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홀인원(Hole-in-one)을 하는 목사
미국은 자동차의 나라로 차에 관련된 문화가 많이 발달되어 있다. 예컨대 뒤 창문이나 범퍼에 유머러스한 그림이나 재치 있는 문구의 스티커를 붙이고 다녀서 뒤에 따라가는 사람으로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차 번호판에도 영어 약자로 간단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오늘 교회로 가는 중에 바로 앞차 플레이트가 눈길을 확 끌었다. 즉 “6HOLEN1”이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골프광이면 여섯 번이나 홀인원을 했을까?
홀인원을 할 확률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더니 아마추어 골퍼는 보통 1만2000분의 1, 투어 프로는 3000분의 1 정도라고 한다. 아마추어가 틀림없을 테니까 여섯 번 홀인원을 하려면 숏 홀에서 7만2천 번이나 쳐야 한다. 또 골프코스에 숏 홀이 보통 넷이니 18홀 코스를 1만8천 번 라운딩을 해야 한다. 매일 라운딩하면 50년이 걸린다. 한 마디로 평생을 아무 것도 안하고 하루도 안 빠지고 골프를 쳐야 한다.
운전자를 보지 못해 나이는 짐작할 수 없지만 남들은 평생 한 번도 하기 힘든 것을 여섯 번이나 했으니 대단한 행운아이자 엄청난 골프광임에 틀림없다. 오죽하면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보라고 자랑하고 다닐까? 거기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에서 대단한 업적을 내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지 않는가?
불현듯 목사, 아니 신자로서 근사한 메시지의 플레이트를 붙이려면 뭐가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떠오른 것은 “A*JESUS*Z”-예수님이 알파요 오메가요, 처음이자 끝이라는 뜻으로 영어 알파벳 AZ를 응용한 것, 혹은 “JESUS*ALL” - 예수님이 나의 전부라는 뜻으로 둘 다 나름 괜찮을 것 같았다.
그 차를 뒤따르는 내내 그 골프광이 약간 불쌍했다. 기껏 자랑할 것이 골프 홀인원인 뿐인가, 그것도 자기 실력도 아니고 순전히 행운으로 얻어 걸린 것을 두고 말이다. 그러다 교회에 도착할 즈음에 내가 잘못했다 싶어서 회개했다. 다른 이를 무조건 우습게 여긴 것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정말로 골프에 미쳐 있고 동네방네 홀인원을 차에까지 붙여서 자랑하고 다니는데 나는 주님에 대해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싶어서였다.
평생을 매일 골프 쳐야 겨우 여섯 번의 홀인원을 하지만 그렇게 매일 칠 수 있는 자는 사실 없다. 여섯 번의 홀인원은 정말 행운 중의 행운으로 양껏 자랑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의 주님은 어떠한가? 불신자는 인생만사가 오직 자기 실력과 행운 둘로만 이뤄진다고 믿는다. 신자는 자기 실력도 아니고 행운은 더더욱 아니라 오직 주님의 완벽한 주권과 섭리에 따라 이뤄진다고 믿는다. 신자의 평생은 주님의 너무나 큰 은혜의 바다 안에서 사는 것이다.
쉽게 말해 매일 매일이 주님 사랑의 홀인원을 맛보는 것이 신자의 삶이다. 홀인원은 공을 때리면 빨려 들어가듯이 곧 바로 홀컵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방향이 조금만 비틀어져도, 중간에 바람만 세게 불어도, 공의 속도나 회전에 미세한 오차가 있으면 불가능하다. 주님이 신자 각자에게 완벽한 계획을 갖고 주님만의 완벽한 섭리로 매일을 인도하지 않는가? 신자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정말로 그분만의 홀인원이지 않는가? 아무래도 신자가 붙일 카 플레이트는 조금 길지만 그 골프광을 닮아 “JESUS‘HOLEN1”이 더 좋을 것 같다.
3/7/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