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50년간 본인이 흑인인줄 알고 살았던 사람이 DNA 검사결과 백인으로 판명 났다. 오랫동안 미국의 남부 지방에는 ‘한 방울 법칙(one drop rule)’이란 것이 있어 조상 중에 흑인 피가 조금이라도 썩여 있으면 흑인으로 간주했다. 과거 노예제도가 있었을 때 백인들이 자기들 혈통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고집했 었던 관습이다. 이 사람도 흑인 빈민가에서 자라다 보니 어려서부터 아예 자기는 흑인인 줄 착각했던 것이다.
한편 뉴욕타임즈는 12/28 인종적으로 모호한 EA 세대(Ethnically Ambiguous)’가 글로벌시대의 새로운 문화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광고, 음악, 모델 업계에 다중 혼혈족 모델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모든 분야에 세계화가 이뤄지고 인종간 결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특별히 25세 이하 Y세대에서는 인종적 다양성이 아주 큰 매력으로 통한다고 했다.
그런데 EA세대가 인종차별을 없애는 것은 좋지만 반드시 바람직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상대적 다원주의다. 한 마디로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다. 옳고 그른 것을 구분지울 수 없다는 중립적 가치가 윤리적으로 가장 중요시되고 모든 부문의 벽을 허물어 외적인 하나로 통합되는 것만이 인류 공동체의 유일한 목표가 되었다. 세상은 흔히 하는 말로 좋은 것이 좋다가 되어버렸다. 당장에 분쟁은 없어질지 모르지만 추구하고 변화시켜야 할 절대적 진선미의 기준이 없어 개선과 발전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하향평준화만 나타날 뿐이다.
바벨탑 사건에서 하나님이 인류를 온 땅에 흩으시고 언어를 혼잡하게 한 까닭이 인간의 통일된 힘이 하나님을 대적할까 두려웠던 것이 아니다. 아무리 인류가 하나 되어도 그 분의 전지전능하신 권위 앞에 절대 맞설 수 없다. 하나님은 인간이 인종적, 문화적으로 모호하게 되면 도덕적으로 더 나빠진다는 것을 염려했던 것이다. 세상은 제2의 바벨탑을 향해 달려 가고 있다. 그러나 신자만은 세상과 혼혈되는 SA(Spiritually Ambiguous)세대가 되어선 안 된다.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를 고집하라는 것이 아니다. 천국 복음으로 거듭난 인생이 죄악된 세상의 가치관과 썩여선 안 된다. 흑인인줄 알며 살았던 백인의 50년은 되돌릴 수 없다. 신자가 십자가 혈통의 순수성을 유지하지 않고 살면 그것 또한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착각이 될 뿐이다.
“구스인이 그 피부를, 표범이 그 반점을 변할 수 있느뇨 할 수 있을찐대 악에 익숙한 너희도 선을 행할 수 있으리라”(렘13:23)
1/11/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