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선수들이 한국 지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함으로 28회 올림픽이 아테네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올림픽은 그 출생지에서 다시 갖는 기념 잔치이다 보니 IOC 전 회원국이 한 나라도 빠짐 없이 참석하였다.
그리스 신화의 땅이라 식전행사에 제우스, 아폴로, 포세이돈, 에로스 등 온갖 신들이 등장했다. 특별히 그 중에 반인반마(半人半馬)인 켄타우로스 신이 창을 던지자 운동장이 인공 호수로 변하고 그 속에서 각종 조각상들이 솟아 오른 것은 압권이었다. 남녀 무용수들도 그리스 조각상처럼 미끈하게 나신(裸身)으로 분장했고 컴퓨터를 이용한 특수 효과로 관중을 완전히 환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천년 전 사도 바울이 이 도시를 방문했을 때에는 ‘알지 못하는 신(the unknown gods)’에게 바쳐진 제단도 있었다. 혹시라도 인간이 알지 못하는 신들이 있는데 미처 경배하지 못해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고대 올림픽 때는 자연의 가공할 위력 앞에서 인간은 신들에게 아첨하기 바빴다. 그러나 이제 최첨단 과학시설의 도움으로 파르테논(萬神殿) 안에서만 이뤄져야 할 신들의 파티를 거대한 스타디움의 현란한 조명 아래로 끌어내어 인간을 위한 잔치로 바꿀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 화려한 개막식이 자꾸 귀신들이 설치는 잔치인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이 과연 나만의 기우(杞憂)일까?
식전 행사에 이방의 우상 신들이 설쳐서가 아니다. 우상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탐욕을 채우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 차후 2주 간 전세계의 내노라 하는 건각들이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며 수 많은 인간 승리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하여 인류화합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여 100미터를 9초 내에 달리든 마라톤을 2시간 안에 완주하든 도대체 그것이 무슨 영원한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 인간의 능력이 숭배될수록 참 신이신 하나님은 인간으로부터 멀어지고 그 배후에는 사탄의 음흉한 미소가 있게 마련이다. 신들을 끌어내어 인간을 위한 잔치를 벌리게 한 것 같지만 하나님을 배제한 채로는 인간은 언제나 사탄에게 질 수 밖에 없고 자기가 만든 허상에게 거꾸로 노리개 감이 될 뿐이다. 인류화합도 잠간의 헛된 꿈으로 끝나고 또다시 온갖 부정과 판정시비로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질지 모른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않고 도리어 즐기고 있으니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전2:3)
8/15/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