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주간에 금식하지 말라

조회 수 2391 추천 수 207 2007.04.05 17: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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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는 고난 주간으로 교회와 성도들은 주님의 고난에 동참할 목적으로 다양한 행사를 한다. 필리핀의 카토릭 신자들은 매년 실제로 십자가 처형을 당하는 장면을 재현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으로 하는 것은 금식이다. 고난 주간 7일간 전부나 매일 한 끼를, 혹은 며칠 간 또는 성금요일 하루만이라도 기도하며 금식한다.  

그러나 과연 그러는 것이 그분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일까? 인간이 예수님의 고난을 조금이라도 함께 맛보아서 그분이 우리를 위해서 얼마나 힘든 고통을 겪으셨는지 이해하려 들겠다는 시도가 아니 생각이 너무나 어리석고도 교만한 것이 아닌가 말이다.

우선 육신적 고통만 해도 실제로 십자가 처형으로 완전히 죽지 않고는 만분의 일도 도무지 알 수 없다. 나아가 육신적 고통보다는 죄악과 사단과 사망의 권세에 눌려 있는 인간의 불쌍한 처지를 심령 깊숙이 통분히 여기며 우시는 주님의 그 눈물은 더더욱 나눌 수 없다.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 고난 자체에 동참하는 것이 되어선 안 된다. 아니 될 수조차 없다. 그분이 고난당하신 의미와 목적에 동참해야 한다. 주님의 뜻은 고난은 당신께서 당하시고 대신에 죄인을 살리시는 것이었다.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그렇다고 이제 신자는 구원의 기쁨만 누리면 된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한 알의 썩는 밀알이 되어 죄악으로 가득 찬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또 화목케 하는 말씀을 맡은 자로서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일을 하느라 세상에선 어떤 손해나 희생과 핍박을 기꺼이 감수해야만 그분이 당하신 고난에 실제로 동참하는 것이다.

금식으로 주님의 고난을 기념은 할 수 있고 또 그럴만한 충분한 의미는 있다. 그러나 주님의 고통에 비하면 전혀 고통이라고 할 것까지 없는 금식으로 감히 주님의 고난에 동참한다고 여겨선 안 된다. 이 주간에 모든 신자는 십자가 의미를 되새겨 그분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소명을 목숨이 다하는 그날 까지 충성하겠다고 다시 온전하게 헌신해야 한다.

바꿔 말해 오히려 열심히 먹고 힘을 내어서 흑암에 눌려 있는 영혼을 구원하러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감상적인 기분에 젖어 그분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까 추측이나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지금도 주위에서 사정없이 무너져 내리는 황폐한 성벽이 보인다면 그래서 그 성벽을 막아 설 자를 하나님이 계속해서 찾고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면, 신자가 할 일은 오직 하나다. “내가 여기 있나이다. 주여 나를 어서 보내소서.”

“내가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골1:24) 바울은 불신자를 구원하고 고난 가운데 있는 성도들을 섬기느라 자신이 괴로움을 받는 일로서 주님의 남은 고난을 자기에게 채운다고 고백했다. 그것도 단순히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기쁘게 감사함으로 받았다. “흉악의 결박을 풀어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케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바로 하나님이 기뻐하는 금식”(사58:6)이기 때문이었다.

고난 주간에 주님의 십자가를 기념하여 새롭게 헌신하는 금식은 하되 마치 주님의 고난에 동참한 것인 양 생각지는 말아야 한다. 나아가 그 금식을 자랑하거나 신앙 실력의 우월을 나누는 척도로 삼는 일만은 더더욱 결코 해선 안 될 것이다.  

4/6/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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