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럴 수도 있지!

조회 수 705 추천 수 51 2011.06.10 00:15:54
<그럴 수도 있지>라는 책의 내용이다.

“못생기고 모양 없다고 흉보지 마세요. 그를 지으신 분이 그렇게 만드신 것일 테니까 그럴 수도 있잖아요. 인색하고 사랑이 없다고 미워하지 마세요. 경제에 시달릴 때를 염려하여 절제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잖아요. 눈치없고 염치없다고 시비하지 마세요. 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테니까 그럴 수도 있잖아요. (중략) 세상만사는 모두 이유가 있고 그럴 수도 있기 마련이니까 왜! 왜! 왜냐고 따지지 말고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이해하면 마음에 기쁨과 평안이 있어요”

얼마 전, 우리 가족과 함께 살다 한국으로 돌아간 시누이의 딸 선재가 잠시 방문했다. 주일에 선재와 나는 예전처럼 나란히 앉아 예배를 드렸다. 목사님의 인도로 일어나 찬양을 부르는데, 선재가 손뼉을 치고 게다가 입도 벙긋거렸다. 예수님을 믿지 않던 선재가 처음으로 찬양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기쁘던지. 하나님께서 우리로 인하여 기쁨을 이기지 못하신다는 찬양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래전 선재와 같이 예배를 드렸던 어느 주일의 한 장면이 회상 되었다.

어느 날 예배를 마친 뒤 우리는 교인들이 빠져나갈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낯선 남자분이 선재에게 다가와 “도대체 예배시간에 왜 그렇게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 거야? 산만해서 내가 정신이 다 없었어!” 라고 말하고 가는 것이 아닌가. 거품을 뿜으며 갑자기 몰려온 거친 물결로 인해, 선재의 가슴은 조각조각 부서져 하얀 포말이 얼굴에 일었다. 나는 속으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를 되뇌이기만 했다. 우리는 아무 말도 못하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지도 못한 채 무거운 발걸음만 재촉했다. 그래도 불신자였던 선재는 외삼촌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주일예배에 따라 다녔다. 처음에는 모두가 일어서서 손을 들고 손뼉 치며 찬양할 때, 뻘쭘히 서서 입도 열지 못했다. 더욱이 설교는 좀이 쑤시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주보로 종이배나 비행기를 접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감에 걸렸을 때를 빼고는 3년 동안 주일 예배에 빠지지 않았다.

살다보면 이해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상황들이 참 많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을 헤아리지 못하는 우리의 생각은 또 얼마나 한계가 있는지 모른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는 일 때문에 서로 상처 주고 상처 받으며 살아 가기도 하고, 또 다른 걸림돌이 되는 자신은 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걸림돌만 없애려 한다.

이렇게 우리는 부족하기 그지 없는데, 하나님께서는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빌립보서 4:5)고 하신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마음을 고쳐먹고 생각을 바로 잡는다고 해서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불현듯 나는 ‘내가 얼마나 그럴 수 없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용서 받을 만한, 구원 받을 만한,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은혜와 긍휼을 받고 있지 않은가.  

당황스러웠던 그 때를 돌이켜 보니, 그 남자분이 선재의 태도를 보며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이해해 줄 수는 없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분에게도 내가 알지 못하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라면 우리는 허물 많은 서로를 감싸주고,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의 폭을 좁혀갈 수 있을 것 같다.

정순태

2011.06.10 23:09:24
*.75.152.84

자매님의 글, 오랜만에 보게 됩니다!
설교시간에 아이들이 떠든다고 신경질 내던 어느 목사의 경우가 떠오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선우

2011.06.27 16:18:15
*.187.102.208

제가 참 약한 부분입니다.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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