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에 심은 나무, 숲이 되기까지...

조회 수 878 추천 수 76 2010.09.16 17:19:31
시냇가에 심은 나무, 숲이 되기까지...



시냇가에 심은 작은 나무 한 그루...

속 깊은 너른 땅이 한없이 품어 주고
말없이 흐르는 맑은 냇물이 끝없이 속삭여 주고
가슴 따뜻한 아롱진 햇살이 영영히 보듬어 주네.

마른 잔 가지는 두 손을 내밀고
여리고 푸른 잎새들은 사랑의 손짓을 보내고
적지만 탐스런 열매들은 제 몸을 던지네.

계절따라 순응하며 처연하게 서 있는 그 나무
색 바랜 마른 잎사귀 아래로 몽땅 떨궈 보내고
앙상한 잔 가지도 세차게 꺽여져 버렸네.

짖궂은 비바람이 수차례 다녀가고
흰 눈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돌아가면
높이 날아 고운 소리로 종달새가 찾아오네.

굵어진 긴 가지는 여러 손을 또 내밀고
푸르고 강한 잎새들은 사랑의 손짓을 또 보내고
풍성하고 탐스런 열매들은 제 몸을 또 던지네.

손을 내밀어서, 손짓을 보내어서, 몸을 던지어서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심겨졌는데
제 모양 꼭 닮은 어린 나무 한 그루 제 옆에 고스란히 심겨졌다네.

어김없이 찾아오는 시절을 좇아 그렇게 그렇게 순응한다면
작지만 아름다운 나무들이 찾아와 모여 푸르게 우거진 울창한 숲이 되겠지.
작은 나무 한 그루가 거목이 되기 전에...

시냇가에 심은 나무, 숲이 되기까지...



후기
내 고향 춘천, 호반의 도시에 ‘시냇가에 심은 나무’ 교회가 있습니다.
그 교회의 모토(motto), ‘우리 교회의 꿈은 거목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숲을 만드는 것입니다.’ 를 보고
마음에 감동을 받아 쓴 글입니다.

이선우

2010.09.16 19:51:32
*.222.242.101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왜 그런지 몰라도 원자매님 시를 읽다가 보니, 위의 김현승님의 '가을의 기도' 생각이 나서 여기에 옮겨 놓습니다. 아마도 ‘마른 나뭇가지’와 ‘굵어진 긴 가지’가 서로 대비를 이루어 제 마음 속에 중첩되어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지금이 가을의 문턱이기에..^^

자매님의 시에서 인내의 세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라고 결코 수월히 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것은 모진 풍상 앞에서 순응을 배워가는 시간일 것입니다. 기도와 사랑의 채로 여과된 영혼이 어떤 환경 하에서도 홀로 설수 있는 깊음의 경지로 갈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시냇가에 심은 나무는 숲이 되어가는 것이겠지요. 가슴 뭉클함을 느끼며 감사를 드립니다. 어줍잖은 제 감상을 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원의숙

2010.09.17 05:32:23
*.235.198.90

'가을의 기도' 너무 좋아요... ^^
계절을 따라 더 풍요롭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의 비밀이 얼마나 풍성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집사님의 감상을 통해서요... ^^

하람맘

2010.09.17 09:25:31
*.163.11.235

시를 읽어내려가면서 갑자기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고향이 그리운가보다는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후기를 보니 고향의 교회를 보고 감동을 받아 쓴 글이네요. 이심전심...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집사님의 영롱하고 아름다운 글을 보면 살짝살짝 고통의 흔적들도 있지만 그래도 평안함이 묻어있어 오늘도 안심을 합니다 !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집사님 !

김순희

2010.09.17 12:09:58
*.161.88.93

집사님의 글은 아침 이슬이 진주처럼 소리내면서 굴러가는 느낌이 들어요. 또르르르 하면서요.
집사님의 맘이 진주머금은 풀잎같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잔잔한 나무들이 모여서 숲을 이루는 모습이 아름다운 영상처럼 스쳐지나가며 하나님의 나라의
풍성함을 다시한번 소원하게 됩니다. 집사님! 축복하며 사랑합니다.^ㅗ^

정순태

2010.09.18 05:02:08
*.75.152.231

시인들의 마을에 무단 침입한 것 같아 송구합니다!
그러나
영롱한 이슬처럼
아름다운 시와 나눔들이
지친 나그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기에....................
푸근히 쉬고 갑니다! 감사~~~~~~~~~~~~~

원의숙

2010.09.18 06:08:56
*.235.198.90

보배로운 사랑 안에서 연합하는 기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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