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토끼

조회 수 1646 추천 수 145 2003.06.24 16:46:30
이번 주 금요 찬양 예배를 준비하는 동안 평소와 같이 교회 정원에 나와 있었더니 몇 주 전에 사라졌던 토끼가 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돌아 왔다. 그 동안 안 보였던 것이 단지 기온이 내려간 까닭이었지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역시 길쌈도 하지 않고 수고도 하지 않았지만 천부께서 그 토끼를 먹이시고 기르시고 보호하고 계셨던 것이다.  

또 주말에는 오랜만에 둘째 아이가 다니러 와 이틀을 함께 지냈다. 금요일 저녁 학교 기숙사에서 할로윈 파티를 하는데 온갖 귀신 가면으로 분장하는 동료들과   영적으로 도저히 융화되지 않아 피할 겸해서 왔던 것이다. 그런데 학교로 돌아 갈 때 기숙사에 도착하면 바로 전화하라고 했는데도 잊었는지 연락이 없었다. 괜히 또 혹시 가다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앞섰다. 꼭 전화가 와야만 안심을 하는 것이 토끼가 건재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아야만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믿는 것과 같았다.

신자들은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은 잘 믿는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 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는 것”(마6:26)을 믿습니까라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아멘!’ 하고 그 즉시 크게 화답한다. 어느 누구도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공중의 새’ 대신 자기 이름을 넣어 낭독하게 한 다음 다들 이 말씀을 믿습니까라고 물었을 때도 여전히 같은 목 소리로 즉시 아멘 할 수 있을까? 우주만물을 주관하시는 객관적인 하나님은 잘 믿는데 자신의 일생을 세밀하게 인도하시는 주관적인 하나님은 잘 믿지 못한다. 나의 주님이 아니라 멀리 계시는 모든 사람의 하나님을 믿은 것에 불과하다.  

이미 자기에게 일어난 일은 단지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반추만 하면 되지 따로 믿음이 동원 될 필요가 없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하나님이 분명히 이루실 것을 믿는 것이 믿음이다. 토끼가 건재함을 내 눈으로 보아야 하고 또 아들로부터 안부 전화를 내가 직접 받아야만 안심 되는 것은 나를 믿은 것이지 하나님을 믿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 목사가 아무리 성경을 잘 강해 해도 여전히 객관적인 하나님을 믿으라고 가르친 것 뿐일 것이다.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일만 스승은 있으되 아비는 많지 아니하니”(고전4:15)라고 했다. 목회를 할수록 자식에게 몸으로 본을 보이는 아비가 아니라 말로만 학생을 가르치는 스승이 되려는 타성이 자꾸 몸에 베려고 한다.  

“선지자가 있어서 여호와의 이름으로 말한 일에 증험도 없고 성취함도 없으면 이는 여호와의 하신 말씀하신 것이 아니요.”(신18:22)  

10/28/200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9 개신교 위기의 진짜 원인 [1] 운영자 2006-07-13 2032
18 참으로 슬픕니다. [2] 운영자 2007-04-17 2034
17 소망의 빛을 보았습니다. [1] 운영자 2008-01-07 2050
16 지구를 떠날 수는 없지 않는가? [1] 운영자 2008-06-02 2136
15 인생이 최고로 행복해지는 비결 운영자 2007-02-28 2162
14 하나님도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일 [4] 운영자 2004-07-19 2187
13 스타박스 커피와 교회 운영자 2007-05-14 2214
12 태아는 언제부터 고통을 느낄까? 운영자 2005-08-30 2323
11 어떤 교회가 참 교회인가? 운영자 2004-07-05 2334
10 목사가 꼭 봐야 할 세 편의 영화 운영자 2006-02-02 2336
9 고난 주간에 금식하지 말라 운영자 2007-04-05 2391
8 복음의 엠바고(Embargo)를 깨어라 운영자 2005-05-27 2461
7 몰몬교의 현대판 패각추방 운영자 2005-03-08 2473
6 도덕적 강박성 신경질환 [2] 운영자 2006-04-13 2539
5 예수님 재림의 때를 과연 아무도 모를까? [4] 운영자 2015-02-28 2734
4 속어(俗語) “Jesus Christ!"의 유래 [3] 운영자 2010-08-17 2752
3 다른 것은 다 깽판 쳐도... [4] 운영자 2008-10-02 2831
2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운영자 2005-04-25 3747
1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주(州)는? 운영자 2005-11-11 5105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