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use I Say So

조회 수 328 추천 수 30 2013.05.15 02:32:26
마가 복음의 특징 중 하나는 긴박성입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신속하고 사건 전개가 빠릅니다. “곧”과 “즉시”란 단어가 다른 어느 복음서보다 훨씬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가복음을 읽으면 숨이 가쁘고 긴장하게 됩니다. 마가는 마치 독자에게 즉각적인 순종을 요구하는 듯합니다.

즉각적인 순종입니다. 아무런 토도 의문도 생각도 달지 않은, 조건반사적인 순종 말입니다. 예수께서 갈릴리 해변으로 지나가시다가 시몬과 그 형제 안드레가 바다에 그물 던지는 것을 보시곤, 나를 따라 오라 내가 너희로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그 둘은 이게 무슨 소린가 생각도 해 보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고 곧 그물을 버려 두고 좇습니다.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도 그물을 깁다가 예수께서 부르시자 아버지를 배에 내버려 두고 그 즉시 예수를 따라 갑니다. 이렇게 마가는 즉각적인 순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나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보려고 애씁니다. “제 부친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좇겠습니다” “제 가족들과 먼저 작별 인사를 한 후에 따르겠습니다” “하던 일 끝내놓고 따르겠습니다” “돈 좀 벌어서 그 돈 들고 찾아 뵙겠습니다” “떳떳한 모습으로 따르겠습니다”

어느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곰사냥을 갔습니다. 아들은 들판 건너 이 쪽에서 아버지는 저 쪽에서 곰을 찾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아버지가 아들 쪽으로 총구를 겨냥하며 외쳤습니다. “앉아!’ 그 말에 아들은 바로 주저 앉았고 아버지는 아들을 향해 총을 쏘았습니다. 아니 아들 뒤로 다가와 아들을 덮치려던 곰을 쏘았습니다. 아버지는 정확히 곰을 맞혔고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온 아버지는 놀란 아들을 품에 안고 토닥이며 말했습니다. 고맙다 아들아, 네가 내 말대로 바로 앉아 주었기에 널 살릴 수 있었구나.

우리는 우리에게 어떠한 위험이 닥치는지 우리가 언제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합니다. 마귀는 울부짖는 사자처럼 먹이를 찾아 돌아 다니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급박합니다. 세상은 갈수록 악해지고 나빠지지 더 나아지지 않으며 그 속도는 가속화되지 더 느려지지 않습니다. 즉각적인 순종만이 살 길입니다. 왜라고 묻고 설명할 시간도 없을지 모릅니다. ‘아버지 돌내려 가유~”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돌덩이가 나를 덮칠 수도 있습니다.

엄마가 아들에게 무엇을 시킵니다. “Son, do this.” 시키는 것을 하기 싫은 아들은 “Why?”하고 묻습니다. 엄마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습니다. “Because.” 그러면 아들은 “Because what?”하고 묻습니다. 엄마는 이번에도 “Just because”라고만 대답합니다. 아들은 재차 묻습니다, “Just because what?” 그러면 마침내 엄마는 엄중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Just because I say so.” 그러면 상황 끝입니다. 아이는 투덜댈지언정 시킨 바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 말이 법이란 걸 아이는 알기 때문입니다. 그 법을 어길 시에 그에 상응하는 벌이 따른다는 것 또한 아이는 경험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선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하십니다. 그리고 그 요구에 대한 즉각적인 순종을 원하십니다. 우리가 즉각적인 순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그것을 요구하시는 이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다른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필요치 않습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창조주이시며 우리의 아버지되신 하나님께서 그리 하라시기에 그리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다른 대답을 원하신다면, 그것이 우리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로 영원토록 하나님 품에서 행복하게 살게 하시려고 그리 하라시는 것입니다.

2013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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