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의 7년 만의 외출
미국인의 영원한 섹시 아이콘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코미디 영화 “7년만의 외출”에 너무나 유명한 장면이 나옵니다. 멋모르고 뉴욕 지하철 통풍구 위에 그녀가 서있었는데 마침 기차가 지나가는 통에 치마가 바람에 휘날리는 것을 두 손으로 모아 잡는 모습입니다.
영화의 실제 내용은 결혼 7년 만에 가족을 휴가 보내고 혼자 남은 가장이 오랜 만에 바람을 피워보고 싶은 욕망에 빠지는 것입니다. 어쨌든 먼로는 그 영화에서도 허영에 들뜬 약간 모자라는 캐릭터로 나오기에 겉멋만 잔뜩 부리느라 실수한 장면임은 틀림없습니다.
제가 모레면 6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출발합니다. 이전의 방문과는 달리 가슴이 한껏 설레고 떨리기까지 합니다. 모친과 형제들과 친지들을 오랜만에 뵐 기대 때문만이 아닙니다. 저희 홈피의 회원 몇 분과 개인적인 교제를 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다들 off-line 상으로는 생면부지의 첫 만남입니다. K 형제님이 댓글로 저를 만날 생각을 하니 마치 미팅을 앞둔 것 같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제가 더 그러합니다. 비유컨대 회원님들은 면접관이고 저는 입사 시험 면접을 받으려고 문 앞에 서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글로서만 저를 만날 때는 아주 경건한 목자로 여겼다가 실물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올까 염려됩니다. 바울 사도처럼 “편지들은 중하고 힘이 있으나 그 몸으로 대할 때는 약하고 말이 시원치 않다”는 평판을 들으면 어쩌나 싶은 것입니다. (감히 저를 바울에게, 또 회원님을 그를 모함하는 거짓사도에 비견하려는 뜻은 추호도 없고 실제 상황이 그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방문일이 점차 다가오자 그런 염려로 밤잠도 약간 설쳤는데 오늘 새벽 불현듯 에스더의 왕비 간택 기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에스더가 차례대로 왕에게 나아갈 때에 궁녀를 주관하는 내시 헤게의 정한 것 외에는 다른 것을 구하지 아니하였으나 모든 보는 자에게 굄을 얻더라.”(2:15)
헤게가 정한 것은 “몸을 정결케 할 물품과 일용품”(2:9)이었습니다. 에스더는 화려한 장신구와 향수와 보석류는, 심지어 화장품까지도 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몸을 정결케 할 물품이란 비누나 목욕기름 같은 것들입니다. 그녀는 화장도 하지 않은 채, 요즘 유행어로 치면 ‘쌩얼’로 왕 앞에 나아간 것입니다. 화장을 했어도 아주 기초적인 화장만 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평소 모습 그대로 왕을 알현한 것입니다. 그래도 그녀는 모든 처녀보다 왕의 은총을 더 얻어 왕비로 간택되었습니다. 그녀의 미모도 워낙 뛰어났겠지만 틀림없이 평소의 성품과 태도가 더 훌륭했다는 뜻일 것입니다.
다시 오해는 마십시오. 제가 에스더처럼 평소 모습이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랜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또 첫 만남인지라 흥분하여서 먼로처럼 겉멋만 잔뜩 부리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뜻입니다. 또 제 ‘쌩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야 온전하고도 진실한 교제를 나눌 수 있으리라는 뜻입니다. 미리부터 들뜨거나 염려할 것 없이 그저 담담히 회원님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 홈피가 마련된 지 만 6년이 지났습니다. 홈피로 치면 제가 7년 만에 한국으로 외출을 떠나는 셈입니다. 처음에는 누가 제 홈피를 방문해줄까 염려하면서 출범했는데 이제 회원들을 대면하여 교제를 나눌 수도 있게 되었으니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첫 만남은 그야말로 첫 만남이니까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고 서로 쌩얼로 만나 뵙기로 합시다. 샬롬!
6/7/2010
또 이 홈피와 저의 이번 여행을 위해서 기도해주시기 소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