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 ~ 혀?” 와 “주 ~ 혀?”
충청도 말로 “보신탕 먹을 줄 아십니까?”를 두 자로 줄이면 “개 ~ 혀?”가 된다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그럼 충청도 사람들에게 Face-Book 을 할 줄 아는지, 혹은 하고 있는지를 간단히 물으려면 “페 ~ 혀?”가 될 것입니다.
누가 저에게 “페 ~ 혀?”라고 물어오면 그 동안에는 답이 탁 막혔습니다. 유익한 최신 사조를 멀리하는 구닥다리가 다 된 것 같은 자격지심마저 괜스레 들었습니다. 명색이 홈페이지 사역을 하고 있으면서도 가뜩이나 컴맹인데다 ‘페맹’까지 보태어져 조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사역을 한다고 저를 소개하면 사람들이 컴퓨터에 도사인 줄 오해하는데, ‘페’도 안 하니 체면이 말이 아닌 셈이었습니다. .
'페'를 끝까지 무시하는 것도 오늘을 사는 자답지 않게 여겨져 드디어 얼마 전에 어카운트는 개설했습니다. 그러나 제 홈페이지 댓글도 제 때 답을 못하는 주제인지라 직접 ‘페’할 시간과 여유가 없어서 집사람 이름을 같이 걸었습니다. 요즘 두 손녀 뒷바라지 하느라 집안에 박혀 살아야 하는 아내에게 소일거리 겸해서 그 관리를 일임시킨 것입니다. 문제는 집사람은 저보다 더 컴맹이라 개장은 했지만 사실상 휴업한 것이나 진배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급하게 친구 삼은 몇 분의 소식이나 기웃거리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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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는 신제품이나 색다른 서비스가 나오면 바로 구입하거나 유행에 처지지 않을 정도의 정보는 숙지했습니다. 지금은 어쩌다 구입하는 전자제품도 대충 눈치로 기본기능만 익히고선 매뉴얼은 곧바로 쓰레기통에 던져 넣습니다. 혹시 고장 나거나 추가 기능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매뉴얼을 보관은 했었는데 이젠 그마저 귀찮아진 것입니다.
인터넷 문서 사역하는 입장에선 제대로 갖추어서 능통해야 할 기기들이 여럿 있습니다. 고급사양의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스캐너, 아이패드 등을 마련하고 관련 프로그램에 능통해야 합니다. 포토샵의 기본 기능까지 익히면 금상첨화입니다. 최근엔 전자책을 직접 편집하여 관련 사이트에 올릴 수도 있어야 합니다.
제 머리로는 이런 것들을 빨리 마련해서 익혀야지, 특별히 홈피는 E-book 스타일로 바꾸면 좋겠다는 계획은 오래 전에 세웠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은 따르지 않는 막연한 상태로 버티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에 너무 굳은 머리가 쌩쌩 나르는 디지털로 쉽게 바뀔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진부한 핑계일 뿐 오로지 제가 게으른 탓일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페’에 어카운트를 열자마자 접한 소식이 뭔지 아십니까? 최근 페북 가입자들이 늘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오랜 회원들이 자꾸 탈퇴한다는 것입니다. 그 주 된 이유는 너무 피상적 교제만 이뤄지는데다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모든 이에게 노출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행한 일들을 자기도 잘 모르는 이에게 구경시켜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일주일 내내 빠듯한 업무 때문에 친구 만날 여유가 도무지 없는 현대인들이 사람 냄새가 그리워서 시작하는 것이 페북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그 냄새가 싫다는 것입니다. 온전한 참 냄새가 아니더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다가 막상 뜨고 나면 어떡하든 혼자만의 장소로 숨어 들어가는 헐리웃 스타들 같은 심리입니다.
현대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침체, 환경재앙, 원인 모를 질병, 전통과 도덕의 붕괴, 가족의 해체 등이 아닙니다. 바로 참 사랑의 실종입니다. 모든 눈에 보이는 말기적 증상들의 궁극적 원인은 바로 사람들 사이의 단절입니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페북의 결정적 단점도 바로 이것입니다. 참 사랑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진정성과 친밀성의 부족 말입니다.
참 사랑을 하려면 먼저 얼굴과 얼굴을 맞대면 하여 상대의 색깔, 냄새, 소리, 맛, 촉감 등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주고받는 대화에는 정말로 가식, 과장, 위선, 이해타산, 계략, 거짓 등이 단 한치도 내포되지 않아야 합니다. 지고지순의 사랑을 장려하는 결혼식 주례사에 항상 등장하는 대로,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아플 때나 진정으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어야 합니다.
페북을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일상적 업무적 인간관계에 지쳤기에 진정한 관계를 찾고자 하는 뜻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오랜 친구나, 바빠서 자주 못 만나는 친지들이 그리워서입니다. 그런데 친구의 친구들마저 들어와서 보게 되니 아무래도 뭔가 자신의 좋은 점, 잘 나가는 점만 보여주고 싶어집니다. 요컨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자기를 앞세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결국 모든 인간의 딜레마가 무엇입니까? 누구나 진정한 사랑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본성적으로 서로 돕고 섬기며 살게끔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자기를 앞세우는 끈질긴 버릇 때문에 순전히 사랑하려 최선을 다해도 온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마저 자신의 삶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했던 원죄를 타고 났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해 모든 인간이 죄인이기에 아무리 진정으로 사랑하려 해도 생래적인 죄의 흔적이 묻어져 나온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나마 온전한 사랑에 가장 가까운 사랑을 하려면 반드시 서로가, 특별히 본인부터 연약한 죄인임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해야만 합니다. 또 그러려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 앞에서 먼저 참 회개를 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멀리한 채로는 참 사랑이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잠시 모든 사람들이 만날 때마다 이런 인사부터 나누게 되는 날이 오기를 상상해봤습니다. “페 ~ 혀?” 대신에. “주 ~ 혀?”라고, 조금 경박스런 표현이긴 하지만 이를테면 말입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그 뜻을 풀이하자면, “하나님과 그 독생자 예수를 믿습니까? 서로 죄인임을 인정한 바탕에서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아니라면 예수를 믿어서 저와 진정한 인간관계를 이뤄보지 않겠습니까?”입니다.
만약 “주를 하는” 바탕에서 “페를 한다면” 즉, 인터넷 상에서 교제를 해도 얼마든지 진정성과 친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홈피라도, 특별히 앞으로 마련될 기도 제목을 나누는 사이트에서부터 주님 안에서 참 사랑을 나누고 또 아름답게 가꾸어 가길 소원합니다. 또 저를 비롯한 우리 회원들 중에서 혹시 페를 못해 현대인 취급을 못 받는 한이 있더라도, 아니 그럴수록 더욱 주위 사람들에게 “주 ~ 혀?”라고 물어보며 그분의 사랑을 나누는 일에 전심하기를 기원합니다.
7/10/2011
충청도 말 정말 웃기네요.
인터넷 상이지만 예수님 안에 사는 자로 서로 사랑하도록 만들어 주신대로
지어져 가는 우리 그예다 가족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주, 페~~~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