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안해야 하는가?

조회 수 1447 추천 수 165 2003.06.24 16:49:47
처음 미국에 오면 여러 가지 관습이 달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 사람들은 아무 일도 아닌데도 그저 “Thank you!”요, 또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도 “I love you, honey!”다. 한국 사람 특히 저 같이 무뚝뚝한 사람에게는 이해도 잘 안 될 뿐 아니라 도대체 입에 발린 빈 말 같아 괜시리 방정맞고 쑥스럽기까지 하다.

더 웃기는 것은 발을 밟힌 사람이 오히려 “Excuse me!"라고 사과를 한다. 발을 밟은 사람이 미처 미안하다고 할 틈을 주지 않고 먼저 해버리니 더 머쓱해진다. 물론 그 뜻은 내 발이 당신 발이 밟는 곳을 먼저 차지해 불편을 끼쳤고 서로 바쁘고 복잡한 상황에서 꼭 집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그들도 고의로 발이 아프도록 밟혔는데 화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미국 사람에게 미안하지 않으려면 발을 밟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이 급한 것이 아니다. 실수로 남의 발을 밟을 가능성은 언제 어디서나 있다. 그보다는 미국 사람들 같이 “Thank you!”와 “Excuse me!”가 습관처럼 입에서 자동적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더 급하다. 또 그렇게 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꽤 걸린다. 우선 쑥스러움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은 “Thank you!"와 ”Excuse me!"를 입에 달고 다니게 되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정말 감사하게 되고 진심으로 미안한 기분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말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게 되었다는 것은 마음에 거리낌이 전혀 없어졌다는 뜻이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미안하기 이전에 최소한 방금 말로 표현한 것 외의 다른 숨겨진 심보는 없다는 것이다.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잠18:2)”고 했다. 말은 일차적으로 이미 품고 있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지만 신자의 경우는 말하는 것에 따라 그 마음이 바뀌기도 한다. 신자가 믿음의 말을 지혜롭게 할 때에 하나님이 그 말 가운데 이미 허락해 놓으신 권세로 하여금 실제적인 능력이 되어 나타나게끔 해 주시기 때문이다. 금주는 추수감사절 주일이다. 신자로서 지난 일년 간의 주님의 채워 주심에 대한 진정한 감사가 있어야 한다. 가장 적은 일이라도 좋으니 한 번쯤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입술로 크게 소리 내어 고백하는 찬미의 제사를 드려보라. 스스로도 놀랄 만큼 주님의 권세가 드러남을 틀림 없이 보게 될 것이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시50:23)

11/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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