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도 하지 않는 목사

조회 수 1488 추천 수 142 2005.12.29 18:18:04
새해 결심도 하지 않는 목사




벌써 한 해가 다 갔습니다. 50대 이후는 세월이 날라간다고 했는데 정말 실감이 납니다. 연말 연시가 되면 모든 사람들이 지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계획합니다. 그러나 저는 올해 그 둘 다 아무 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신년 아침에 결심을 하지 않는 것을 신념 결심으로 한 셈입니다. 작심삼일 같이 어차피 얼마 못 가 지키지 못할 것이라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는 사회의 첫걸음을 봉제 무역회사에서 시작했습니다. 무역은 하루 아니 한시를 다투는 일이며, 옷이란 제품은 아주 세밀한 구석구석까지 신경을 써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착오가 나면 납기와 품질과 가격에 차질이 오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게 됩니다. 그래서 그 때 이후로 저는 아주 조직적, 체계적으로 꼼꼼하게 챙기는 습관이 몸에 베였습니다. 무슨 일이든 먼저 계획을 세우고 그 진척 상황을 점검해나갔습니다. 한 마디로 매일 아침 저녁으로 Daily Planner를 챙겨보는 자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습관을 그만 두었습니다. 어떤 글에 한 신자가 아침에 그날 일을 계획하지 않는다는 것을 읽은 이후부터입니다. 매일 하는 일상적 업무는 계획하지 않아도 다 아니까 구태여 적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그날 하나님이 어떤 일로 인도하시고 누구를 만나 무슨 열매를 맺게 하실까 전적으로 그 분께 맡기며 기대와 흥분으로 하루를 보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Daily Planner를 아침에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저녁에 들어와 그날 일어난 일, 하나님께 은혜 받은 것만 적는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멋진 신자이지 않습니까?

내년도에 제가 할 일은 이미 다 정해져 있습니다. 올해 했던 그대로 이 홈페이지를 통해 열심히 주님을 증거하는 일 뿐입니다. 남은 평생을 두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구태여 계획을 새롭게 따로 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저로선 꾸준히 그 일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나님이 새해에 어떻게 열매 맺게 하실까 기대와 설렘을 간직한 채 말입니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 저는 이제 더 이상 지난 일도 되돌아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말하자면 저녁에 다이어리 적는 일조차 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지난 일을 되돌아 보는 것은 후회 아니면 자랑, 두 가지 결과 밖에 낳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나님께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는 당연히 따라야 합니다만, 죄의 본성이 아직도 펄펄 살아있는 저로선 감사보다는 후회와 자랑이 자연스레 앞섭니다. 나아가 지난 일을 자꾸 회상하면 앞 날의 일이 진척되는 데 방해만 됩니다. 후회는 실망을, 자랑은 나태를 낳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근래 오직 한가지만 결심한 후에 매일 그것을 실천하는 데만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 무조건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나아가 앞날의 계획도 세우지 말고, 오늘 하루 일단 내가 할 일만 하자. 아침에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열고 자판 위에 손을 얹으면 성령님이 내 할 일을 인도하시고 전할 말을 머리 속에 떠오르게 해주시리라.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 오직 우리가 어디까지 이르렀든지 그대로 행할 것이라”(빌3:12-14,16)

새해에 결심할 것이 따로 없다는 것은 아무 할 일이 없거나 완전히 평생을 두고 할 일을 하나 발견하여 지금 하고 있다는 뜻 둘 중 하나입니다. 저는 감히 말하건대 후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너무 감사하고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12/29/2005  

kim,yongseop

2005.12.30 00:58:23
*.108.132.25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서울 그리스도 신학 대학교 내에 있는 그리스도의 선교회 사무실 간사 입니다.
12월 초에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가 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회원으로 가입했고요.
40대 초반에 사역의 길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원 3차과정에 들어 갑니다)
많은 계획을 세웠고 미래에 대해 매년 매년 계획을 세우고자 노력을 했으나 이글을 읽고 느낀점이 너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각과 사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 하심이라는 것을... 감사합니다.
가끔 그리스도의 교회 선교회 홈페이지도 방문해주세요(www.christ.or.kr)
그럼 자주 뵙겠습니다.

김광찬

2005.12.30 05:08:48
*.248.136.176

목사님의 내년도 계획 없음심이 주님안에서 뜻대로 이루어지길 기도드립니다.
감사하게도 올해 이 NO SUCH JESUS을 통해 목사님을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목사님에 비하면 정말 햇병아리 신자이지만 (물론 나이도 어리구요)
예수님을 믿으면서 점점 굳어지는 생각은 세상에 우연이란건 없는것 같습니다
"주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라는 문제로 고민하던 저를 하나님은 목사님의 이 사이트로
인도하셨고, 그동안 목마르고 갈증을 느꼈던 많은 부분을 목사님의 글들을 통해서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리구요. 멀리서 나마 늘 목사님이 건강하시도록
기도하겠습니다. 보내주신 크리스마스 메일 너무도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목사님 건강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 아! 돈이 좀 많이 생겼으면… [2] 운영자 2006-02-04 1686
41 TV 모니터 속의 아빠 운영자 2006-01-28 1345
40 주전부리의 깊은 맛 [4] 운영자 2006-01-20 1406
39 댓글에 목마른(?) 목사 [2] 운영자 2006-01-13 1274
38 나이 값도 제대로 못하는 목사 [2] 운영자 2006-01-06 1311
» 새해 결심도 하지 않는 목사 [2] 운영자 2005-12-29 1488
36 한 노병(老兵)의 이야기 운영자 2005-12-23 1282
35 먹는 것만 밝히는(?) 목사 운영자 2005-12-16 1292
34 너무나 경이로운 일 운영자 2005-12-05 1291
33 Thanksgiving Day와 Left-Over [1] 운영자 2005-11-27 1454
32 지옥까지 찾아가 벌주는 하나님 운영자 2005-11-16 1302
31 실종된 가을을 다시 찾으며 운영자 2005-11-07 1394
30 너무나 부끄러운 내 신앙의 모습 운영자 2005-10-28 1505
29 한국보다 더 극성인 페루 아줌마들 운영자 2005-10-22 1759
28 즐거운 비명 운영자 2005-10-14 1290
27 인간의 최소이자 최대의 소망은? 운영자 2005-10-11 1549
26 콜라 한 캔의 가공할 위력 운영자 2005-10-02 1264
25 두가지 나이 계산법 운영자 2005-09-22 1433
24 추석을 잃어버린 세대 운영자 2005-09-17 1388
23 NSJ Newsletter (3) – 홈페이지에 그림을 달았습니다. 운영자 2005-09-12 1334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