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창 무더울 때에 한 밤중에 모기가 한 마리 들어와 완전히 잠을 설쳤다. 이곳은 건조해 거의 모기를 볼 수 없는데 아마 며칠간 후덥지근 하게 습기가 찼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망할 놈(?)의 모기는 언제나 옆에 같이 누워 자는 아내는 전혀 거들떠보지 않고 나만 물어댔다. 밤중에 저는 벅벅 긁고 집사람은 모기약 스프레이를 뿌려대는 난리법석을 한 3일간 치뤘다.
제가 “내피가 너무 불순물이 없어 깨끗하니까 나만 무는가 보다”라고 농담을 하니까, 집사람이 받아 하는 말이 “모기는 더러운 것을 좋아 하니까 당신 피가 맑지 않고 더러워 모기가 얼마나 맛있게 먹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또 “피가 문제가 아니라 모기가 암놈이었나 보지. 그러니 남자만 물겠지”라고 되받았다. 아직도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히 모르지만 아마도 아내의 의견이 맞을지 모른다. 목사지만 여전히 제 피 속에는 사탄이 좋아하는 더러운 죄의 본성이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위대한 설교자 스펄전은 평생을 두고 이런 기도를 했다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만약 그리스도의 피가 아닌 피가 한 방울이라도 내 몸 속에 흐르고 있다면 그 피를 방혈(防血)시켜 없어지게 해 주시기를...” 신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흘리신 피로 구원을 받았지만 여전히 영혼이 부패했던 흔적과 원죄의 본성은 남아 있다. 매일 스펄전처럼 내 피를 예수의 피로 깨끗하고 맑게 해달라는 기도를 쉬지 않고 해야 한다.
생명은 피에 있다.(창9:4,5) 육신적 생명의 활력과 영양을 전신에 골고루 공급하는 것이 피다. 인간의 영혼도 순결한 예수님의 영으로 깨끗해져야만 참 생명 가운데 우리의 속 사람이 거룩하고 의로워질 수 있다. 당신의 혈관에는 주님의 피가 얼마나 흐르고 있는지? 단지 때때로 위급할 때만 임시로 조금씩 수혈 받아선 그 생명에 힘이 없고 오래 갈 수도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도 바울은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어떻게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 (빌1:8)고 했다. 심장자체가 그리스도의 것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주님이 연약한 죄인들을 향해 갖고 계시는 그 긍휼한 마음을 우리 속에도 똑 같이 간직하는 길 뿐이다. 바울이 너희 무리를 어떻게 사모하는지 하나님도 아신다고 감히 고백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오직 자기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 (히9:12)
8/21/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