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비명

조회 수 1291 추천 수 104 2005.10.14 18:28:18
즐거운 비명


작가에게 원고청탁이 밀려 있다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중에 마감 시간에 걸려 있는 것들이 있다면 즐겁기는 하지만 그 시간에 맞추느라 초조하고 진땀을 뺄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오늘 이 아침에 제가 그런 심경입니다. 이 홈페이지를 제 혼자 꾸려나가며, 글을 올리는 사이트도 여럿입니다. 최근 어떤 목사님이 저를 만날 때마다 왜 새 글을 올리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그만큼 이 홈피를 방문해 주시고 새 글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니 감사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유게시판에도 벌써 질문이 여럿 밀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받은 질문도 따로 두개나 있습니다.

"감정을 살려라"는 사이트는 마련해 놓고 일년이 넘게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읽는 성경 등 기타 여러 사이트에 올릴 글들도 일차 기안 된 것은 수도 없이 많은데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어느 것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힐 정도입니다. 그나마 다행으로 그 동안 초청 칼럼과 자유게시판에 좋은 글들이 올라와 주어 홈피를 더 빛내 주었습니다만....  

운영자로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지난 3 주간은 솔직히 새 글을 쓰는 일에 거의 손을 놓다시피 했습니다. 몇 주전 나누는 이야기에서 밝혔듯이 책 두 권의 원고를 계속 수정 보았고, 또 지난 열흘 간은 한국에서 동생 가족이 방문해와 거의 full로 attend 하느라 바빴기 때문입니다. 어제 한국으로 돌아 갔기에 오늘에서야 겨우 정신을 차려 다시 시작해 보려니 그 동안 밀린 것이 너무 많아져버린 것입니다.  

물론 인터넷 홈피 상으로는 마감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점이 오히려 더욱 신경을 곤두서게 만듭니다. 마감 시간이 없다는 것은 언제든지, 심지어 바로 지금 이 순간도 마감 시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 말입니다. 가뜩이나 눈이 팽팽 돌만큼 빨리 변하는 세태에 한국인의 빨리빨리 심성까지 보태여지면, 새 글이 제 때 뜨지 못하는 그것도 자기가 질문한 글의 답을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듣지 못하면 그 사이트를 한두 번은 몰라도 계속해서 찾아 주겠습니까?

그런데 원고 청탁이 밀려 있는 작가들은 고생고생 하다가 마감 시간에만 갖다 대기만 하면 그래도 달콤한(?) 원고료가 기다리고 있지만, 저는 그런 것도 없으니 진땀만 바득바득 나고 그야말로 즐거운 비명이 아니라 고역의 한숨으로 바뀔 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도 되지 않는 괜한 넋두리를 널어 놓은 이유는 사실 변명도 변명이지만, 다시 열심히 새 글을 올리겠다는 각오를 스스로 다져보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큐티 책에서 읽은 짧은 경구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죄 하나를 변명하면 두개의 죄를 짓게 된다."(이런 신비한 우연은 너무 흔해져 이제 전혀 신비하지도 않지만…) 저야 말로 그 동안 게을렀던 죄에다 이렇게 변명하는 죄까지 보태졌습니다. 원고료도 없고, 정해진 마감 시간도 없지만, 계속해서 이 홈피를 찾아 주시는 방문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컴퓨터 앞에서 제 모든 것을 다 바쳐야겠다는 심정으로 이 아침을 열어 봅니다. 그 열매는 오직 하나님이 틀림없이 채워주실 것을 소망하면서 말입니다.

10/14/2005    

P.S. 저와 이 홈피의 문서 선교 사역을 위해서 틈이 나면 스쳐 지나가는 생각으로라도 잠시 기도해 주시기를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께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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