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디캡이 죄가 되는 경우

조회 수 1710 추천 수 158 2005.06.07 20:04:20
핸디캡이 죄가 되는 경우


며칠 전 한국 TV에서 장애자들의 인간 승리를 다루는 어떤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사고로 하반신 불수가 된 여자 분이 8평짜리 아파트에서 아동 잡지에 만화를 연재하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정작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건장한 정상인 남편이었는데, 그녀를 돕는 자원 봉사를 하다 장애인이면서도 한 번도 힘든 표정을 짓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결혼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열살 넘게 년상으로 두 아이까지 딸린 장애인 이혼녀와 말입니다. 아무리 그 남편도 한 번 이혼한 경력이 있었다고 하지만 범인(凡人)은 감히 생각도 못할 참으로 희생적인 사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결혼 후 명절에 시골에 있는 남편 집에 갔는데 며느리를 보고 시어머니 되는 분이 ‘아주머니’라고 부르더랍니다. 장애인과의 결혼을 집안이 반대 안 했을 리가 없으니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그때가 고부간의 첫 대면이었던 모양입니다. 아직도 총각 같아 보이는 자기 아들에 비해 나이도 훨씬 많고 이혼한 전남편과의 사이에 난 국민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둘이나 데리고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으니 그 시어머니의 심정은 갈갈이 찢어졌을 것입니다.

‘아주머니’라는 호칭은 비록 자기 아들과 결혼해 같이 살고 있어도 며느리로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뜻을 내보인 것입니다. 그때 이 장애여인은 “핸디캡이 죄가 될 때도 있구나”라고 자조 섞인 한탄을 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맞는 말이지 않습니까? 그 남편의 입장에선 부모님들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렸으니 틀림 없이 불효이며, 또 그런 불효의 원인이 된 장애 여인의 죄책감은 어떠했겠습니까?

그녀가 탄식한대로 세상적 윤리에선 장애가 죄가 될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장애인을 핍박하고 멸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결혼이 한편에선 장애인 여인에 대한 너무나 큰 희생적 사랑과 또 그녀의 자녀들에게는 생부로부터 버림 받았지만 더 훌륭한 아버지를 만난 기쁨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에선 건장한 아들을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장애자 여자에게 빼앗긴 아픔과 그로 인해 불쌍한 여인의 가슴에 평생 못을 박는 정죄로 바뀌었습니다.

하나님을 배제한 세상에선 윤리든 사상이든 진리에 대한 절대적 준거(準據)와 범주(範疇)가 없습니다. 어떤 일이든 관련되어 있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각자 제 마음대로 판단하며 또 바로 그것이 윤리로 심지어 진리로 둔갑해버립니다. 선과 악이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습니다. 자기에게 유용하면 선이요 불리하면 악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남이 간음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입니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그것을 접하는 사람의 입장과 생각에 따라 최고의 선과 최고의 악으로 인식 되는 것입니다. 극과 극의 대조입니다. 동전 앞면을 같이 본 입장에서 그 표현만 조금씩 다른 정도가 아닙니다. 한 사람은 앞면만 다른 사람은 뒷면만 본 것입니다. 동전 앞 뒷면을 같이 볼 수 있는 아량과 포용조차 지니지 못합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상대주의로 흐르는 것을 그들만의 잘못으로 매도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피조물로서 그 속성상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절대적인 것은 오직 성삼위 하나님 뿐입니다. 따라서 사람이 하나님을 먼저 발견하지 못하면 아무리 고차원적인 논리 전개를 거쳐도 결론은 상대주의에 도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요컨대 세상 사람들의 잘못은 상대주의에 빠진 것 자체가 아니라 저들이 절대적 진리이신 하나님을 모르거나 알고도 눈 앞의 일신상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그분을 외면한 것입니다. 나아가 그렇게 된 배경에는 사단이 “믿지 아니하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케 하여 그리스도의 영광의 광채가 비취지 못하게”(고후4:4)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 남편의 말대로 처음에는 그런 형편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흐믓한 마음으로 그 가족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장애가 죄도 되더라”는 그 말 한마디에 그 아름다웠던 모습이 갑자기 너무나 불쌍하게 바뀌어졌습니다. 저 또한 상대적 판단을 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들이 상대적인 세상 윤리 아래 묶여 있는 것이 안타까워진 것입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자녀들도 마찬가지며, 심지어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은 그 시어머니조차 너무나 불쌍해졌습니다.  

아무리 그들 부부가 세상에선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최고로 고귀한 삶을 꾸려나갈지 몰라도 평생을 두고 심령 깊숙이 그들을 얽매어 놓을 그 죄책감을 과연 무슨 수로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또 자기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 아들을 고생시키는 사람은 본성적으로 심지어 이성적 윤리적 판단을 거쳐도 미워지는 시어머니의 생각을, 같은 입장에 처한다면 똑 같은 반응을 보일 인간들이 어떻게 고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의 십자가 말고는 절대로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하나님을 배제한 인생은 예수님의 사랑을 몰라서도 불쌍하지만 사단에 묶여 그 영혼이 혼미케 되어 있기에 더더욱 불쌍한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구속 곧 죄사함을 받았으니 이는 그가 모든 지혜와 총명으로 우리에게 넘치게 하사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셨으니 곧 그 기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니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나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엡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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