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평범한(?) 은혜

조회 수 622 추천 수 39 2012.04.28 19:52:16
너무나 평범한(?) 은혜


왼쪽 팔과 어깨의 불편함이 이번에는 꽤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오른 팔이 불편할 때보다 통증이 더 심한 것 같습니다. 타이핑 하거나, 운전하면서 핸들 돌리거나, 옷을 벗고 입거나, 물건을 들고 옮기거나, 샤워할 때 등등 아픔이 사라지지 않기에 자연히 매사에 짜증이 나고 귀찮아집니다. 정말로 건강이 소중함을 새삼 느끼며 전보다 더욱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 들면 다들 겪는 오십견(五十肩)인데 왠 호들갑인가 싶을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전보다 더 고통이 심하고 회복이 더딘 까닭이 아무래도 나이가 그만큼 더 먹어서 신체 전반의 노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리라 예사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심각한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저는 본 홈피의 유상코너 집필자 김유상 집사님의 부인이 X-ray 기사로 일하는 병원의 내과의를 주치의처럼 삼아 매번 진단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의료보험료가 워낙 비싸 보험을 들고 있지 않는데 카렌 집사님이 아주 친절하고 상세히, 거기다 염가로 잘 도와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주 약을 더 타려고 병원에 들렀더니 카렌 집사가 골다공증(骨多孔症) 검사를 한번 해보자고 권했습니다. 실은 제 집사람을 검사시키려 했는데 다른 일에 바빠서 같이 가지 않았기에 저라도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남자가 무슨 골다공증 검사냐고 사양했으며 집사님도 만에 하나 모르니까 단순히 확인만 해보자는 뜻이었습니다. 못 이기는 척 응했더니 아뿔싸 남자에게, 그것도 갓 60인 제게 그 증세가 있다고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카렌 집사도 지금껏 검사한 중에 남자가 나오기는 처음이라고 놀랬습니다.

결국 그저께 의사와 다시 면담했더니 아직은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만두면 큰일 난다는 것입니다 대신에 골다공증 약을 일주일에 한 알씩 평생을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칼슘과 비타민 D 섭취와 걷기 운동은 매일 꾸준히 해야 함은 물론이고 말입니다. 말하자면 팔 아픈 것이 쉽게 낫지 않는 것도 뼈가 너무 약해졌기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지병이 오래 전의 수술 후유증과 함께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이십 여 년 전 한국 있을 때에 연로한 부모님을 가끔 찾아뵈면 식사 후 드시는 약이 한 움큼씩 되는 것을 보며 연민의 정이 생겼는데 이젠 제가 그보다 더할 참입니다. 가만 따져보니 실제 나이도 벌써 그 연배가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만....  

처음 골다공증이라는 선고(?)를 듣고는 팔도 낫지 않았는데 또 다른 병이 생겼고 그 병으로 팔 아픈 것도 금방 낫지 않겠다 싶은데다, 평생 연약한 모습으로 살아야 하나 싶어 제 자신이 너무 한심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곰곰 따져보니 이번에 팔이 아프지 않았다면, 또 카렌 집사님이 단순 확인용이긴 해도 그 검사를 권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골다공증은 낌새도 채지 못한 채 넘어갔을 테니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싶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상적 일을 통해서도 하나님이 원하시면 당신의 일을 반드시 차질 없이 이루십니다. 말하자면 적은 고난은 더 큰 환난에 대한 사전경고라는 하나님이 너무나 자주 베푸시는 평범한(?) 은혜를 저는 이번에 새삼 크게 맛본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 대부분은 고난은 단 하나라도 없어야만 믿음의 직성이 풀리는 참으로 이상야릇한 신자들입니다. 입술로는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合力)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8)는 말씀을 수시로 외웁니다. 그러나 전부 남들에게 시건방지게 충고할 때뿐이고 막상 자기에게 아주 작은 고난이 닥쳐도 “모든 것이 합력하여”라는 문구는 “어떡하든 지금 당장”으로 바뀝니다.

하나님은 항상 절대적 선입니다. 그분에게 악한 것은 단 하나도 영원토록 존재하지도 공존하지도 않습니다. 그분이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으로 이뤄지게 하는 대상은 바로 우리입니다. 선으로 이뤄진다는 것은 그 전까지는 악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그분에겐 악이라곤 없으니까, 단지 인간인 우리가 느끼기에 그렇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하나님에게 전혀 악이 없고 우리는 그분의 자녀이며, 또 비록 우리가 악으로 여겨져도 그분이 합력하여 선으로 바꿔준다면 조금이라도 염려할 이유나 근거가 사실상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이 말씀을 금과옥조처럼 붙들지만 막상 현실에선 그 믿음대로 살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 한 가지는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가 아닐 수 있음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예수 믿어 신자가 될 때에 기본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었음은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평소에 꾸준히 그렇게 하지 않기에 우리도 그 약속이 우리에게 항상 이뤄지지 않을 수 있음을 은연중에 눈치 채고 있다는 뜻입니다.  

제 골다공증은 지금부터 조심만 하면 사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담당의사도 남자의 경우 드물긴 하지만 마침 미리 대처하게 되었으니 큰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연약함을 평생 달고 다니게 하신 하나님의 뜻도 바로 당신을 평소에 꾸준히 사랑하고 당신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았음을 잊지 않게 하려는 그분의 자주 베푸는 그래서 평범하지만(?) 가장 큰 은혜이지 않습니까?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穩全)하여짐이라 하신지라 이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후12:9) 제가 다들 겪는 오십견과 별것 아닌 병약함을 호들갑 떤 이유도 바울처럼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제게 더 많이 더 오래 머물게 하려 함임을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 바라면서....

4/28/2012  


사라의 웃음

2012.04.29 22:29:43
*.109.85.156

골다공증임을 일찍 알게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팔의 통증이 쉽사리 낫지 않은 이유도 알게되었네요.
목사님!!
힘 내셔요!!
연약한 육신이지만 아주 아주 건강한 육신을 가지신 분보다
더더욱 귀히 하나님께 쓰임받으시는 목사님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속히 낫도록 기도하겠습니다. ^^

이선우

2012.05.01 20:21:52
*.222.244.147

목사님, 계속적으로 어려움이 많으시군요..ㅠ. 저도 지속 기도하겠습니다.

하나님에게 전혀 선이 없고 -> 하나님에게 전혀 악이 없고... 가 맞겠지요?^^

운영자

2012.05.02 00:57:24
*.104.229.109

팔이 아프니 타이핑도 자동으로(?) 반대로 쳐졌나 봅니다. ^^
하나님에게 전혀 선이 없다면 큰일 나겠지요?
이제서야 고쳤습니다.

알료샤

2012.11.15 02:39:50
*.111.7.238

하하^^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을 또한번 얻으셨나 봅니다. 하나님의 사랑과섭리는 꼭 눈에보이는 기적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평범함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인도하심에 감사드릴뿐입니다. 그 세밀한 인도하심을 날마다 깨닫는 제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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