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온 여고생이 하숙생으로 함께 지내게 되어 말은 잘 안 통하지만 서로 배우는 점이 많이 있다. 우리 집에 온 첫 날 간단히 복음을 전하고 식사 때마다 하는 기도의 내용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지 간단하게 가르쳐 주었다. 아직 믿음이 온전하게 생기지 않았겠지만 그대로 흉내라도 내려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그런데 그 날 제가 먼저 밥을 먹고 일어나 소파에 앉아 있는데 그녀가 다시 저에게 물었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어떻게 기도하느냐는 것이다. 참으로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어 웃으면서 식사 후에는 기도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그 대답을 들은 얼굴 표정이 완전히 납득이 된 표정이 아니었다.
그 때 갑자기 제 마음속에 불신자들도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 준 엄마에게 식전에는 “잘 먹겠습니다”라고 또 식후에는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 하는데라고 그녀가 의아해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아가 신자가 하나님에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을 엄마보다 별 볼일 없이 취급하는 것이며 식전에 감사히 먹겠다고 기도한 것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지 않겠는가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일상적이고 사소한 식사니까 별로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을지 몰라도 만약에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면 어떻게 될까?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해서 어렵고 고달픈 문제에서 구원 받았는데도 과연 우리가 감사의 제단을 쌓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속담에 화장실 갈 때와 올 때 다르다고 했다. 우리는 급한 일이 있을 때만 모든 열심을 다해 하나님을 찾다가 그 일이 해결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하나님 당신에 대해선 별로 아쉽게 느끼지 못한다. 받을 복만 바라고 바쳐진 살진 짐승의 기름은 하나님이 절대 달가워하지 않는다. 감사로 제사드릴 때에만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다. 족장시대의 믿음의 선조들은 가는 곳마다 여호와를 위해 단을 쌓았다. 어느 곳이든 가기 전에 단을 쌓았고 도착해선 반드시 감사의 제물을 바쳤다. 식사 후에도 기도하는 습관을 들여 보면 우리의 메말랐던 기도 생활이 훨씬 더 은혜가 넘치고 풍성해지지 않을까?
“너희가 내 앞에 보이러 오니 그것을 누가 너희에게 요구하였느뇨 내 마당만 밟을 뿐이니라.”(사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