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이 낀 목사

조회 수 389 추천 수 1 2019.02.18 06:03:11

역마살(?)이 낀 목사

 

역마살이 끼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직업을 갖거나 이리저리 옮기며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뜻입니다. 미리 정해진 기계적 숙명이나 요행수에 따른 운수를 믿지 않는 개신교 목사가 해선 안 될 말입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결과적 모습으로는 제가 그런 것 같습니다.

 

알다시피 테네시 멤피스에서 캘리포니아 엘에이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천마일(3200 킬로)가량 되는 거리를 제 차를 직접 운전해서 이박삼일 만에 왔습니다. 새 카펫을 깔고 페인트도 새로 칠하고 따로 배달해준 짐이 많지 않아도 제 자리에 정리 배치하는 일을 단 일주일 안에 다 해치웠습니다. 우리가 생각해도 이삿짐센터를 차려도 될 정도였습니다.

 

그럴 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저희가 결혼하여 40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사를 무려 20번도 넘게 했기 때문입니다. 집사람과 제가 횟수를 헤아리는 것도 포기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이가 들어서 한두 번 까먹기도 했고, 더 중요하게는 세기가 부끄러워졌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 이사가 되길 바란다며 서로 쳐다보며 어이없게 웃었습니다.

 

평균으로 따지면 이년에 한 번 이사한 꼴입니다. 초기 불신자 시절에는 직장을 따라서 또 사업 실패로 인한 궁핍했던 현실적 사정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에 이민 온 후로는 적절한 거주지를 찾느라 그랬습니다. 최근, 아니 이번 마지막(?) 이사까지도 순전히 이런저런 개인적 사정으로 제가 나름대로 결정한 것입니다. 목사로서 오래 기도한 후에 하나님의 뜻과 계획임을 확신하고 순종하기 위해 사역지역을 옮긴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고달크기만 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낯선 분위기에서 또 다른 삶을 시작하는 신선함과 도전이 따랐습니다. 무엇보다도 가는 곳마다 새로운 사건과 사람들을 만나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인생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들이 성경의 진리를 전하는데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불신자들이 봤을 때는 저는 분명 역마살이 낀 목사입니다. 반면에 하나님의 관점에선 저같이 너무나 부족한 종을 그분께서 계획하신 고난으로 연단 훈련시킨 것입니다. 특별히 이 땅의 인생이 영원한 본향인 천국을 소망하게 하는 나그네와 같은 삶임을 철저히 깨달아 실천하도록 해주신 은혜였습니다. 실제로 이사 갈 때마다 평소에 쓰지 않던 물건들을 버리거나 구제기관에 기부하다보니 자연히 꼭 필요한 것 외에는 구매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 미국에 이민 온 이후로는, 거기다 부모님이 다 이 땅에 안 계시기에 돌아갈 본토 친척 아비집도 없어졌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할 일은 더 나은 본향만 사모하고 그리스도를 위하여서라면 세상의 어떤 어려움과 비방도 믿음으로 감내하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십자가 복음의 진리만 온전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지금 이사 온 곳은 은퇴자들이 모여 사는 단지이나 저는 지금부터 할 일이 더 많습니다. 성경 말씀을 풀어서 전할 내용들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습니다. 목사에게 정년(停年)은 있어도 은퇴(隱退)는 결코 없습니다. 주님이 천국으로 불러올리는 그날이 바로 은퇴이며 저에게는 정말로 마지막 이사가 될 것입니다.

 

그저께 아직 인터넷 설치가 안 되어서 이곳 단지 내의 도서관에 잠시 들렀습니다. 아주 연로한 한국 할머니 한분이 성경을 열심히 읽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신실한 믿음이기도 했지만, 저 할머니는 성경을 읽다가 천국 가는 것이 소원이신가 보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저도 그래서, 이전부터도 그랬지만, 이 홈 페이지 사역을 하다가 천국으로 마지막 이사 가는 것이 필생의 소원이라고 새삼 다짐했습니다.

 

2/11/2019 


사라의 웃음

2019.02.18 13:36:40
*.121.176.22

2박 3일 동안 운전하시며 이사하셨군요. 

목사님과 사모님의 체력이 증명되는 것 같습니다요~~^^

홈페이지 사역을 더더욱 기대하며

늘 건강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알료샤

2019.02.18 15:33:32
*.36.140.179

목사님

부업으로 이삿짐 센터라도 운영하셔야 되는거 아니신가요?^^

오늘 이 글을 읽고나니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저도 천국 가는 그날까지 하나님께서 제게 맡겨주신 소명만 이루다 가고픈 소원이 있습니다 늘 주님 앞에서 겸손히 깨어있는 제가 되기를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master

2019.02.18 16:58:26
*.115.255.228

사라의 웃음님과 알료샤님 매번 귀한 격려의 말씀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샬롬!  

열매맺는나무

2019.03.06 03:52:10
*.131.211.224

정년(停年)은 있어도 은퇴(隱退)는 결코 없다는 말씀이 제게 큰 울림을 줍니다.

앞으로도 은혜로운 글 많이 써주세요.  고맙습니다. 

JoyKim

2019.03.08 06:34:55
*.240.122.104

귀한문서사역에 주님께서 함께 하시리라믿습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이 '저도 언젠가는 아이들 곁을 떠납니다
그래서 서둘러 제 노하우를 공개합니다'하시면서 블로그에 본인의 노하우를 하나씩 공개하시는데요.. 작업을 도와드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천국가는 그 날까지 은퇴할수없는 것이 성도인것 같습니다.

목사님 귀한 글 많이 올려주십시요. 기도하겠습니다.

 

요셉_

2022.10.02 18:30:46
*.169.188.148

교회 다닌 지 2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성경과 하나님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저에게 이 홈페이지는 정말 귀합니다. 귀한 사역 오래 이어나가실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master

2022.10.03 05:07:01
*.115.238.222

요셉님 귀한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흔히들 하나님의 일에는 은퇴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 사역이야말로 인터넷만 작동되면 어디서든 제 정신이 온전한 이상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선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올해 제 나이가 만 70이지만 주님 뵙기 직전까지도 헌신할 각오입니다. 요셉님 뿐 아니라 회원님들 모두 계속 저와 이 사역을 위해서 기도해주시고 마음이 닿는대로 후원도 해주시길 소원합니다. 샬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2 학교는 장례 절차부터 가르쳐라. file master 2023-10-11 158
181 너무 바쁜 한국, 너무 느린 미국 file [1] master 2023-04-23 301
180 장수의 최고 비결. master 2022-12-31 154
179 죽은 자와의 인터뷰 - 새로운 전도방식 master 2022-09-30 192
178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 닥쳐도 file [1] master 2020-03-21 502
177 내 인생의 연관검색어 셋은? master 2019-09-19 279
176 헌신 된 주님의 종 세 분을 소개합니다. [3] master 2019-06-03 512
175 지금껏 잘못 배운 것에 화가 납니다. [1] master 2019-03-28 461
» 역마살(?)이 낀 목사 [7] master 2019-02-18 389
173 한국이 선교강국이 된 까닭 master 2018-11-16 252
172 늙으면 더더욱 오지랖이 되어라. master 2018-02-08 347
171 완전히 실패한 2주간의 멍 때리는 휴가 file [3] master 2018-01-05 393
170 커피 한 잔에 백만 원? master 2017-10-24 278
169 수단에 노예가 된 목사 file master 2017-07-15 355
168 엉뚱 발랄한 신앙질문 master 2017-05-22 581
167 너무나 고귀하고 하나뿐인 이름 예수 master 2017-03-16 226
166 선거 기권을 깊이 회개하며... master 2016-11-12 283
165 최고로 좋은 Father’s Day 선물 master 2016-06-21 168
164 지진과 토네이도 어느 쪽이 더 무서운가? master 2016-04-03 212
163 매일 홀인원(Hole-in-one)을 하는 목사 master 2016-03-07 229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