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이 주는 소회(所懷)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진짜 이유”가 출간 된지 어언 한 달 가까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회원님들께서 보여주신 성원과 격려에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별다른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며칠 전에 출판사로부터 판매가 조금씩 늘어난다는 기분 좋은 소식도 접했습니다.
그러나 저로선 책을 처음 받아 쥐고 얼마 동안은 솔직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한 수치심을 지울 길이 없었습니다. 몇 군데 철자법 틀린 것은 둘째 치고 책의 장정과 편집에서 조금 성의가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시는 대로 한 독지가의 후원으로 자비로 출판하는 통에 출판사 측에서 코스트다운에 신경을 많이 써주느라 그리 된 것입니다.
내용에서도 불실한 부분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첫 책인지라 (“그런 예수는 없다”는 기존 책에 대한 비평서이므로 엄밀히 말해 저의 창작물이라고 볼 수 없음) 의욕이 앞서 글이 조금 늘어진 면이 있었습니다. 또 원고를 출판사에 넘길 당시에 개인적으로 바쁘고 힘든 일이 겹쳐 교정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기도 했고 제 삼자의 감수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변명은 저자 개인 사정과는 무관하게 오직 읽을 만한 가치만 따지는 독자에겐 아무 의미가 없는 저의 책임회피에 불과할 것입니다.
실망에 젖어있는 저가 안쓰러웠던지 하나님은 그간 격려의 말씀을 많이 듣게 해주셨습니다. J님의 분에 넘치는 서평과, K님의 책의 외장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위로와, K님의 친절하신 책 주문 실적 중계방송(?)과, L님의 간결하고도 진솔한 나눔을 비롯해, 회원님들의 사랑어린 댓글 덕에 오그라들었던 손발이 조금은 펴졌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저처럼 책이 예상보다 얇고 작으며 약간은 싼티(?)가 난다는 불만 아닌 불만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된 것이 출판사의 원가절감을 위한 공적(?)이 아니라 K자매님의 건방진(?) 기도 때문이었음을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이멜로 주신 말씀을 그대로(본인 허락 없이라는 뜻도 됨) 옮겨보겠습니다.
“책을 일부러 작게 한 것이 아닌 거예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일부러 책을 작게 만드신 것인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그리한 것이군요. 정말 놀라겠는걸요. 사실 목사님의 글을 읽고 은혜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기도한 것이 사이트의 모든 글들이 책으로 나왔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에 제가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책부터 출간해야겠다고 기도하기 시작했구요.^^ 그러다 보니 좀 구체적으로 기도가 되었지요. 책은 자그마해야지 여러 사람들이 부담이 없이 읽겠구나. 그리고 선물을 해도 선물을 받아도 부담이 없겠구나. 또 선물도 몇 권씩 해도 받는 사람 부담이 없겠구나. 사이즈가 손에 쥐어져야 자주 읽겠구나.... 뭐 그런 생각들을 좀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자그마하게 손에 쥐어지는 사이즈에 무척 놀랬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수밖엔 없었습니다. 정말 신기하기만 했구요. 기도하겠습니다. 사이트의 모든 글들이 책으로 쏟아져 나와 무수한 영혼들이 씻겨지고 태워져서 거룩으로 지어져가길... 계속 계속 출간되어지길..”
놀랍지 않습니까? 책 장정이 좀 크고 근사하게 나왔어야 했다는 저의 그간의 불만이 얼마나 큰 교만과 가식이자 우매함이었는지 화들짝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제 생각과는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심지어 출판사로선 원가절감의 목적도 있었지만 오랜 경험으로 이런 점들까지 감안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 제목이 제가 처음 붙인 것에서 지금처럼 조금 특이하게 바꾸어지는데도 출판사의 권유가 한몫 했습니다. 또 출판사가 독단적(?)으로 선택한 책표지의 어두운 색조와 고전적 디자인도 최근의 밝고 화려한 책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보낸 출간 소식 이멜을 미처 열어보지 않았던 어떤 지인으로부터 우연히 서점에 들렀는데 제목과 장정이 특이해 눈에 띄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격려는 바로 어제 만난 한 목사님께 들은 것입니다. “쉽게 읽힐 책이 아니기에 판매는 그리 기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회를 오래 다녀 믿음이 상당한 분들과 목회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그래서 목사가 되려는 (당신의) 세 아들더러 꼭 읽어보라고 했다.” 말씀을 그대로 전하다보니 자화자찬처럼 되었지만, 앞으로의 판매 실적에 연연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저와 회원님들이 다시 확인하자는 뜻도 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자기 신앙에 확신이 서있는 자가 주위의 평가에 상관없이 자기 생각을 더 많은 자와 나누기 위해 책을 써야 한다. 또 그런 주장을 하다보면 문체가 조금 딱딱해질 수밖에 없지만 오히려 그러는 것이 자기 사상이라는 증거가 된다. 성경을 다른 사람이 미처 보지 못하는 특이한 시각으로 해석하니까 앞으로도 계속 책을 내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여 주셨습니다.
거기다 친절하게 책에서 결정적으로 틀린 내용도 하나 지적해주셨습니다. 너무나 고맙고도 친절한 이런 충고와 격려를 듣는 동안 오직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분 목사님도 사실은 몇 달 전에 아주 우연히 만나 교제하게 된데다, 최근에서야 한국에서 유수한 기독교 출판사를 직접 운영했으며 많은 주석과 기독교전문서적들을 직접 편집하셨던 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수차 망설이다 이처럼 낯 뜨거운 나눔을 하는 이유를 조금 짐작하시겠습니까? 되어 가는 모든 일의 배경에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으로 이루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생생히 느껴지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저로선 책 출간의 소원만 있었지 실제 엄두는 못 내었고 집사람이 기도만 하고 있었는데 회원 한분으로부터 출간비용과 출판사까지 모두 알선 받은 일부터 그러하지 않습니까? 또 출간하고서도 아쉬움과 불만을 가졌던 측면들에, 저희로선 최선을 다했거나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 하더라도, 도리어 하나님의 더 완벽한 지혜가 숨겨져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저희는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꼭 읽어야만 할 분들로 구매하게 하고, 읽어본 분들은 하나님을 조금이나마 더 깊이 알게 되기를 말입니다. 또 이 책이 2쇄를 하게 되거나 다른 책을 출간할 때는 정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세밀히 교정하게 하고, 나아가 특정주제에 대해 더 포괄적이고도 심층적인 책을 저술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물론 장정이 조금 예쁘지 않아도 선물용으로, 특별히 이번 연말연시에, 많이 판매되어 이왕이면 더 많은 독자에게 읽혀지는 것도 함께 말입니다. 여러분들도 계속해서 저희의 이런 기도에 동참해 주시길 감히 소원합니다.
출간 후 공적행사는 당연히 하지 않았지만 저희 가족에게서 축하 케이크와 카드는 받았습니다. 전면에 영어로 큼지막하게 "Applause"(박수갈채)라고만 쓰인 카드였습니다. 그 박수갈채는 제가 받을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이 부족한 종에게 이렇게까지 귀한 사랑을 많이 부어주신 회원 여러분들입니다. 또 너무나 막중한 소명을 저에게 맡겨주셔 놓고도 지금도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오히려 당신께서 더 세밀하고도 완벽하게 선으로 이끄시는 하나님 그분입니다. 할렐루야! 하나님 감사, 감사, 무한 감사합니다.
11/14/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