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돌아왔건만 가짜 단풍은 모르네.
며칠 전 일본 TV 아침뉴스에서 흥미로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펜데믹 사태가 거의 마무리되어가니까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축제들이 2-3년 만에 재개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유명한 스페인의 길거리에서 황소와 함께 달리기, 뉴욕의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 브라질 리오의 삼바 축제 등이 있었습니다. 이전처럼 수많은 인파가 마스크도 쓰지 않고 모여서 하나같이 매우 즐거워했습니다.
리오 축제에 참여한 한 여성은 다시 이런 날이 온 것이 너무 기쁘다며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저도 언뜻 코끝이 찡끗해졌습니다. 펜데믹으로 가장 아쉬웠던 일이 사람들과 마음 놓고 따뜻한 포옹조차 못 나누는 것이었지 않습니까? 근 3년 만에 이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었으니 누구라도 눈물이 날 만합니다.
감격에 겨워 각국의 축제들을 보는 중에 불현 듯 참으로 아쉽다고 여겨졌습니다. 저 신나는 축제들을 열성적으로 개최하기 전에 모두가 먼저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올렸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아 가족이 지구를 삼킬만한 홍수가 끝나고 마른 땅에 발을 딛자 하나님께 번제부터 드렸듯이 말입니다.
재개된 축제에 트집 잡을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이웃끼리 아니 처음 보는 사람까지도 함께 기뻐하며 서로 축하해주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모든 축제는 며칠 즐기는 것으로 끝나고 그 후는 더 허전해집니다. 축제를 준비한 주최 측의 수고에 감사하는 것으로 그칩니다. 모든 축제가 어쨌든 아주 귀하고 감사하지만 정작 우리가 그런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여유와 자원과 마음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는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바꿔 말해 사람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는 것입니다. 이웃 사랑을 하되 자기 의지대로만 하는 자와 하나님을 온전히 사랑하는 바탕에서 이웃을 섬기는 자 둘입니다. 전자는 인간은 본래 의로운 도덕적 존재인지라 얼마든지 인간끼리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세계적 축제들이 거의 전부가 인간에게서 시작되어서 인간에게서 끝나는 화목제이듯이 말입니다.
후자는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인간은 항상 자기부터 앞세우기에 참된 이웃 사랑을 온전히 행할 수 없다고 믿는 자입니다. 그래서 이웃과 화목제를 지내기 전에 하나님 앞에 자기부터 먼저 속죄제를 지내는 자입니다. 하나님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자신에게 전혀 없음을 자백하며 자신의 지난 잘못부터 용서를 구합니다. 또 그렇게 예배드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이웃에게 친절히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각국이 축제를 재개하기 전에 교회에 모여 예배부터 드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펜데믹이 끝났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 그 원인을 곰곰이 살펴서 근본적인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펜데믹은 아무리 따져 봐도 인간끼리 자기 탐욕을 채우려다 자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첫째 원인일 것입니다. 그에 대한 대응책 없이 축제만 지낸다면 불이 나서 집이 다 타버렸는데도 불이 일단 꺼졌으니 이웃을 불러서 잔치부터 하는 꼴입니다.
안 그래도 최근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한가하게 축제를 즐길 계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원숭이 두창으로 비상이 걸리고 있고 인도에선 노랑미친개미 떼들이 설쳐서 무자별적으로 동식물을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그 원인이 지구온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어서 바이러스나 개미 떼들이 빨리 많이 번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천 년에 한 번 있을 기록적인 폭염과 기후재앙으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는 것은 이제 일상사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비정상적인 현상은 인간이 하나님이 주신 자연을 서로 자기부터 먼저 많이 차지하려고 무차별적으로 훼손 파괴 수탈한 까닭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과연 누가 나서서 자기들 사회나 나라의 이익을 포기 내지 양보하고 지구공동체 전체를 위해서 희생하고 수고하겠느냐는 것입니다. 모두가 세상만물을 창조하시고 지금도 모든 것을 공급 통치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따라도 겨우 가능해질까 말까 아니겠습니까?
인간은 매를 맞아야 겨우 정신을 차리는 존재입니다. 지구온난화가 갈 데까지 가서 큰 고통을 체험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상태로는 아주 조금씩 지체는 시켜도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것입니다.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담컨대 앞으로도 매년 때가 되면 축제는 즐기려 하지만 그 전에 하나님께 제사는 절대 지내지 않을 것 아닙니까?
지금 영국에서 여름도 지나지 않았는데 나뭇잎들이 이미 빨개져서 낙엽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를 진짜 단풍이 아니라고 가짜 단풍(false autumn)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폭염과 가뭄이 겹쳐서 나무도 물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는 생존을 위해서 수분을 아껴 저장해두려고 잎을 말려 떨어트린다는 것입니다. 동식물은 창조주 하나님의 법칙에 본능적으로 순응하여 인간이 망쳐 놓은 이상 현상에도 자기 살 길을 스스로 도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인간은 여전히 도끼 자루 섞는 줄도 모르고 신선놀음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은 하나님이 마련해주신 인간이 발을 디디고 살아가야 할 기초입니다. 파도가 밀려와 그 기초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 줄도 모르고 바닷가 절벽 위에 근사한 집을 지어놓고 매일 파티만 열고 있는 꼴입니다.
물론 이 문제도 인간은 하나님이 주신 뛰어난 지성과 이성으로 신기술을 개발하여 해결하려 들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임기응변으로 조금씩 해결될 뿐이고 더 큰 문제는 그럴수록 더 힘든 새로운 문제들이 더 많이 생겨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모든 인간이 하나님 앞으로 진정으로 회개하고 돌아와 자기만 높이고 치장하려 했던 옛 자아를 완전히 깨트리지 않는 한에는 말입니다.
(8/26/2022)
새삼스럽지만 그 어느때보다 깨어 있어야 할때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