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한마디

조회 수 666 추천 수 1 2015.12.10 09:42:31

(초단기 한국여행기 - 1)

 

겨우 2주간의 짧았던 이번 한국여행에서 곰씹을만한 몇몇 화두가 있었다. 우선 바깥에서 여자 친구와 사고를 쳐서 아이를 낳아 동거하고 있는 것이 부모에게 최대의 효도라고 했다. 한국에선 젊은 층을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꿈, 직업, 연애, 인간관계 일곱 개를 포기했다고 ‘7포세대’라 명명했다가 이젠 건강, 외모관리, 취미, 여행을 포함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N포세대’라고 부르고 있다. 장래에 대한 소망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아이 낳고 동거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혼을 했고 육아는 물론 부모를 떠나 자립해 있으며 또 그러려면 어쨌든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결혼해 아이를 낳고 싶어도 임신하기조차 어려운지라 그야말로 부모가 쌍수를 들고 감사해야 할 판이다.

 

현 세태를 자조적으로 풍자한 말로 일리는 있지만 뒷맛이 결코 개운하진 않았다. 그래서 미국은 더하다는 뜻으로 미국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을 해주었다. 어느 날 딸이 여자의 손을 잡고, 아들이 남자의 손을 잡고 와서 아빠 엄마 나 이 사람과 결혼 할래”라는 말만 안하면 부모에게 최대효도라고 말이다. 미국에서 동성애가 점차 일반화되어 가는 세태를 비꼰 말이다. 이 하나만 따지면 한국과 미국 중에 그래도 한국이 더 살만하지 않겠는가?

 

실제로 한국은 예상했던 대로 세계최고로 편리하고 안전하며 쾌적하고 깨끗했다. 그 속에서 한국인은 세계 최고로 잘 입고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작 한국 사람들은 그 점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 불평불만은 세계 최고인 것 같았다. 현재의 청년 구직난은 사실 미국을 비롯해 서구 선진국들도 다 겪고 있는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도 마치 한국만 정치를 잘못해 그런 양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어떤 정책과제라도 집단이기주의를 앞세워 무조건 반대 내지 최대한의 금전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양상은 여전했다. 몇몇 분들이 한국에는 헌법위에 떼 법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저는 떼 법 위에 국민감정법까지 있다고 했더니 무릎을 치며 동감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몇 년 전에 직장관계로 귀국한 친구부부와 차를 타고 가는데 빨간 불인데도 건너갔다. 본인도 미안했던지 한국에는 건너가도 되는 빨간 불건너가면 안 되는 빨간 불이 있다고 답했다. 그것을 분간하는데 일이 년 걸렸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그래도 빨간 불이면 무조건 서야하지 않느냐니까 그럼 뒤차들이 빵빵거리는 등살에 못 견딘다는 것이다. 외눈박이 원숭이 동네에 간 두눈박이가 눈을 하나 빼버린 꼴이다. 앰블런스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는데 미국에선 너무나 당연한 통칭 모세의 기적 – 차들이 일시에 양쪽으로 갈라지는 일은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6-7년 전 방문 때에 비해 모든 이들이 한국의 장래에 대해 아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사람들 얼굴에 밝은 빛은 없고 잔뜩 찌푸려선 뭔가에 쫓기듯 허둥지둥하는 사는 것 같았다. 한국 경제를 주도하던 삼성의 전자와 현대의 자동차가 이미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다고 크게 염려했다. 한국은 선진국과 후발개도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가 되었고 미래를 이끌 성장 동력과 새 활력을 불러일으킬 아이템이 없다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제약 쪽으로 눈을 돌리지만 워낙 연구비가 많이 들고 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것을 지탱할만한 체력이 한국기업에는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빈부간의 격차가 벌어져도 너무 벌어졌다고 했다. 거기다 세계에서 고령화 사회로 가장 빨리 진입하고 있고 이미 완전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제가 다녔던 시간이 출퇴근 시간이 아니긴 했지만 지하철과 길에는 정말로 노인들뿐인 것 같았다. 경제를 짊어질 노동력이 줄어드니 장래는 더욱 암울하다는 것이다. 최근의 화두인 헬 조선”(Hell Chosun)이 과장된 말만은 아닌 것 같았다.

 

반면에 긍정적인 측면도 많았다. 무엇보다 특유의 융통성, 효용성을 발휘하는 데는 세계 최고인 것 같았다. 식당 테이블마다 수저와 휴지를 넣은 서랍이 붙어있어서 손님이 쉽게 바로 챙기도록 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었다. 또 KTX를 타고 서울 부산을 왕복했는데 기차표의 개찰과 검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예약이나 판매가 안 된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만 검사하면 되고 CCTV로 손님이 타고내릴 때마다 확인하니 구태여 일일이 검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효율적인가? 다른 이를 속이거나 무임승차 같은 일은 더 이상 없다는 뜻이기에 분명 이전보다 공중질서가 잡히고 준법의식도 높아진 것 같다.

 

마침 돌아올 즈음이 민주노총의 2차 총궐기와 겹쳤다. 일차 집회 때의 과격한 폭력성 때문에 모두가 염려하고 있어서 유심히 뉴스를 지켜봤는데 처음으로 평화적 시위로 끝났다. 너무나 반갑고도 고마운 일이었다. 이번이 선례가 되어 폭력시위는 아무래도 자취를 감출 것 같다. 한국인 특유의 뭔가를 한다면 한다는 단결력과 평균적 시민의식이 많이 성숙해진 까닭일 것이다. 비록 뉴스 시간마다 전문가들이 중요 이슈에 대해 비평 분석 전망을 해대는 바람에 가뜩이나 정치에 관심 많은 국민들 모두 정치9단이 되어있어 탈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저에게 가장 큰 근심으로 다가오는 화두는 이런 문화 사회 경제 정치 측면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부모 따라 교회를 잘 나가던 조카가 출석을 중단했기에 “기독교나 교회에 무슨 불만이 있니?”라고 질문을 던졌다. 대뜸 돌아오는 대답이 “저는 앞으로 천주교 성당에 나가려 해요!”였다. 부모가 부산에서 아주 큰 교회의 고참집사들인데도 말이다. 주식시장 용어를 빌리자면 일반인들 사이에 개신교는 완전히 하종가를, 천주교는 상종가를 치고 있었다.

 

조카에게 그런 마음이 든 연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한국 몇몇 대형교회와 그 담임 목사들의 낯 뜨거운 행적은 무슨 말로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젊은 청년들에게 예수천당만 주입식으로 강권할 수는 없다. 조카와 함께 그들을 실컷 성토한(?) 후에 천주교와 개신교의 다른 점들을 합리적이고도 정확하게 비교해주었다. 믿음을 가진다는 것은 결코 강요할 문제가 아니니 스스로 잘 판단해보라고 결정을 그에게 맡겼다. 조카에게 재삼재사 강조했던 말을 여기에 간략하게 옮겨보자.

 

“너는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를 완전하게 지킬 수 있는 자신이 있느냐? 그렇다면 믿음도 교회도 필요 없다. 예수님마저 이 땅에 오지 않아도 되었다. 개신교는 바로 그런 인간 실상에 대한 겸허한 인정에서 출발한다. 반면에 천주교를 비롯해 다른 모든 종교는 인간은 대학교 철학사상 교과서의 이상적 윤리도 실행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천주교는 선행에 집중하고 겉으로 보기에 죄인들이 득실거리는 개신교보다 훨씬 의로워 보일 수 있고 그래서 네가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정말로 진지하고도 심각하게 네 자신을 점검해보고 이 두 정반대의 입장 중에 어느 쪽에 속하는지 판단해서 천주교로 개종하든지 개신교에 남든지 해라.”

 

앞으로 그 조카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예수 십자가의 참 복음 안으로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도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들었던 “나는 천주교로 개종하겠다.”는 가장 충격적인 화두야말로 한국사회의 현 실정을 한 마디로 설명해주는 것 같다. 부정, 부조리, 모순, 갈등, 계층 간 격차 등이 판을 치고 있으니 선행과 섬김을 강조 실천하는 천주교가 호감을 살 수밖에 없다.

 

반면에 개신교는 구원과 기복 둘만 강조하고 있으니 주님이 산상수훈에서 그렇게나 강조했던 성화는 완전히 빠져버렸다. 개신교인들은 복만 받으려 드는 탐욕적인 사람이거나, 현실은 외면하고 혼자서만 천국 가려는 비겁한 자로 치부된다. 기복을 강조하는 것은 아예 기독교가 아니며, 구원만 가르치면 반쪽 기독교가 된다. 교회들이 온전한 복음 즉, 구원과 성화를 같은 비중으로 함께 가르치고 실행하지 않으면 장차 개신교는 하종가를 넘어서 거래정지 종목으로 지정되고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될지도 모른다. 구원 받은 표시는 그 행위로 입증되는 것 외는 없다.

 

혹시 오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 천주교가 결코 한국사회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갈등 모순만 많고 선과 사랑이 실종되었기에 이웃을 섬기자는 것은 분명 옳다. 이상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솔깃해질 만하다. 그러나 여전히 겉으로 보이는 현상에 초점을 맞춘 일시적 미봉책일 뿐이다.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초등학교 도덕교과서도 실행할 능력이 없다. 절대로 그렇게 선하지 않다. 이 진리를 외면한, 아니 그 정반대인 비진리=거짓을 지향하는 천주교적 접근은 한국 사회를 고칠 수 없다. 비유하자면 환부를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고 상처에 반창고만 붙이고 진통제만 먹이는 격이다.

 

주님은 분명히 선언하셨다.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적질과 거짓 증거와 훼방이니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요 씻지 않는 손으로 먹는 것은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느니라.”(마15:18-20) 사람의 속이 더러워서 그 밖이 더러워지는 것이지, 사람의 밖이 더러워서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 사람을 바꿔야 그 밖이 바뀌지, 사람 밖을 아무리 바꿔도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모든 사람은 초등학교 도덕교과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할 만큼 더러워져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진리는 개신교가 분명히 소지하고 있다. 문제는 그 진리를 실천하지 않거나 게으른 것이다. 개신교는 사람 자체를 바꾸는 종교다. 그래서 그 사람으로 사람 밖을 바꾸게 해야 한다. 교회는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바꾸는 일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그러나 작금 많은 개신교회들이 사람 대신 교회를 키우는 데만 몰두한다. 그럼 하나님 일도 크게 달성된 줄로, 또 그 목사 이름도 하나님 앞에 높아진 줄 착각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무엇이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의 절대 진리인지 또 그래서 인간 문제의 근본적 대책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으니 이 지경이 된 것은 아닐까?

 

믿음이 연약해도 어쨌든 개신교 청년에게서 들은 가장 충격적인 화두 “천주교로 개종할래!”는 어떤 뜻인가? 종교개혁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초대교회는 예수 다시 사셨다는 십자가의 원색적 복음 아래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고 기독교(개신교)는 염병처럼 인력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을 만큼 번져나갔다. 대체 언제쯤이면 한국과 이민 디아스포라 사회에서 “개독교가 다시 기독교로 바뀌었네!” 또는 “나는 개신교로 개종할래!”라는 말이 주목 받는 화두가 될 수 있을까? 점점 아니 아무래도 그러지 않으니 주님이 곧 다시 오지 않을까?

 

12/1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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