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63년 헌법상의 종교의 자유에 저촉 된다는 이유로 공립학교에서 기독교식 기도를 금지시켰다. 지금 한국에선 그와 비슷한 사태가 역으로 기독교 인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 단군 경배에 종교적 의미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내리자 각급 학교와 공공장소에 설치된 단군상에 아무나 경배하게 하면 종교의 자유에 위배 된다고 신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나아가 국민 세금으로 특정종교의 우상을 만들게 해놓고 자라는 아이들로 절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신교측에선 단군을 신화상의 허구의 인물로 보지만 반대쪽은 이순신처럼 역사상 실존한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양쪽 주장이 각기 일리가 있다. 특별히 ‘단군’이 성경에 나오는 애굽의 ‘바로’처럼 고조선 임금의 직분을 나타내는 보통명사이지 특정 개인 이름이 아니라고 한다. 또 하늘에서 내려 온 환웅과 땅에 살던 곰이 인간으로 변신해 결혼한 것을 두고 태양신을 숭배하던 유목민과 지신(地神)을 숭배한 농경족의 평화로운 융합으로 해석한다. ‘곰’이란 단어가 동물 곰보다 땅을 지칭하는 고어(古語)인데 이 설화를 기록한 일연 (一然) 스님이 잘못 해석한 탓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역사와 신화의 구분이 아니다. 신화 속 인물도 동상으로 만들어 세울 수 있다. 단군이 우상인가 아닌가 판단 기준은 그에게 하나님을 대신하는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가에 달렸다. 바울은 아테네 거리에서 심지어 ‘알지 못하는 신’이라 명패 붙은 동상도 보았다. 그러나 금이나 은이나 돌에다 사람의 기술과 고안으로 새긴 것들과 하나님을 같이 여기지 말라고 했지 당장 철거하라고 하지 않았다. 상천하지에 한 분 뿐인 절대자 하나님은 에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주신 새 언약에도 돌 비에 쓰일 수 없고 신자의 심비(心碑)에 기록된다고 했다.
일부 개신교계가 강제로 단군상을 철거하겠다는 것은 배타적이고 편협하다는 상식적인 비난을 받기 전에 오히려 단군을 하나의 신으로 인정해 주는 셈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인간이 고안해 낸 우상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없는 것을 없다고 증명할 길은 없다. 대신에 살아계신 하나님을 보여 주면 된다. 주님이 이 땅에 오신 것과 신자를 구원하신 것이 바로 이 일을 위해서다. 그런데도 혹시라도 신자의 심비에도 돈과 명예와 권세가 하나님 대신 들어서 있는 모습이 보이니까 저들도 단군을 기를 쓰고 끝까지 고집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우상은 세상에 아무 것도 아니며 또한 한 하나님은 한 분밖에 없는 줄 아노라 그러나 이 지식은 사람마다 가지지 못하여 어떤 이들은 지금까지 우상에 대한 습관이 있어 우상의 제물로 알고 먹는 고로 그들의 양심이 약하여지고 더러워지느니라” (고전8:4,7)
2/15/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