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자리

조회 수 576 추천 수 15 2012.06.14 23:38:31
난 노래방이란 곳을 참으로 싫어했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가족들 모임이 있어 참석하는 경우 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가 태반이다.  도무지 흥겨운 맘이 일지 않아서 늘 문제였다.  노래라도 한번 하라고 권하면 어울리지 않게 너무도 고요한 노래를 불러서 그만 분위기를 완전 망가뜨리는 짖만 하여왔다.  심지어 그 가운데서 잠시 졸았던 적도 있었다.  

얼마전 일터에서 전직원 회식자리가 있었다.  약 이십여명의 직원들 중 남자는 세명밖엔 없다.  그동안 직원들의 수고가 너무 고마워서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라며 한참 이야기를 잇던 사장님께서 이차로 노래방를 갈터인데 물론 자유의사이지만 만약 빠지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은 몹시 서운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아뿔사,  드디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그 곳엘 가야하는데.. 너무 싫어하기에 한국에 와서도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이 곳에서 빠지면 가뜩이나 식사시간에 기도하는 모습을 외계인처럼 낯설어하는 동료들에게 역시 외계인이였다라는 평판을 들을터인데..여러가지 생각으로 복잡해지기에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전도해야함은 신자의 일상이기에 늘 기회가 닿는대로 예수님을 전해야함은 잊지않고 살아간다.  때문에 친절함과 상냥함은 잃지 않으려 많이 노력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말로서가 아닌 행동으로서, 삶으로서 보여주는 그 일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다.  때문에 일터의 동료들과 내가 하나가 되어감이 참 중요하고 시급한 일임을 요즘은 더 절감하고 있다.  그동안 교회라는 울타리안에서 스스로 백로로 살아왔던 터라,  실은 까마귀이면서도 백로로 착각하여 백로로 치장하며 살아왔던 나임을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기에 나도 까마귀임을 드러내야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나도 까마귀라고 말을 하려해도 백로의 치장은 쉽게 벗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정신없이 식사를 하며 기도를 하였다.  노래방에 가야겠는데 내 체질이 노래방 체질이 아님을 스스로에게 혹여 최면을 걸고 있다면 이것을 좀 해체시켜 주십사 기도를 하였다.  그리고 이 기회에 오히려 저들과 잘 융합할 수 있도록,  그래서 교회에 다니며 식기도하는 것이 전혀 외계인은 아니더라고 저들이 인정할 수 있도록 함께 어울릴만한 맘으로 주장해주십사 기도를 하였다.

노래방에 도착하자마자 사장님께서는 나에게 마이크를 건너는 것이다.  어쩌면 참 다행이다 싶었다.  만약 한참 흥겨운 상황에 내가 노래를 하면 또 고요한 노래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터인데 그나마 처음인지라 그런일은 없겠다 싶어 용감하게 일어나서 한 곡을 불렀다.  맘씨 좋은 노래방 기계는 점수를 얼마나 후하게 주던지... 덕분에 고요한 노래를 불러도 모두 함께 웃으며 어렵사리 분위기만큼은 깨뜨리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저들의 노래에 맞춰 손뼉도 쳐주고 정말 재미있게 춤추며 노래하는 사람들로 인해 연신 폭소를 터트릴 수 밖엔 없었고,  내 웃음소리가 너무 커서인지 덩달아 함께들 웃어주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참 고달프리라 미리 겁을 먹었었는데 실은 저들과 하나가되어 함께 너무도 잘 어울리고 있었다.  노래만큼은 사양을 했다.  그저 이렇게 신나게 웃고 손뼉치고 하는 것으로 너무 재밌다고 계속 이야기했다.  그런데 정말 우리 동료들은 귀여웠다.  어찌나 잘 어울리며 서로 서로 즐거워하는지 보기에도 흐믓했다.

다음날 직장에서 만난 동료들의 얼굴은 신기하게도 마치 오래도록 사귄 친구같은 편안함이 엿보였다.  나도 저들이 이젠 낯설지 않았다.  왠지 전날 함께 오랜시간동안 떠들고 웃으며 같이했던 시간들 속에서 우린 어느사이 맘의 벽 하나가 부숴진 것 같았다.  나를 보자마자 어느 동료가 말을 하였다.  "아주 새침스러울 줄 알았는데... 전혀 못 어울릴 줄 알았는데.. 어제 너무 재미있었어요~~"  나도 웃으며 대답하였다. "다음에 노래방 갈 때 나 빼놓고 가면 삐칠거예요"  그 이야기 듣던 일터의 모든 동료들이  웃으며 절대로 그런일을 없을 것이라며 대답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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