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언 LA
겨울이면 눈이 많이 내리고 세계적인 스키장이 몰려 있는 유타 주에서 근 10년을 살다가 따뜻한 이곳 LA로 이주한지 금년 5월이면 만 7년이 됩니다. 이곳은 한인 교포가 통칭 백만이 넘게 몰려 있어 여러모로 살기에 아주 편할 뿐 아니라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그럼에도 부동산 값이 너무 올라 한 때는 탈 LA 바람이 분 적이 있습니다. 이곳 집을 팔면 타주에 더 좋은 집과 비즈니스를 함께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한 미국인이 TV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장소에서 같은 날에 스키, 골프, 서핑 셋을 다 즐길 수 있는 이런 좋은 곳을 두고 어디로 이사 간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해발이 백두산만큼 높은 산꼭대기에 눈이 내려 스키장에 사람이 몰립니다. 반면에 비가 그친 산 아래에선 반팔 셔츠 바람에 골프를 치고 바닷가에선 서핑을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스키장까지는 차로 근 두 시간을 올라가야 하는 불편 때문에 스키는 어지간히 부지런하고 여유가 있지 않고는 산꼭대기의 그림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사방이 눈으로 뒤덮여 동화 속의 나라처럼 변하는 유타의 겨울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아침 산책을 하는 중에 길에 얼음이 언 것을 목격했습니다. 산 위에만 있던 겨울이 산 아래로 내려온 것 같아 너무 반가웠습니다. 코끝이 쨍하고 바람에 씻긴 아스팔트가 깨끗하며 공기마저 투명해 보이는 본격적인 겨울 날씨를 이곳에서 처음 만난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겨울이 예년보다 추우면 그 해 여름은 더 덥다는 속설이 맞는다면 올 여름의 무더위가 작년의 최고기록을 갈아치울 것 같아 벌써부터 싫어졌습니다. 물이 얼 정도의 강추위가 LA에 닥친 것이 주기적 현상인지, 아니면 지구온난화현상의 정도가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징표인지 알 수 없어 염려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곧 참으로 부질없는 염려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기상학자도 아닌데, 또 설령 그렇다 해도 어찌 감히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분석하고 나아가 예측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오랜만에 참다운 겨울을 맛보게 해 주었으니 오히려 그 겨울을 겨울답게 즐기는 것뿐일 것입니다. 인간 또한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세계의 일원인데 그 운행원리 바깥에 설 수는 결코 없지 않습니까? 반면에 인간은 하나님의 그 신비한 섭리의 일부라도 추측해 볼 수 있는 유일한 피조물임에 오직 감사해야 할 뿐입니다.
그래서 그분의 너무나 크신 경륜을 일부라도 깨달았다면 우리에게 맡겨주신 임무도 최선을 다해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 땅을 거룩하고도 아름답게 다스리기 위해 저부터 쓰레기재활용, 자원절약, 공해물질 사용중지 같은 일에 열심을 내어야 할 것입니다. 다른 말로 우리 모두 LA가 스키, 골프, 서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계속 남아있도록 해야지 그 중에 하나라도 못하게 되면 주님 다시 오시는 심판의 날이 다가왔음을 의미하지 않겠습니까?
1/14/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