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지난 한 주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K 집사님 표현대로 하자면 상어에 쫓겨 다니느라 허겁지겁 정신이 없었습니다. 방문자님들께서 걱정을 해 주셨을 텐데, 또 몇몇 분은 직접 이멜이나 댓글까지 달아 주셨는데도 답을 할 여유마저 없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상어의 정체는 건강이나 재정에 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순전히 영적인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사단의 공격인줄 알지만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고 맥없이 당하기만 했습니다. 굳이 변명하자면 상어가 저의 가장 약하며 남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저만 아는 아주 깊은 내면을, 그것도 참으로 교묘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사단의 그런 실체에 대해 여러 번 설교나 글로 밝혀놓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저는 언제든 이길 자신이 있다고 큰 소리 친(생각으로나 말로) 것이 얼마나 큰 교만이었는지 모릅니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십자가 보혈로 상대하는 길 말고는 상어를 이길 길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그 믿음이나 직분과는 아무 상관없이 그저 연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연약하기만 하면 다행으로 더럽고 추하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뭔가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까지 하며 실제로 자기 생각대로 자신 있게 해치우려 듭니다. 그러나 연약하고 무지하고 죄까지 남은 자가 해 보아야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사단이 틈만 보이면 끝까지 따라 다니며 철저하게 방해하는 와중에 말입니다.
스스로 잘나서 하는 일에 사단의 방해가 안 먹힐 리 없습니다. 그야말로 상어의 밥입니다. 심지어 그런 경우는 기도를 하고 일을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기도 자체를 그런 교만 가운데 했고 또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기 보다는 그저 자기 하고자 하는 일만 이뤄달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하나님의 은혜나 인도에 올바르게 반응할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반드시 기도를 위한 기도부터 먼저 해야 합니다.)
상어를 쫓기 위해선, 아니 아예 쫓아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선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신을 철저하게 그분의 십자가에만 비춰보아 겸손하게 낮추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낮추는 것으로만 그쳐선 안 됩니다. 정말 보잘 것 없고 심지어 사단에 넘어갔음에도 무한한 긍휼과 권세로 함께 해주시는 그분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분의 이름으로 세상과 죄악과 사단에게 담대하게 맞서야 합니다.
방문자님들의 지속적이고도 애정 어린 관심에 못 미치는 저의 불찰과 허물을 용납해 주시기 간절히 소원합니다. 다시 한 번 예수님의 십자가만 바라보도록 하겠습니다.(너무나 간단한 진리이지만 참으로 자주 잊는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가장 큰 문제일 것입니다.) 바울 사도와 비교하는 것은 너무나 부끄럽고 교만한 짓이지만 그분의 고백이 저의 고백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은 하겠습니다.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
6/16/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