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adhd 기질로 인해 일하는 게 힘들다고 썼는데
아직도 그게 지속됩니다.
이제는 레지던트가 되어서 더 책임질 일이 많아졌는데 저의 나약함과 한심함으로 인해 환자에게 해를 끼치진 않을지 또 그게 저에게 책임으로 돌아오지는 않을지 걱정되기도 하고요.
일을 너무 오래하고 많이하는 직종이라 더 압박감과 스트레스도 심해지고 그럴수록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미루는 증상도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약은 꾸준히 먹고 있는데 효과가 안먹는 것보다 낫다는 정도이네요.
대학 다닐 때는 스트레스를 받긴 했어도 우울하지는 않았는데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책임이 커져 출근할 때마다 사방에서 에워쌈을 당하는 것 같습니다.
또 1년전에 부모님과 싸웠다고 했는데 아직도 어머니와 화해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용서할 마음이 이제 생겼는데 이젠 어머니가 저를 받아주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제 한심한 모습을 보고 화를 낸 게 기억나서 아직도 나는 한심하고 나아지지 못했기 때문에 받아주지 않을거라는 생각 때문에 차마 연락을 못드리겠네요. 일 때문에 힘든데 부모님마저 다시 저에게 상처를 준다면 제가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요.
목사님 말씀처럼 유자님의 사정을 짐작조차 못하여 기도외에 어떤 말로 위로를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변화무쌍한 현대의 바쁘고 피곤한 일상에 치여 어리석게도 우리는 때때로 한 사실을 망각한 채, 곧잘 걱정과 염려로 두려움에 떨지만, 이 우주를 창조하시고 세상의 참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바로 우리의 아버지라는 사실입니다. 그런 아버지의 뜻안에서라면 두렵고 또 못할 것이 뭐 있나요^o^ 설령 실수를 반복 하더라도 우리에겐 합력하여 선으로 이끄시는 세상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는 든든한 아버지가 계십니다.
우리로선 당장 내일의 일도 알 수 없지만, 혹여 내일 정반대의 삶이 우릴 기다릴지라도 우리의 길을 예비하시고 이끄시는 주님께서 늘 함께하시니, 걱정과 염려는 모두 그분께 내려놓고 우리는 그저 주님 손 놓치지 말고 그분으로 인해 항상 기뻐합시다^-^
기도하겠습니다.
유자님 본인의 어려운 사정을 제 삼자로선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하고 어떤 권면도 위로는커녕 오히려 마음의 짐이 되지나 않을지 염려될 것입니다. 저희로선 기도해드리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요청을 받으려고 그랬는지 마침 오늘 아침에 한국의 한 자매 회원님으로부터 개인적으로 비슷한 사정으로 위로와 기도를 부탁받았습니다. 참고하시라고 그분에게 보낸 카톡 답변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강박증 같은 정서적 문제는 약만 먹는다고 완전히 치료되지 않습니다. 전인적 치료(상담, 운동, 수면, 영양, 취미, 교제 등등)와 함께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현실적 성취도 달성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자기 의지로 사고 활동을 조금 단순하게 낙관적 긍정적으로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기도도 단순히 약 먹고 낫도록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매님이 전인적 치료와 의지적 노력을 잘 하도록 생각나는 대로 기도하겠습니다. 샬롬!"
강박증과 ADHD는 구체적인 증상이 다르지만 어쨌든 정서적 차원에서 본인의 의지로 통제가 알 될만큼 힘들다는 면은 같을 것입니다. 저와 회원님들이 유자님을 위해서 기도는 당연히 해드리겠지만, 유자님 스스로도 때로는 일상의 바쁜 일에 완전히 손을 놓고 휴식, 운동, 취미 활동에 전념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저런 정서적 문제도 자신의 의지로 극복해보려고 조금씩 그리고 끝까지 노력하셔야 할 것입니다.
부모님과의 화해도 "사랑은 실천하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눈 질끔 감고 먼저 찾아가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보십시오.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우리 위나 저 같은 세대의 어른들은 겉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너무 미숙합니다. 먼저 찾아가서 꼭 화해의 메시지가 아니라 따뜻한 말만 한마디 해도, 아니 식사만 한끼 나눠도 부모님 쪽에서 너무너무 기뻐하실 것입니다. 그러면 틀림없이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를 왜 그렇게 오래 동안 망설이고 염려했을지 의아해질 것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