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우리나라에서 군인들이 수해작업을 돕던 중에 사단장의 횡포로 (수해작업을 하는데 이유없이 구명조끼를 못입게함) 상병 한 명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것도 시험관 시술로 힘겹게 얻은 외아들이었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을 준행하기 위해 온갖 노력과 기도로 자녀를 가졌지만 강포한 지휘관 한 명의 횡포로 전부 허사로 돌아간 겁니다. 해당 상병의 부모님은 이미 나이가 많아 다른 자녀를 가질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05709.html
또, 새터민 가정이 남한에서 아이의 양육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공급되기를 기다렸지만 제때 공급되지 않아 일가족이 아사하는 충격적인 일도 있었습니다. 자살하는 것은 지옥으로 직행하는 것이기에 어려운 형편에서도 끝까지 자살하지 않고 공급을 기다리면서 버텼지만 결국 패배하고 만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거나 버는 돈의 40% 이상이 빚상환에 쓰이고 가난을 면치 못하는 '한계가구'가 증가하여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상에는 인간끼리의 죄악으로 인해 생육하고 번성하려는 노력이 무산되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하나님이 기계적으로 복 주시는 자판기가 아니니 개별 사건과 여건에 개입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러한 세상의 행태를 보고 너무나도 슬퍼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외아들을 잃은 부모님의 심정이 어떨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하나님 뜻에 따라 사는 것이 생각보다 더 굽어진 길이고 힘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가 어찌됐던 간에, 이러한 경우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을 준행하는 데 실패한 것일까요?
해리슨님 참으로 안타까운 두 가지 예를 들어서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준행하는 데 실패한 것일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질문 자체가 조금 광범위하고 애매합니다. 우선 그 질문이 성립되려면 그 당사자들이 반드시 신자여야만 합니다. 만약 신자가 아니라면 단순히 인생사의 너무나 흔한 비극에 희생된 것일 뿐입니다. 본인들이 하나님과 관계를 두고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기에 제삼자인 신자가 그들을 걱정해 본들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주변의 신자들이 제대로 전도하지 못했다는 점부터 회개하고 더욱 복음 전파에 열심을 내야 합니다.
신자의 경우만 따져봐야 하는데,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비극을 당한 경우는 하나님의 명령을 준행하는 데에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본인도 열심히 잘살아 보려고 노력했으나 도무지 자신의 통제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될 동안 하나님께 정말로 순전하고도 굳건한 믿음으로 간절히 기도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살의 경우는 조금 다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성경 문답에서 몇 번 다뤘으니까 참조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인간 사회의 환난과 재앙은 인간의 죄악에 기인합니다. 아담의 타락으로 원죄 하에 태어나는 모든 인간이, 신자도 포함하여서, 탐욕과 교만에 눈이 어두워져 서로 자기부터 많이 차지하려는 다툼으로 그 모든 비극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창3:17-19) 말씀하신 참극도 사실상 그런 결과인 셈이므로 신자 개인의 충성과는 별개로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주제에 대해선 최근에 “하나님의 공의와 인간의 고통”이라는 제목으로 14번 설교했으므로 그 시리즈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신자의 생육 번성과 고난은 하나님의 관점에서 접근 이해해야 합니다. 먼저 신자는 단순히 현실 삶에서만 번성할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게 사는 삶에서 더욱 번성해야 합니다. 세상 앞에서 소금과 빛으로 서야 하므로 하나님을 대적하고 진리의 반대편에서 죄악을 즐기는 사람들로부터 멸시 천대 핍박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신자가 정말로 신자답게 살고 있다면 세상으로부터 고난을 받게 마련입니다.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을 따르는 것이 신자인데, 신자가 겪는 어떤 고난도 예수님에 비하면 사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물론 어떤 고난이든 직접 당한 사람의 아픔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다른 이와 비교하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내가 겪는 고난에 비해 더 심하고 오래된 고통을 더 많이 계속해서 받는 신자들도 많습니다. 초대 교회 신자들은 대부분 순교 당했습니다. 그런 자들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세상 죄로 인한 억울한 죽음이었기에, 오히려 신자로서 거룩하게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충성한 셈입니다.
신자는 매일의 삶을 하나님의 선하신 보호와 인도에 맡기고, 신자로서 행할 바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행하면 됩니다. 그것이 신자가 생육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충성하는 일이지, 단순히 현실적인 축복과 고난으로 그 충성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됩니다. 제대로 원하시는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