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와 십계명

조회 수 1587 추천 수 171 2005.03.24 00:36:41
지난 3/16 오전 백악관에서 있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후 두 번째 기자회견 중에 여러 정치적 질문들에 파묻혀 지나간 간단한 문답이 하나 있다. 한 여기자가 “연방정부건물과 학교등에 십계명과 예수님의 탄생 그림 부조(浮彫 Nativity)가 계속 전시되어야 한다고 믿느냐?”고 물었더니, 부시는 “텍사스 주청사 건물 마당에 십계명이 전시되어 있고 나는 그 전시를 지지한다”라고 그 특유의 방식대로 다소 핀트가 빗나간 듯하지만 단호한 한 마디로 대답했다.

현재 미국의 연방 대법원과 각주의 법원들은 자유주의자들로부터 공공 건물과 학교에서 십계명 조각이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에 위반되니 철거하자는 소송으로 20년 이상 계속 시달리고 있다. 또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under God”이라는 문구와 심지어 모든 달러지폐에 인쇄되어 있는 “in God we trust”라는 문구도 빼야 한다고 소송을 걸고 있다. 말하자면 건국이래 미국의 정신적 제도적 근간이 되어 온 기독교 사상에 대한 불신 세상으로부터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지금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특별히 부시가 기독교적 색채를 공개석상에서 아주 분명하게 드러내니까 그 반발로 더욱 거세어지는 것 같다. 작년 대선에서 민주당 진영의 캠페인 구호조차 “Anybody but Bush”로 부시만 아니면 어떤 사람이 되어도, 정책이 어떻든 좋다고 했듯이 기독교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청사 벽면에는 함무라비 법전, 유교의 법전 등 총 17개의 법전들이 조각되어 있는데도 유독 십계명만 문제 삼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소송도 동일한 맥락이다.

요컨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과 예수님이 무조건 싫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하면 쾌락과 오락을 즐기며 세상적으로 사는데 자꾸 죄책감이 들고 장애가 된다는 뜻이다. 간단한 예로 세상 어느 누구도 또 법과 제도로도 문제 삼지 않는 간음을 십계명 만은 하나님 앞에 아주 큰 죄라고 엄연하게 선포하고 있으니 얼마나 눈의 가시 같겠는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AP통신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십계명 전시를 미국민의 76%가 찬성하고 23%만  반대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법관, 언론, 학계 등 소위 여론 주도층들이 주로 그 23%에 속하니 문제다.

세상 사람은 부시를 싫어할지 몰라도 신자로선 그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복이다. 그가 꼭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신뢰가 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이 형성 되는 가장 기초적인 조건은 상대가 정말 믿을만한가(credibility)이며 또 그것은 얼마나 초지일관성(integrity)를 유지하느냐에 달렸다. 그런 면에서 부시는 우선 합격점에 들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몰라도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말을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바꾸고 자꾸 변명과 핑계를 늘어 놓으면 당장 그 신뢰는 깨어지기 마련이다.  

전국민의 요구를 중립적으로 포용해야 하는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이번 회견에서도 길게 대답하지 않았지만 십계명 전시를 지지한다는 뜻만은 확고하게 드러냈다. 또 그는 틀림 없이 나머지 임기 4년간에도 그 문제에 대해 동일하게 대답할 것이다. 정치적인 면에선 아무리 유능한 통치자라도 완벽한 점수를 받을 수 없으며 과오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지 않고 말을 수시로 바꾸지 않는 지도자를 두고 있다는 사실 하나 만큼은 신자뿐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분명한 복이다.

신자가 하나님을 왜 믿을 수 있는가? 그분은 신실하시고 영원하시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지존자는 거짓이나 변개함이 없으시니 그는 사람이 아니시므로 결코 변개치 않으심이니이다” (삼상 15:29) 세상에서 썩지 아니하고 변하지 않을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기에 온전한 믿음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하나님이 역으로 신자를 볼 때 그분에게 믿음을 주는 대상이 될까? 초지일관 말을 바꾸지 않고 변명과 핑계를 대지 않으며 어떤 상황이 되어도 단호하고도 명확하게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는가? 그분이 우리를 볼 때 과연 믿을만한 신자라고 합격점을 주고 계실까?

신자가 하나님을 알고 예수를 믿어 영생을 얻었고 또 세상 사람과 달리 십계명에 규정된 죄도 안 짓고 십계명 동판의 철거를 반대하는 것 모두 하나님은 분명 기뻐하실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신자된 도리를 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신자는 복음 안에 들어왔기에 어떤 모습에 있든 그 분의 우리를 향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에게 사랑을 베푸시는 일은 조금 주저하고 있지 않을까? 당신이 보시기에 완전히 믿을만한 자리에 우리가 이르기까지 기다리느라 말이다. 하나님께 은혜를 받는 길은 신자가 하나님을 열심히 믿는 것에 달린 것이 아니다. 그 반대로 하나님이 신자를 얼마나 잘 믿을 수 있느냐에 달렸을 뿐이다.

“너희가 만일 공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내가 이 성을 사하리라 그들이 여호와의 사심으로 맹세할찌라도 실상은 거짓 맹세니라.”(렘5:1,2)

3/20/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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