나라나 혼탁하다 쳐도 정작 문제는 한국 교회다. 교회의 치리 마저 세상을 닮아 누가 주인인지 분간이 안 된다. 교회의 주인이 신자는 신자라고, 목회자는 주의 종이라고 서로 우기며 다툰다. 교회는 오직 예수님 만이 머리요 주인이다. 교회 치리 원칙도 민주나 독재가 아니다. 단지 성령님의 인도만 있을 뿐이다. 신자나 목회자나 교회 주인에게 자기 의사를 나타낼 수 있는 수단도 투표가 아니라 기도다. 세상을 변화시켜야 할 교회가 오히려 세상을 교회 안에 끌어들이고 있으니 세상에 희망의 빛이 보일 리 없다.
11/07/04 교회 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