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도 하지 않는 목사

조회 수 1487 추천 수 142 2005.12.29 18:18:04
새해 결심도 하지 않는 목사




벌써 한 해가 다 갔습니다. 50대 이후는 세월이 날라간다고 했는데 정말 실감이 납니다. 연말 연시가 되면 모든 사람들이 지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계획합니다. 그러나 저는 올해 그 둘 다 아무 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신년 아침에 결심을 하지 않는 것을 신념 결심으로 한 셈입니다. 작심삼일 같이 어차피 얼마 못 가 지키지 못할 것이라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는 사회의 첫걸음을 봉제 무역회사에서 시작했습니다. 무역은 하루 아니 한시를 다투는 일이며, 옷이란 제품은 아주 세밀한 구석구석까지 신경을 써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착오가 나면 납기와 품질과 가격에 차질이 오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게 됩니다. 그래서 그 때 이후로 저는 아주 조직적, 체계적으로 꼼꼼하게 챙기는 습관이 몸에 베였습니다. 무슨 일이든 먼저 계획을 세우고 그 진척 상황을 점검해나갔습니다. 한 마디로 매일 아침 저녁으로 Daily Planner를 챙겨보는 자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습관을 그만 두었습니다. 어떤 글에 한 신자가 아침에 그날 일을 계획하지 않는다는 것을 읽은 이후부터입니다. 매일 하는 일상적 업무는 계획하지 않아도 다 아니까 구태여 적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그날 하나님이 어떤 일로 인도하시고 누구를 만나 무슨 열매를 맺게 하실까 전적으로 그 분께 맡기며 기대와 흥분으로 하루를 보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Daily Planner를 아침에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저녁에 들어와 그날 일어난 일, 하나님께 은혜 받은 것만 적는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멋진 신자이지 않습니까?

내년도에 제가 할 일은 이미 다 정해져 있습니다. 올해 했던 그대로 이 홈페이지를 통해 열심히 주님을 증거하는 일 뿐입니다. 남은 평생을 두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구태여 계획을 새롭게 따로 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저로선 꾸준히 그 일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나님이 새해에 어떻게 열매 맺게 하실까 기대와 설렘을 간직한 채 말입니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 저는 이제 더 이상 지난 일도 되돌아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말하자면 저녁에 다이어리 적는 일조차 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지난 일을 되돌아 보는 것은 후회 아니면 자랑, 두 가지 결과 밖에 낳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나님께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는 당연히 따라야 합니다만, 죄의 본성이 아직도 펄펄 살아있는 저로선 감사보다는 후회와 자랑이 자연스레 앞섭니다. 나아가 지난 일을 자꾸 회상하면 앞 날의 일이 진척되는 데 방해만 됩니다. 후회는 실망을, 자랑은 나태를 낳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근래 오직 한가지만 결심한 후에 매일 그것을 실천하는 데만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 무조건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나아가 앞날의 계획도 세우지 말고, 오늘 하루 일단 내가 할 일만 하자. 아침에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열고 자판 위에 손을 얹으면 성령님이 내 할 일을 인도하시고 전할 말을 머리 속에 떠오르게 해주시리라.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 오직 우리가 어디까지 이르렀든지 그대로 행할 것이라”(빌3:12-14,16)

새해에 결심할 것이 따로 없다는 것은 아무 할 일이 없거나 완전히 평생을 두고 할 일을 하나 발견하여 지금 하고 있다는 뜻 둘 중 하나입니다. 저는 감히 말하건대 후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너무 감사하고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12/29/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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