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의 웃음

조회 수 746 추천 수 39 2010.04.08 11:48:42
나는 참 이름이 촌 스럽다. 어려서부터 국어시간만 오면 왠지 긴장이 되었다. 혹시 철수 이야기가 나올까 보아서였다.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자기이름이 부끄러워 밤새 우는 벌레의 심정을 나는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때문에 이 사이트에서 예쁜 이름으로 아이디를 바꾸고 싶었다 "사라의 웃음"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아니 정직하게 나를 들여다 보면 그 예쁜 이름이 탐이 나서 그런 것이 아니였다.  적나라하게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왠지 껄끄러웠다. 좀 멋 스럽게, 좀 우아해 보이게, 좀 고상해 보이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나의 욕심이였다.  사기 당해서 거지중에 상거지가 되어버린 나의 형편과 처지가 뭐가 신난다고 떠들어 재끼고 싶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예쁜이름의 아이디를 열심히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실명이 아닌 "사라의 웃음"으로 나를 소개하고 싶었던 것이다.

막 아이디를 바꾸려하는 순간 불현듯 몇일 전의 일이 떠 올랐다.  얼마 전부터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한 어느 성도님께서 갑자가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였다. 다시 나올 것을 권유하고 목사님 심방을 받기를 권유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이였다.

대화 중 그녀의 아픔을 알게 되었다. 험난한 세월을 지내온 것도 상처였지만 그 고통을 통과하면서 이제 늙그막에 자신의 집 한채도 없는 것이 그리도 한이 되었던 모양이다.  가진 것이 있어야 어깨라도 펴고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고착화되어 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성도들의 표정 하나 하나가 모두 자신을 비웃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였다.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모든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없는지를... 오죽하면 친정집에 얹혀 살아야하는지를... 오죽하면 아이들과 헤어져 있어야하는지를 가감없이 설명하였다.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는 그녀,  목사님의 심방을 받음은 물론이며 자신이 식사준비도 하겠다고 대답을 한다. 나의 없음이 그녀에게 위로가 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세상의 힘의 원리가 교회에서는 적용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던 듯 싶다.

그 일을 생각하며 아이디 새로고침을 포기하고 말았다. 나의 적나라한 모습이 혹여라도 어느 분에게 위로가 될 수가 있다면 그 길을 택하고 싶었다. 촌 스런 이름이지만 혹시라도 기억하는 분이 계시다면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이처럼 곤혹스런 현실 속에서 십자가의 사랑 하나로 너무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 드리고 싶었다.


진주문

2010.04.08 12:48:54
*.176.34.232

곤혹스런 현실 속에서 십자가 사랑 하나로 행복하고 당당하게 사는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습니다
내 삶의 모습이 고통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길을 택하여
실명으로 하겠다는 말에 박수를 보냅니다

김유상

2010.05.05 22:15:40
*.170.40.25

예전 교회에 명춘이란 이름을 가진 분이 계셨습니다. 나이도 그리 많지 않은데 어찌 그리 '촌스런' 이름을 가졌을까 다들 대놓고 궁금해 했는데, 정작 본인은 그 이름이 좋다며, 미쉘이란 예쁜 영어 이름 따로 두고도 굳이 명춘으로 이름을 표기해 달라셨습니다.

순희란 이름은 촌스럽다기보다 시골스럽습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시겠습니다만, 후자엔 맑고 순박하고 따스한 정감이 담겨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 하나님 아버지께 순희 순자가 되도록 노력하는 중이잖습니까? 자매님의 글을 읽어 보니 분명 그 이름만큼이나 저보다 하나님께 더 가까이 계신 듯합니다.

김순희

2010.05.09 12:11:17
*.161.88.93

하나님 앞에서 순희, 순자....
하나님 앞에서 철이, 돌이....
기가막힌 표현이네요.ㅎㅎㅎㅎ

이쁘게 보아주시고 이쁘게 해석해 주셔서
정말이지 넘 감사하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진짜 이유” 중국어번역본이 준비되었습니다. master 2023-09-20 1002
공지 신입 회원 환영 인사 [1] master 2020-10-06 1443
공지 (공지) 비영리법인을 설립했습니다. master 2020-05-15 2623
공지 E-book File 의 목록 [3] master 2019-08-23 1842
공지 크레딧카드로 정기소액후원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file master 2019-07-04 5863
공지 소액정기후원회원을 모집합니다. [18] master 2019-02-19 1890
공지 글을 올리려면 로그인 해주십시요/복사 전재하실 때의 원칙 [14] 운영자 2004-09-29 5945
3432 [re] 일단은 문제가 해결 되었습니다. [2] 운영자 2010-02-08 922
3431 질문 드립니다. 김순희 2010-03-06 826
3430 목사님. 감사합니다. [3] 강진영 2010-03-24 703
3429 하나님사랑님으로 부터 말씀을 듣고 글 올립니다... secret [4] 김재경 2010-03-29 14
3428 표정관리가 안 되는 파산지경의 어느 교인 [3] 운영자 2010-04-01 809
» 사라의 웃음 [3] 김순희 2010-04-08 746
3426 목사와 사기꾼 [3] 김순희 2010-04-24 934
3425 [생활단상]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안 [1] 이선우 2010-05-03 1191
3424 [말씀 묵상] 바라봄의 법칙 이선우 2010-05-03 925
3423 [말씀 묵상] 절망과 갈망의 싸이클 이선우 2010-05-03 721
3422 [말씀 묵상] 일치를 향한 여정 이선우 2010-05-03 641
3421 [QT/간증] 빚쟁이 삼총사로부터 자유하기 [3] 이선우 2010-05-03 889
3420 혹시 이 논문 아시는 분 계시는지요? [13] 정순태 2010-05-05 1217
3419 우리교회 풍경 [4] 김순희 2010-05-07 826
3418 [QT 창13장] 롯의 선택, 아브라함의 선택 [1] 이선우 2010-05-13 1171
3417 [QT/간증] 방심(放心)에서 중심(中心)으로 이선우 2010-05-13 765
3416 운영자의 한국 방문과 웨이브 인생 칼럼 개설 [8] 운영자 2010-05-17 926
3415 이선우님의 큐티에 기대어... [4] 김순희 2010-05-21 916
3414 원의숙님을 위해 기도 부탁 드립니다. [6] 김순희 2010-05-27 1018
3413 제1차 쌩얼 미팅 결과 보고 [5] 정순태 2010-06-16 791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