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反美)가 주류가 아니다.

조회 수 1527 추천 수 224 2006.09.16 21:10:39
반미(反美)가 주류가 아니다.


며칠 전 한국에서 어학연수 온지 얼마 안 되는 남자대학생 네 명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최근 한국의 반미 정서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 물었습니다. 그들의 대답은 한 결 같이 반미를 외치는 자는 소수이며 대학생들 사이에도 그렇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미국을 와보니 한국과 다른 좋은 점이 너무 많아 가능한 이곳에 이민 와서 살고 싶은데 올 수 있는 길이 없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친미가 옳고 반미가 그르다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소수가 정권을 잡을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 더 문제라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다수가 옳고 소수는 그르다는 뜻도 아닙니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라면 다수가 정권을 잡는 것이 상식인데 상식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몇 가지 있을 것입니다. 지난 대선 때는 반미가 주류였는데 지금은 정세가 바뀌어 친미로 바뀌었다든지, 반미는 마음에 안 들지만 다른 더 큰 정치적 이슈가 있어서 소수를 택했고 그 결과 소수가 나라를 이끌게 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그랬을 것 같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다른 말로 한 때의 판단착오가 아닌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으로 그 때나 지금이나 정치에는 관심이 전혀 없어진 것입니다. 그렇다고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무능을 탓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국민들 전체가 이제는  자기들 인생과 삶에서 정치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사실은 가족화목, 이웃사랑 같은 작은 가치관을 비롯하여 사회정의, 국리민복, 인류복지, 세계평화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말하자면 타인들의 유익에 대해선 아예 관심이 사라진 것입니다. 정치란 함께 유익해지자는 것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지 않습니까?

지금은 전통적 가치관이 삶과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이 아주 미미하거나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오직 한 가지 가치만 남았습니다. 돈이 아닙니다. 문화입니다. 좋은 말로 웰비잉(well-being)이고 정확히 말하면 자기 혼자만 편하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 혼자 잘 먹되 이전과는 달리 기본적인 의식주를 넘어서 추구한다는 뜻에서 문화입니다.

돈은 단지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여깁니다. 현대인들은 돈도 정치만큼이나 싫어하고 그것만 밝히는 것을 악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런데도 자기가 추구하는 문화를 누리기 위해 돈을 밝히는 것입니다. 자기 임의로 선이라고 정해 놓은 것을 얻기 위해 자기가 악하다고 인정한 방법도 마다 않는 것입니다.  

문화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에 언제나 일시적입니다. 현재적인 자기만족이 바로 문화입니다. 케케묵은 옛날 문화를 새로 꺼내어 즐기는 자가 없고 또 현재는 아무렇게나 지내다가 먼 장래에 즐기겠다는 자도 없습니다. 시류를 벗어나면 이미 문화가 아닙니다. 간혹 유행과 상관없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앞선 문화를 즐길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그 본인에게는 그 자체가 이미 현재적인 것입니다.  

소수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어도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은 정치적 선악을 훨씬 벗어난  차원입니다. 다수란 남과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남을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차원입니다. 소수도 그 그룹 안에서는 남을 생각하는 면이 분명히 있지만  아무래도 자기들이 소수가 되어도 별로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함의하므로 남을 배려하는 차원이 훨씬 약합니다. 자기들과 뜻이 맞는 자의 유익만 생각합니다. 반면에 다수를 중시하는 것은 어떻게 하든 더 많은 자에게 유익이 돌아가는 방안이 없나 고민은 한다는 뜻입니다.    

요컨대 한 마디로 이제 도덕이 실종되었습니다. 다른 말로 지금 당장에 자기에게 가장 적절한 문화를 주는 것은 다 도덕이 되었습니다. 도덕을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지킵니다. 절대적 기준이 따로 없습니다. 전통적 도덕이 실종되고 문화만이 추구할 가치가 된 것은 바로 하나님이 실종되었다는 뜻입니다. 기독교 신자가 그래도 천체 인구의 1/4이 된다는 한국에서 소수가 더 큰 소리 치고 있다는 것은 신자마저 이웃을 사랑하는 일보다 자기가 즐길 문화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지 않겠습니까?

제가 미국 살고 있고 나이 먹어 갈수록 보수주의자가 되었기 때문에 반미가 주류가 아니라는 말에 그간의 우려가 씻기니 반갑고도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데도 오히려 마음은 더 어두워졌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반미나 친미처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 우리가 어떤 자세로 서야 하는가 만큼 인생에 중요한 문제가 없다는 것을 날로 실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두고 온 조국이 앞으로 정치, 사회, 경제, 문화가 개선될 기미는 얼마든지 있는데, 바로 이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나아지기는커녕 그런 문제가 있다고 외치는 자도 없으니 참으로 큰일입니다.

앞으로 적그리스도는 반드시 이 문화를 장악하는 모습으로, 사실은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만, 세상을 조종하고 신자를 핍박할 것입니다. 모든 자에게 바로 지금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여건과 자원을 주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신자는 그런 문화의 반대에 서야 합니다. 인생을 즐기지 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절대적 도덕에 기초해서 살 때만이 현재적으로도 가장 큰 만족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주위에 시샘이 나도록 보여 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신자마저 남들이 다 즐기는 문화를 즐기겠다고 나서면 바로 신자가 적그리스도가 된 셈 아닙니까? 그러면서 그 일에 하나님의 힘을 빌리겠다니 도대체 말이 됩니까?

9/16/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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