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이틀간의 휴가
한 이틀간 저희 집 인터넷 온라인이 고장 났었습니다.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단절 되었습니다. 글을 올리지도 못하고 밤새 홈페이지 형편이나 메일을 체크해볼 수가 없었습니다. 집사람은 하나님이 주신 휴가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쉬라고 했습니다. 마침 추수감사절 연휴와 겹쳐 그렇게 하기로 맘은 먹었지만 여전히 편치 않아 오랜만에 맛보는 칠면조 요리도 그저 그랬습니다.
한국처럼 PC 방이 가까운 주위에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합니다. 어떻게 중국 타운 쇼핑몰에 있는 게임방을 하나 찾았지만 중고등학생들만 몰려와 게임하느라 도떼기시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차분히 작업을 할 기분이 도무지 날 것 같지 않아 가게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버렸습니다.
마침 오늘 아침에 컴퓨터에 능한 어떤 목사님과 식사하면서 그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모뎀, 라우터 전부 전기를 일단 끊은 후에 다시 하나씩 차근차근 연결시켜 보라고 했습니다. 사실은 저도 그 정도 상식은 알기에 이미 시행해봤는데도 제대로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 5년이 지난 모뎀박스가 수명이 다 됐나보다 반쯤 포기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혹시 싶어 마지막 한 번만 더 그렇게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라! 이게 웬일입니까? 아무 문제없이 잘만 되는 것 아닙니까? 이전에는 제 나름대로 다시 연결시켜 본다고 했지만 차분히 순서대로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집사람 말을 듣고 마음 놓고 푹 쉬기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도 않았을 텐데 괜히 이틀간 마음만 조렸다 싶어 후회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인간은 어리석은 것 같습니다.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리라.” 말씀은 잘 믿고 심지어 그렇게 열심히 전하면서 막상 자기 일로 닥치면 염려부터 생깁니다. 또 그 염려는 항상 버스 떠날 때까지 없어지지 않다가 뒤꽁무니가 보여야 비로소 자기 잘못을 깨닫습니다.
나아가 하나님이 가끔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는 일이 있음을 지난 세월 동안에 많이 겪고도 잘 알아채지 못합니다. 나는 하기 싫어도 그분께서 반드시 하게 만들고 또 반대로 내가 아무리 하고 싶어도 그분께서 딱 막아서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습니까? 이틀간에 하나님이 주신, 아니 떠맡긴 휴가는 감사절에 온전히 당신께만 감사를 돌리라는 뜻이었음에도 오히려 괜히 초조하게 보낸 참으로 어리석고도 부끄러운 목자임을 고백합니다.
때 늦었지만 추수감사절에 모든 방문자님의 가정에 지난 한 해 동안에 채워주심에 관한 감사도 중요하지만, 주님의 십자가 구원의 은혜에 대한 감사가 먼저 있길 소원합니다. 그 위에 하나님이 주시는 영적 통찰력과 지혜가 새해에는 더 충만해지길 기원합니다. 샬롬!
11/23/2007
감사가 충만하시고 더 충만해지시길 저도 기원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