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짝꿍이 잘 맞는 부부
저희 부부가 일 년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이 아닙니다. 저희 집에 와 있는 조기 유학생 둘이 교회나 학교의 캠프에 가는 날입니다. 미국에선 학교 뿐 아니라 방과 후 학원에 차로 태워주고 데리고 오는 것이 여간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른 볼일들도 모두 그 스케쥴에 맞추어 짜야 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이미 다 커서 그럴 일이 없는데도 때늦게 저보다는 제 집사람이 고생입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캠프 가는 날은 저희 부부에게는 완전히 휴가입니다. 그럴 때마다 그 유명한 캘리포니아 해변의 1번 국도를 따라 무작정 떠나 하루나 이틀 쉬고 오는 것이 년 중 한두 번씩 갖는 행사입니다.
마침 이번 주도 아이들이 21-24일까지 교회 여름 수련회에 참석하느라 휴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일전에 함께 휴가를 이미 다녀왔고, 피곤하기도 하고, 돈도 아깝고 해서 떠날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서로 “이런 황금 같은 챤스를 놓치기는 아까운데 어쩌지?”라는 아쉬움을 주고받으면서 말입니다.
제가 출석하는 교회 바로 곁에 은퇴한 노목사님 부부가 사십니다. 교단이 달라 주일에는 아주 가끔 참석하시지만 새벽기도는 매일 나오십니다. 은퇴 후 사역으로 중국 선교를 하고 계시는데 연세가 70이 훨씬 넘었고 또 암을 앓은 적이 있는데도 연중 몇 차례씩 그 먼 여행길을 마다하지 않고 다녀오십니다. 마침 그 목사님께서 이번 주에도 중국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오늘 아침 집사람과 함께 산보하면서 문득 이번의 황금 같은 찬스는 포기하고 대신에 그 경비를 그 목사님께 선교 헌금조로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집 사람도 똑 같은 내용의 말을 제게 하는 것입니다. 저희들이 여행 경비를 아껴 선교비를 드렸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집사람과 제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는 뜻입니다.
듣는 분들께선 혹시 닭살이 돋을지 몰라도 저희 부부에게는 이런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금실이 남들보다 특별히 더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성령 안에서 서로 교통하고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사역의 동역자로서 공통적인 관심사를 두고 서로 기도하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왕에 나온 말이니까 제 집사람 자랑을 좀 하겠습니다. 이런 베푸는 일에는 집사람이 저보다 항상 한 수 위입니다. 손도 크고 대상도 다양합니다.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하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니 덩달아 제 얼굴도 함께 올라갑니다. 그래서 제가 가끔 집사람에게 “당신은 건망증은 심한데 교회 일(사모)과 아들들 일(엄마) 두 가지만은 나보다 훨씬 기억을 더 잘해”라고 핀잔 아닌 핀잔을 줍니다.
하나님이 남녀가 서로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루라고 한 뜻이 분명히 있습니다. 서로 보완하여 완전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성령 안에서 서로 교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라고 한 것입니다. 가정을 교회로 만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모르는 사람이 많이 모인 교회에서도 가정처럼 하라는 뜻입니다.
두 세 사람이 모여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어주시는 이 은혜가 참으로 놀랍고 감사하지 않습니까? 전혀 잘 몰랐던 사람들도 예수 안에서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워지고 나아가 하나님의 동일한 뜻을 동시에 알아 함께 기도하며 실천해 나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다른 말로 여러분들도 서로 대화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어 생각하고 기도하다 보면 얼마든지 저희같이 아니 그 이상으로 짝꿍이 맞을 수 있습니다. 닭살 부부로 온 교회에 소문까지 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공통 관심사를 찾되 반드시 하나님 뜻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성령님! 이 사이트를 방문하는 모든 부부가 저희처럼 닭살부부(?)가 되도록 해 주시옵소서. 아멘!
8/22/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